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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인 줄 알았는데…" 5세 아이의 말에 '경악'

[기타] | 발행시간: 2012.05.19일 10:16

과다한 독서도 유사 과잉 언어 증세를 초래할 수 있다. /조선일보DB

TV·책·비디오에 무차별 노출…유사 '과잉언어증' 아이들 늘어

다섯 살짜리 아이가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자기 엄마를 소개한다. "제 친정엄마예요. 서로 인사하세요." 혼자 되신 친할머니에게는 "수컷이 없어 외로우시겠어요" 해서 주위를 기겁하게 했다. 얼마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된 한 청취자의 웃지 못할 고민이다. 사연을 보낸 이 여성은 태교를 지극정성으로 한 데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매일 두세 권씩 책을 읽어줬다고 했다. 실제로 아이의 언어 발달 속도가 빨라서 주위의 부러움이 대단했다. 그런데 요즘엔 상황에 맞지 않는 말들을 쏟아내 부모를 난처하게 한다. "영재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말버릇 없는 고약한 아이로 여겨지니 어찌해야 좋을까요."

자녀의 말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고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니다. 말이 더뎌 고민인 것만큼이나 말이 지나치게 빨라 걱정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일명 '과잉언어증'으로 불리는 하이퍼렉시아(Hyperlexia). 서울시어린이병원 남민 원장은 과잉언어증을 앓는 어린이들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3세 아이가 아침에 신문이 배달되는 걸 기다립니다. 어서 읽고 싶어서죠. 실제로 술술 신문을 읽어내려가지만 실은 그 뜻을 이해하는 건 아닙니다. 이 경우 많은 부모는 활자만 파고드는 자녀를 영재라며 기뻐하지만 사회성 부족 등 다른 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도 봐야 합니다."

과잉언어증을 보이는 아이들은 글자를 매우 빠르고 기계적으로 읽어내려가지만 그 의미는 이해하지 못한다. 상대와 말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혼자 중얼거리는 일이 다반사다. 김수연 아기발달연구소 소장은 "하이퍼렉시아는 자폐성 발달장애아 등 뇌의 언어 영역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증세"라고 설명하면서 "상대방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책에서 통째로 외워버린 문장, TV에서 들었던 말을 계속 반복할 때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후천적 교육 환경으로 하이퍼렉시아 유사 증세를 보이는 아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자폐성 발달장애아는 아닌데 그와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는 얘기다. 남민 원장은 조기교육의 폐해를 지적한다. "2~3세 시기에 책, 비디오, TV 등 과도하고 장기적인 시각적 자극에 노출되는 것은 뇌세포 발달에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하이퍼렉시아를 초독서증(과독서증) 또는 비디오 증후군으로 해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2세 미만 어린이는 TV를 봐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지요." 김수연 소장은 영유아기 두뇌 발달에 대한 부모들의 오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영유아기 지능을 측정하는 기준은 이해력이지 표현력(스피치)이 아닌데도 많은 부모가 말이 빠른 것만 좋아하지 이해력이 떨어지는 건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을 유창하게 하는 아이가 똑똑하다고 오해하지요."

전문가들은 언어 발달에서 대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수연 소장은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어린이집 생활은 관계 형성을 기본으로 이뤄지니까요. 소통이 목적인 언어는 전인 자극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발달돼야 합니다. 전인적인 자극 없이 집에서 엄마가 일방적으로 읽어주는 책, 엄마와 단둘이 이뤄지는 학습성 책읽기가 하이퍼렉시아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거죠."

후천적 증세는 언어 치료, 음악 치료, 놀이 치료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1년 이상 증세가 지속되면 발달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아이가 어른스러운 말, 엉뚱한 말을 부쩍 많이 한다고 해서 과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김수연 소장은 "아이들은 독특한 표현을 접하면 그게 욕이라 할지라도 일정 기간 반복해 사용한다, 정상 발달 과정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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