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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를 울리는 금융사기] “당신이 28세라면…계좌번호 좀 불러주세요”

[기타] | 발행시간: 2015.10.02일 11:33

보이스피싱, 청년과 여성이 유독 잘 낚이는 까닭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1 몇년째 취업을 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백철우(28)씨는 얼마 전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올라온 구인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급여통장과 출입카드를 만드는데 필요하다며 계좌번호를 제출해달라는 요구에 속아넘어간 것이다. 백씨의 계좌는 보이스피싱과 조건만남 사기에 악용됐고, 그 바람에 아르바이트도 제대로 못하고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느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2 옷가게를 하고 있는 이진숙(33)씨는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통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자신을 검사라고 지칭한 남자는 대뜸 "이 씨 명의로 된 대포통장이 수사과정에서 발견됐다"며 계좌번호를 비롯한 여러 가지 개인 정보를 요구했다. 수상한 것은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제3자에게 ( 자신과 통화해 나눈 이야기를) 누설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가중처벌을 받는다"는 남자의 말이었다. 이 씨는 "옷가게가 부모 명의로 돼 있어서 부모와 상의해야 한다"는 말로 위기를 벗어났지만 치밀한 사기극은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노인보다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2030'= 보이스피싱은 나이 든 사람들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젊은 2030 세대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인터넷 사용이 많아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의 노출 빈도가 잦다. 그것이 사기범들에게 접근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 극심한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악용하는 사기가 횡행하는 것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조원진 의원(새누리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3~8월 집계된 연령대별 보이스피싱 현황에서 20대의 피해건수가 1428건(33.0%)으로 가장 많았다. 30대 1055건(24.4%)을 합치면 2030 피해가 전체의 57.4%를 차지한다. 이어 40대 653건(15.1%), 50대 551건(12.8%), 60대 360건(8.3%), 70대 이상은 265건(6.1%)으로 집계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2030 피해 증가세는 확연하다. 지난해 1년 간 7635건의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 중 2030 세대는 2926건으로 전체의 38.3%(20대 18.8%, 30대 19.5%)에 불과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육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임수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가짜 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 사용이 잦은 젊은층의 사기 피해가 큰 이유를 설명했다.

◆ 보이스피싱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여성= 보이스피싱 사기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이 8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피해자 중 여성은 63.5%(7621명)를 차지했다. 피해자 10명 중 6명이 여성인 셈이다. 여성 피해자 비중은 2011년 12월부터 2013년 5월까지 51%였지만 올 들어 63.5%로 무려 12.5%포인트나 증가했다. 금감원이 1~8월 피해구제를 신청한 피싱ㆍ대출사기 피해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여성이 전체 사기 피해의 61.7%(금액기준 69.4%)로 집계됐다. 특히 30대 여성은 전체 여성 피해자 중 29.1%로 가장 취약했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보이스피싱에 쉽게 당하는 것은 심리적 압박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기범들은 대포통장, 명의도용, 개인정보유출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데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조성목 금감원 선임국장은 "30대 여성층이 사회경험 부족 등으로 사기범의 심리적 압박에 잘 걸려든다"고 설명했다.

◆ 이체 시간 늘리는 등 기술적 보완 시급=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려면 처벌을 강화하는 사후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피해 차단을 위한 기술 보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중소 별정통신사업자들 가운데는 비용과 기술 문제로 발신 번호 조작을 정상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발신 번호를 조작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것인데,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이런 기술적 장애를 안고 있는 중소 별정통신사업자들을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다. 별정 통신사가 난립하면서 발신 번호 조작을 차단하기 위한 수사기관과의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호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발신번호 조작을 차단하면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는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일부 별정통신사를 통한 발신번호 조작을 지속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일정액 이상의 이체금을 자동화기기(CD/ATM)에서 찾으려면 입금 후 3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 시간을 늘리면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독일에서는 인터넷으로 송금하고 돈을 찾는 데 평균 1~2일이 걸리도록 하고, 홍콩에서도 이체 신청을 하면 은행 직원이 수신 계좌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등을 점검해 실제 송금까지 몇 시간씩이 걸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기술적인 보완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가 서민들이 많은 만큼 정부가 현실적이면서 효과적인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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