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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민족'론/채영춘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6.27일 11:10
□ 채영춘

  어느때부터 조선족이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민족”으로, 연변이 “노래와 춤의 고향”으로 호칭되였는지 알바 없지만 우리는 오래동안 이 호칭에 많이 익숙해져있는게 사실이다. 거기다 조선족사회가 보유하고있는 “례의지방”, “축구의 고향”, “나라를 사랑하는 민족”, “교육을 중시하는 민족”, “문화를 숭상하는 민족”, ”로인을 공경하는 민족” 등 “월계관”과 복합되는 과정에 우리는 이 호칭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이는데 습관돼왔던것 같다.

  그런데 얼마전 주내 한 매체의 지인으로부터 연변형상홍보영상물의 테마를 “노래와 춤의 고향”으로 정하는게 어떠냐는 어느 관계자의 제의를 받은적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마음 한 구석에 싸늘한 한기를 느끼게 되였다.

  어떤 의도인지는 몰라도 연변의 대표적형상상징물을 “노래와 춤의 고향”에 맞춘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조선족사회총체성을 구성하는 몇개 특점에서 “노래와 춤의 고향”이라는 한 편단만 가지고는 연변과 조선족사회를 제대로 인식할수 없으며 따라서 자칫하면 조선족에 대한 부적절한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많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춤 추고 노래 부르는것은 일종의 인간감정의 표출형식일뿐이다. 노래나 장단에 맞추어 몸을 률동적으로 움직이는게 춤이고 말에 가락을 붙여 예술성을 가지도록 하는게 노래이다.

  우리 나라에서 춤 잘 추고 노래 잘 부르는 소수민족이 조선족뿐이 아님은 세상이 다 안다. 언어와 문자가 없는 개화되지 못한 민족일수록 춤과 노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것도 우리는 알고있다. 농경민족으로부터 문화민족으로, 반도인으로부터 중국소수민족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조선족의 력사는 노래와 춤을 동반해왔고 노래와 춤이 조선족 삶의 애환과 엉켜져있다 하더라도 노래와 춤은 매개물일뿐이다. 력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조선족과 그들의 삶의 터전인 연변을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민족”, “노래와 춤의 고향”으로 정립시킨다면 조선족 삶의 궤적이 불투명하게 되고 연변원소의 리해에서 혼선이 빚어질수 있으며 본의 아니게 조선족의 150년 력사를 단순화시키는 결과로 떨어질수 있다는게 필자의 소견이다.

  조선족의 피어린 이주력사를 모르면 조선족의 철저한 혁명정신과 애국신념을 리해할수 없으며 왜 조선족이 몇만명의 혁명렬사를 방출할수 있었는가에 대해 정확한 해답을 내릴수 없다.

  “산마다 진달래, 마을마다 렬사비”, 이는 연변만이 향유할수 있는 독특한 자연, 인문 경관이다. 하경지시인의 이 함축성 있고 형상적인 서술은 조선족과 연변의 력사와 현재를 완벽하게 리해할수 있는 루트로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소수민족들과 마찬가지로 “노래와 춤”은 연변조선족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문화현상이지만 결코 우리만의 단독 특허권이 아니며 연변의 전부는 더더욱 아니다. 연변에서 “노래와 춤”은 조선족의 독특한 음식문화, 복식문화, 례식문화, 효도문화와 더불어 조선족문화의 구성부분이지 연변이 다른 소수민족지역과 구별되는 대표적형상의 상징물로 되기에는 어불성설이다.

  우리의 미풍량속이 내포하고있는 조선족의 원소를 정확히 발굴하고 전승하는것만이 우리 조선족과 연변을 정확히 인식시키는 정도(正道)일것이다. “노래와 춤” 자체보다도 그뒤에 내포돼있는 깊은 뜻에 초점을 맞추어야만 그 어떤 편견과 오해를 빚지 않을수 있다. 이를테면 효도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킨 연변의 로인절, 로인들의 무병장수를 기리여 연변의 곳곳에서 로인들을 모시고 성대하게 벌리는 노래와 춤 마당은 조선족 “효도문화”의 집대성된 구현으로 인식돼야지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민족”임을 대외에 과시하기 위한 축제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연변의 풍토와 더불어 술문화 또한 타지방 손님들에게는 하나의 연변 “풍경선”으로 각인되여있다. 연변의 화끈한 “술대접”은 내지손님들에게 있어서 거의 “공포”의 수준에 가깝다고 할수 있다. 술상을 벌려놓고 수저와 쟁반으로 장단을 치면서 춤 추고 노래 부르는 광경은 타지방손님들에게는 그야말로 기막힌 “볼거리문화”로 소문났다. 술 뒤끝에는 2차, 3차 “작전”이 이어진다. 다른 소수민족들도 무색해할 대목이다. 그래서 조선족은 “술을 즐기고 놀줄 아는” 민족이라는 설도 있다. 찬양인지 비난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민족”이라는 호칭이 “술을 즐기고 놀줄 아는” 민족이라는 평가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수 없다. 연변가무단은 “노래와 춤의 고향”이라는 연변을 대외에 인식시키는 “명함장”이지만 연변을 바라보는 세상사람들의 눈길은 가무단이라는 연예단체 한곳에만 국한된것이 아니라 연변조선족사회풍토 전반을 대상하고있다. 물론 “술을 즐기고 놀줄 아는” 이색적인 풍토를 망라하여.

  때문에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민족”이라는 연변조선족의 호칭을 자랑스럽게만 받아들이지 말고 이 호칭이 내포하고있는 다른 일면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노래와 춤의 고향”으로 연변의 대표적형상을 상징하려는 의도가 여하하든 가당치 않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우수한 민족의 미풍량속은 시대와 함께 해야 한다. 연변 그리고 조선족의 많은 호칭은 대체로 지난 계획경제시대 페쇄적인 변연지역환경에서 형성되였다. 오늘날 세상은 천지개벽의 변화를 가져왔다. 어제날 편벽하기 짝이 없던 변강 연변이 오늘날 동북아의 복지, 두만강국제협력개발의 전초지역으로 탈바꿈하였고 “우물안의 개구리”로 바깥세상을 몰랐던 연변조선족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로 신나게 들락거리며 글로벌시대를 몸으로 체험하고있다. 조선족인구의 마이나스장성, 인구의 대이동, 시장경제의 충격에 따른 조선족사회의 지각변화도 심각하다. 우리의 민족문화, 민족교육, 효도문화, 례의문화 등 세상에 널리 알려져있는 우수한 문화풍토가 사상 전례 없는 시련에 봉착하고있다.

  21세기에 걸맞는 연변원소의 재정립, 연변정신의 재창출, 연변조선족형상의 재창조는 우리 모두의 시대적책임으로 나서고있다.

  한 지역과 도시의 “정신”은 그 지역과 도시를 이끌어가는 국민형상의 축소판이라 할수 있다. 북경시는 시민들의 공동 발굴, 토론에 힘입어 “애국, 창의, 포용, 후덕”을 새로운 시기 북경정신으로 내놓았다.

  요즈음 주당위 선전부가 전 주 범위내에서 벌리고있는 “연변형상선전문구모집” 캠페인은 참으로 큰 의미를 띤다고 생각한다. 전 주 여러 민족 인민들의 관심과 토론에 기대여 21세기 연변사회발전에 걸맞는 연변형상상징문구가 창출되고 따라서 이를 계기로 우리의 모든 호칭을 시대적안목으로 재검토, 재성찰하면서 새로운 연변을 힘입게 견인하는 “연변정신”이 출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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