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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못마신다"며 우는 대학 여자신입생을 선배가…

[기타] | 발행시간: 2012.06.05일 03:21
1·2학년 64% "억지로 먹어", 3·4학년 60% "먹여봤다"

술 강권 혐오하던 후배들… '우리네 문화'라며 닮아가

"딸 명문대 보내 좋아했는데 몇달새 얼굴 새카매져서 와"


본지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1~2학년 중 64%는 '선배가 권하는 술을 강제로 먹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신입생 때는 똑같이 강권하는 술에 불쾌했을 선배(3~4학년) 60%는 '후배에게 술을 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선배들의 변명은 '술자리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서'였다. 요즘 대학생들은 술을 안 좋아한다는 얘기도 많지만, 본지 취재팀이 확인한 '대학생 주폭'들의 모습은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허다했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대로 한복판 ‘원산폭격’… 26일 오전 3시쯤, 서울 신촌 인근 길에서 술에 취한 대학생들이 땅에 머리를 박는 기합을 주고 있다. 장난인지 실제 상황인지 구분이 안 됐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 [조선일보](왼쪽 사진)담배 물고 뻗어버린… 1일 오전 4시쯤, 서울 서교동 인근의 거리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취객이 담배를 입에 문 채 길에 쓰러져 있다. (오른쪽 사진)익숙한 풍경… 지난달 28일 오전 2시쯤, 서울 홍대 인근의 거리에서 대학생들이 술을 먹고 쓰러져 구토를 하는 친구의 등을 두드려주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yaho@chosun.com

↑ [조선일보]

◆"못 마신다는 이딴 소리하지 마. 우리 과(科) 전통이니까"

지난 3월 초 서울 소재 A여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이모(19)씨는 지금도 신입생환영회를 떠올리면 머리카락이 쭈뼛거린다. 선배로부터 "금요일 오후 6시까지 강의실로 집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책상 뒤로 다 밀고 3줄로 맞춰 앉아. 빨리빨리 안 움직여?"

선배들의 '군기 잡기'에 줄을 맞춰 선 신입생들의 손에는 소주 1병씩이 쥐어졌다.

"지금부터 앞줄부터 일어나 원샷을 한다. 다 같이 하나가 된다는 우리 과의 전통이니까 '술 못 마신다' 이딴 소리 하지 마."

누구도 거부 못하고 선배의 "마셔!" 소리에 들이켜기 시작했다. 한 명이 인상을 찌푸리며 병을 입에서 떼자 곧장 "야, 뭐 하는 거야! 빨리 안 마셔?"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울어도 소용없었다. 곳곳에 눈물을 흘리는 신입생이 나왔지만 "짜지 말고 마셔라"라는 말만 반복됐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던 이씨가 술병을 바닥에 놓고 출입문을 향해 달려갔다. 한 선배가 앞을 막아서고 말했다. "너, 여기서 나가면 우리 과에서 제명이야. 졸업할 때까지 왕따로 살고 싶으냐?" 결국 이씨는 꾸역꾸역 1병을 통째로 다 마셨다.

선배들은 세 번째 줄까지 술을 다 먹자 다시 첫 번째 줄에 소주 1병씩을 나눠줬다. 3병까지 다 먹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미 펑펑 울고 있는 신입생들도 있었다. 이씨는 2번째 병을 2~3모금 먹었던 기억까지만 있다. 그 이후 기억은 과방에서 시체처럼 쌓인 동기들 틈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술 마시는 게 '게임'이라니?

대학에 들어가면 신입생 환영회 외에도 복학생 대면식, 편입생 환영회, 졸업생과의 만남, 교수님과의 만남, 개강파티, 학과 총회, 중간고사 종결파티, 각종 세미나, 학회 설명회 등 끝없이 술자리가 이어진다.

서울 모 대학 1학년 김수연(19)씨의 경험담은 이렇다.

"일단 술자리에 가면 안 마시는 건 불가능했어요. '무조건 원샷!'을 외쳤고, 안 먹는 나를 둘러싸고 '동구밖 과수'원샷'!' 노래를 반복해 불러댔어요. 술을 조금씩만 먹으면 '손병호게임'이나 '베스킨라빈스31' 같은 실력과 상관없이 특정한 사람이 걸리게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술을 먹입니다. 억지로 참고 몇 잔을 먹으면 '너, 술 잘 먹는구나. 역시 먹으면 (술이) 는다니까'라면서 더 줬어요. '내가 쓰러져야 이 술을 안 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김씨는 결국 위장병으로 이달 초 병가 휴학계를 내고, 대구의 부모님 집으로 내려가 있다. 김씨의 아버지(50)는 "주변에서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 자식 보냈다고 축하를 받았었는데, 공부하라고 보낸 대학에서 술만 퍼먹었는지 몇 달 만에 얼굴이 새카매져서 돌아왔다"며 "다음 학기에 서울로 올려 보낼 생각만 하면 걱정이 돼 죽겠다"고 말했다.

◆주폭 선배를 닮아가는 신입생, 똑같은 선배 된다

술을 강권하는 선배를 혐오하던 후배가 똑같이 술을 강권하는 선배가 되는 이유는 '술 강권하는 문화'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후배들은 술을 강권당하는 상황이 불쾌했다는 응답이 48%(42명)이었지만, '술 문화의 하나로 이해했다'는 응답도 36%(32명)나 됐다. 술을 권하는 선배들도 술을 강권하는 이유로 '술자리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서'라고 답한 학생이 56%(60명)로 가장 많았다. 술을 강권하는 것이 '잘못된 술문화'라는 인식보다 '우리의 술문화'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설문에 응한 박모(29)씨는 "결국 강권하는 술문화를 우리네 문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똑같아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대학생 음주문화에 부모들의 속만 타들어간다. 대학교 3학년 딸을 둔 차모(52)씨는 "밤 11시 30분이 넘어가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했다. 12시까지는 집에 들어오기로 딸과 약속을 했지만 딸에게는 '엄마 혼자 한 약속'이다. 차씨는 "새벽 2시가 넘어서 술에 잔뜩 취해 비틀거리며 들어온 딸이 당당하게 엄마에게 맞고함을 치니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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