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대권 욕심에 비주류 소외감 … 대표 경선 '반친노' 역풍 의미 되새겨야
"2008년 총선에서 노 대통령의 권유를 뿌리치고 '정치 안 하겠다'던 사람들이 노 대통령 서거 이후 분위기가 바뀌자 개선장군처럼 당을 장악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친노세력에 대한 견제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차기 당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우세를 점쳤던 '친노직계' 이해찬 후보가 침몰 직전에 있는 것도 당내 비주류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내에서 당이 활력을 되찾고 정권교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친노의 양보와 비노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 안에 계파 또는 정파로서 '친노'의 존재와 관련한 논쟁은 의미가 없다. 이미 현실적인 정치결사체로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노'가 당의 주류라는 것은 숨길 수가 없다.
문제는 친노가 당내에서 지나치게 권력지향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때 "내가 한명숙 대표에게 총선 때 누누히 말했다"며 "친노가 대통령도 당대표도 다 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민주당은 온통 친노만 보인다. 지난 총선을 주도했던 한명숙 전 대표를 비롯해 문성근 대표대행도 대표적인 친노다. 이들이 총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이해찬 상임고문이 기다렸다는 듯이 당 대표로 나섰다.
여기에 친노직계는 문재인 상임고문을 대통령 후보로 적극 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조차도 소외될 지경이다.
장세환 의원은 "친노는 17대국회 때부터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집단의식에 갇혀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이후 이러한 정서가 더 강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당의 인적자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참여정부에서 총리와 장관, 비서실장 등을 하면서 지명도를 갖고 있고, 국정경험을 해 본 인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친노가 당의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항변도 있다.
실제로 친노 인사들이 김대중정부 출신이나 야권통합 과정에서 합류한 노동계와 시민단체 인사들이 갖지 못하는 정치적 감각과 적극성, 조직력 등에서 탁월하다는 점은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민주당 한 비노계 의원은 "그 사람들(친노)은 안되는 것도 되게 만드는 것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지만 "우리만이 옳다"는 '유아독존'식 사고와 리더십은 당내에서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킨다.
범친노 인사로 분류되는 부산의 조경태 의원은 "2008년 총선 때 노 대통령이 부산의 친노인사들에게 출마를 권유할 때 대부분 '정치안하겠다'며 불출마하거나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갔다"며 "그런데 노 대통령이 서거하고 분위기가 바뀌자 이들이 모두 개선장군처럼 돌아와 당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비노계인 김영환 의원은 "노무현의 그늘과 노무현식 '경로 의존성'으로는 우리당의 후보와 당대표는 될 수 있을지 모르나 대선 승리를 이룰 수는 없다"며 친노진영의 독주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 내에서 친노의 전횡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비노진영이 결집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간지대에 있는 정세균 상임고문 등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당내 중립적인 한 당선자는 "당내에서 가지고 있는 현실적 파워와 친노와 비노진영과의 관계에서 거중 조정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인물이 정세균 상임고문"이라며 "개인적으로 정 고문이 이번에 당 대표를 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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