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스타) 강희정 기자 = 굳이 정의하자면 'W'는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 드라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그저 로맨스, 서스펜스, 멜로의 합으로 정의하긴 아쉽다.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예측을 빗나가는 전개는 이종석, 한효주가 웹툰과 현실 사이를 오가듯 온갖 장르를 넘나든다.
지난 18일 밤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W' 9회(극본 송재정/연출 정대윤)에서 오연주(한효주 분)는 다시 웹툰으로 소환됐다. 강철(이종석 분)은 그를 기억하지 못 했고 오연주는 가슴을 앓았다. 그리고 방송 말미, 오연주의 아버지이자 웹툰 'W' 작가 오성무(김의성 분)는 얼굴을 잃고 진범과 하나가 됐다. 강철의 범인 찾기에 새 국면을 여는 반전, 시청자는 또 다시 일주일을 애타게 기다린다.
로맨스였다가 미스터리였다가.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속도감 있는 전개 덕에 시청자가 체감하는 'W'의 장르는 단순 '서스펜스 멜로'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W'가 매회 신선한 전개로 호평 받고 있다. © News1star / MBC 'W' 캡처
판타지로 치자면 완전히 새로운 판타지 드라마다. 사실상 숱한 드라마에서 각종 판타지를 소재로 사용해왔고, 이제는 드라마 속 어떤 배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대도 별로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그 가운데 'W'는 시청자가 앞서 접해보지 못 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내놨다.
'W' 속에는 강철이 본래 있던 웹툰 세계와 오연주가 살고 있던 현실 세계,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개의 세계가 완벽히 조율돼 있다는 점이다. 각 세상마다 개성 있는 인물들이 포진돼 있으며 어느 한 세계로 치우침을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현실 여주인공이 웹툰에 빨려들어간다'는 말로 설명하기 애매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건은 웹툰 안에서도, 현실에서도 비중 있게 전개된다. 진범은 현실, 웹툰 할 것 없이 차원을 넘나들며 범죄를 저질렀고 그 진범이 오성무라는 '실체'를 찾는 순간 얘기는 더 심오해졌다.
이 복합적 얘기를 시청자들에게 빠짐없이 이해시키는 것도 놀랍다. 극본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만의 얘기가 아니다. 'W' 소재는 자칫 촌스럽게 표현될 위험성이 다분한데 그걸 정대윤 PD의 세련된 연출이 빈틈없이 막았다. 'W'는 신선한 소재만큼이나 전달력이 뛰어난 드라마다.
이종석, 한효주가 'W'에서 각각 강철, 오연주로 분해 호흡을 맞춘다. © News1star / MBC 'W' 캡처
장르, 차원을 넘나드는 'W'의 전개는 멈칫대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뻗는다. 시청자가 으레 '이제 됐겠지' 마음을 놓을 때쯤 'W'는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속도감은 한 발 앞서고 늘 긴장감이 뒤따른다.
로맨스는 또 어떤가. 웹툰 남자 주인공과 현실 속 여성의 사랑이 이렇게 수월하게 애틋해질 줄이야. 이 비현실적인 설정에 시청자가 몰입하고 눈물 짓는다. 문득 '어? 이게 울게 하려는 드라마가 맞나' 의아할 수도 있다. 울고 나면 어느새 범인 찾기에 한창이니까. 로맨스라고 애틋함에만 절절하게 매달리란 법은 없다.
대놓고 눈물 짜내라는 드라마가 아닌데 가슴 아프고, 스릴러가 아닌 것 같은데 오싹하고, 판타지로만 볼 수도 없는데 그 세계는 너무도 환상적이다. 이젠 'W'의 장르 정의를 놓아주자. 기성 드라마의 복합체라기 보다 'W'가 선점한 장르의 시작점으로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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