[OSEN=고유라 기자] 며칠 안에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의 '스마일 보이' 신인 사이드암 한현희(19)가 "마운드 위에서 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20일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한현희는 마운드 위에서뿐 아니라 당장 경기 전 훈련 중에도, 덕아웃에서도 좀처럼 굳은 표정을 거두지 못했다. 며칠 전까지는 마운드에서 안타를 맞아도 씩 웃어넘겨 '저 투수 신인 맞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한현희가 이렇게 달라진 것은 전날(19일) 목동 KIA전 때문이다.
그날 팀은 0-1로 끌려가다 7회 1-1 동점을 이뤘다. 그러나 8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8회 김상수와 오재영이 만든 2사 1,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것은 놀랍게도 한현희였다. 한현희는 나지완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1-2 역전을 허용한 뒤 김원섭에게 쐐기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팀은 빼앗긴 리드를 다시 가져오지 못하고 1-4 그대로 패했다.
이뿐 아니라 한현희는 개막 후 5번의 등판 중 유독 박빙의 상황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5번 중 주자 있는 경우 등판은 3번이었고 두 점 차 이하는 4번이나 됐다. 성적은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9.53으로 올라갔다. 보통 신인들은 입단 첫 해 패색이 짙은 상황이나 점수차가 많이 나는 경우 등판해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경우다.
이는 넥센 코치진이 한현희를 처음부터 실전용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시진(54) 넥센 감독은 최근 한현희를 두고 "우리팀 승리조의 키포인트"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꾸준히 던져준다면 승리조에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설명이었다. 단순한 신인을 넘어 거물급 신인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강하게 키우겠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한현희도 보통 욕심은 아니었다. 1군 경험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피칭에 대한 불만족에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한현희는 "앞으로 마운드 위에서 웃지 않겠다. 독하게 던지겠다. 내가 던지고 싶은 대로 다 던져보겠다."며 굳은 각오를 밝혔다.
며칠 전만 해도 "마운드에서 즐긴다. 관중들 앞에서 던지는 게 신난다"며 겁없는 신인의 이미지를 보였던 한현희는 그렇게 성숙해지고 있었다. 한현희의 '방긋' 웃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던 '누나 팬'들은 줄겠지만, 이제 진짜 독해진 '닥터 K' 한현희의 진가를 볼 수 있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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