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19금 성인코드를 본격 차용하고 있다. 방송콘텐츠로는 'SNL코리아'와 '신사의 품격'이 눈에 띈다. 영화 <은교>, <간기남>, <돈의 맛>은 19금 성인영화임에도 1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영화 <후궁>은 300만 관객을 향해 치달아가고 있다.
특히, 'SNL코리아'와 '신사의 품격'은 자극적인 장면보다는 대사와 재담으로 성적 코드를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삼 이런 콘텐츠가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다만, 콘텐츠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각해볼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선정적인 장면은 인터넷에 얼마든지 존재하고, 심지어 15세가의 영화나 드라마에도 등장한다. 케이블 채널의 경우에도 단순한 성적 코드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은유적인 성적 코드가 중요할 것이다. 다만, 그 강도와 직설성 여부에 관계없이 성적 코드가 대중문화 전반에 강해졌다. 그러한 강도에 임하는 대중들은 그 수용과 용인의 정도에서 더 유연해졌다.
중요한 것은 어떤 콘텐츠 내용이냐 일 것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신동엽, 박진영이 등장하는가, 그렇지 않는가도 중요하다. 즉 사람과 캐릭터의 요소도 좌우된다. 성인들이 즐길 콘텐츠가 없는 점도 존재하겠다. 다만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인식의 변화와 함께 그런 콘텐츠에 집착하게 되는 원인이 따로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 때문이다.
생물학 박사인 바버라 에런 라이크는 최저임금으로 과연 먹고 살 수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 육체노동자로 3년 동안 노동을 한다. 그 결과로 쓴 책이 <노동의 배신>이다. 워킹 푸어에 관한 체험기를 담고 있지만 문화 현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합의점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최근 대중문화가 야해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단초를 준다는 점이다.
그가 청소부 일을 하면서 즐겁게 보는 것은 드라마였다. 물론 평소에 그런 드라마들을 즐겨보지는 않았다. 드라마 중에서도 원초적인 재미를 주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시청환경이나 조건의 패턴이 바뀐 것이다. 한편 육체노동을 하는 남자 동료들은 낮에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술을 먹고 원 나잇 스탠딩을 했는데, 노동의 강도가 강할수록 그 즐거움이 컸다.
즉 육체적 노동의 강도가 강할수록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즐거움에 더 집중하고 그것에 얻는 재미가 크다는 것이다. 인간이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는 제한 되어 있다. 한 곳에서 에너지를 소진하면 다른 곳에 집중할 여지가 적다. 긴장이 높아지면 그것을 쉽고 자연스럽게 풀려는 것이 본능이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방법으로 말이다. 사유와 추상화는 매우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80년대, 3S정책의 일환으로 에로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경제적으로는 호황과 고도성장을 이룰 때 이었지만 사회구성원들은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릴 때이다. 그 뒤 중산층의 폭발은 거꾸로 문화의 품격을 찾는데 일조를 했다. 원초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격조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이는 다시 97년 외환위기를 통해 흐름이 다시 되돌아간다. 닷컴부흥으로 인한 경제 활황으로 이후 문화담론이 격상되고 만다. 닷컴 붕괴와 서브프라임 사태, 그리고 유럽 발 경제위기마다 원초적인 재미코드는 파고들었다. 피로사회가 될수록 원초적인 쾌락에 관심이 간다.
영국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이 6월 발표한 '2012년 행복지수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HPI)는 43.8점으로 세계 151개국 중 63위였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4.2점으로 평균(6.23점)에 못미쳤고 34개 회원국 가운데서는 32위였다. 충분한 소득과 안정된 고용환경, 빈부격차의 해결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행복하지 않은 것은 경쟁은 격화되고 그 와중에 스트레스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직접적인 부담과 긴장이 있을수록 고차원적이거나 품격의 콘텐츠 활용보다 원초적인 차원의 재미와 쾌감을 찾는다. 그것은 알콜이나 담배, 마약 과 같은데 미치는 것보다 낫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원초적인 코드만 있기 때문에 소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