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드라마 ‘원티드’는 끝났다. 아이 유괴사건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더 큰 사건은 따로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잇단 사망자 발생이라는 극단적인 사고였다. 시대상과 맞물린 소재는 드라마 감상 이상을 안겼다. 대한민국을 향해 비참한 심경을 담은 호소문이었다.
지난 18일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극본 한지완, 연출 박용순)가 종영됐다. 첫 회부터 정혜인(김아중 분)의 아들찾기에 집중했던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서 완전히 틀어졌다. 유괴됐던 정혜인의 아들은 무사히 엄마 품에 돌아왔지만, 이미 병을 얻은 이들은 하루하루 고통을 견뎌내고 있었다.
정혜인의 아들을 유괴한 최준구(이문식 분)는 생방송 ‘정혜인의 원티드’를 통해 반드시 세상에 밝혀야 할 사실이 있었다.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 있을 피해자들을 대표에 나섰다. 그건 바로 SG그룹이 만든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 상황.
7년 전 정혜인은 SG그룹의 며느리였다. 당시 정혜인은 SG그룹이 뭔가 사건을 은폐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과 프랑스로 떠나 살기를 희망했다.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싶었던 남편은 진실을 덮으려는 형에 의해 목숨마저 잃었다.
시간이 흘러 정혜인은 재혼했고, 행복한 삶을 사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어버렸고, 유괴범은 정혜인을 압박했다. 생방송을 진행하라는 조건까지 받은 상황. 정혜인은 PD 신동욱(엄태웅 분)과 작가 연우신(박효주 분), 박보연(전효성 분)의 도움을 받아 생방송 마지막회를 앞두고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유괴와 생방송으로 제 뜻을 이루려했던 최준구는 절망했다. 아직 세상에 SG그룹의 만행을 알리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유괴 사건을 맡았던 형사 차승인(지현우 분)은 최준구와 정혜인을 도왔다. 최준구를 뒤쫓는 SG그룹 덜미를 잡았고, 피해자들의 생방송 출연을 지켰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 반해 SG 회장은 끝까지 버텼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전면 부정했으며, 오히려 명예훼손이라고 맞섰다.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피해자들에게 사과 대신 뻔뻔함으로 일갈했다. 그 모습에 피해자들은 탄식했다.
박준구 역시 “뭘 해도 안 되는 거였네. 그놈들 다 죽여도 안 된다. 결국 내가 어린 애한테 몹쓸 짓만 했다”며 자살을 기도했다. 그러나 차승인이 박준구의 목숨을 구했고, 대신 죄 값을 치르며 사건 해결을 위해 살아있으라고 다독였다.
SG 회장은 체포됐지만,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권력을 활용해 법망을 빠져나가고, SG는 끝까지 피해 발생을 부정할 것이다. 그럼에도 차승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신동욱 역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알리는 방송을 멈추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정혜인은 예정된 생방송 분량을 마치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강조했다.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 잠재적 피해자들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걸로 추정된다”며 “우리 모두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함께 도와야 해결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원티드’ 속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올해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옥시 사건과 맞물려 리얼리티를 높였다. 그 어떤 진실도 혼자서는 해명할 수도, 밝혀낼 수도 없다는 메시지였다. 드라마는 끝났다. 하지만 현실에 남겨진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 /사진=SBS ‘원티드’ 화면 캡처
TV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