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선 지도자의 새로운 모습, 변화의 시그널(信号)인가?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쓰는 와중에 평양에서 대규모 심야 열병식이 열렸다. 스케일과 화려함으로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날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0일 0시에 열린 로동당 창건 75돐 열병식 연설에서 ‘미안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10여차례 반복하며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평양시 당원들의 노력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안경을 벗어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의 새로운 지도자가 보여주는 이 같은 인간적인 모습에 대해 한국 국내 여론은 갈리고 있다. 보수진영은 고도로 연출된 ‘악어의 눈물’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반면 진보진영은 ‘변화의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사랑하는 남녘동포들이 보건위기를 극복하고 손을 마주 잡자”고 발언한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연출이든 자연스러운 것이든 조선 지도자의 눈물은 조선이 변화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정은 위원장은 권좌에 오른 이후 일관되게 ‘인민대중 제일주의’와 ‘변화’를 내세웠다. 이는 조선의 지도자가 새로운 길을 걷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열병식에서 우리는 조선이 보내는 몇가지 시그널을 읽을 수 있다.
첫째, 위협 대신 협력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협력을 제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된 종전선언 의지에 대한 화답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자력갱생’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조선이 겪고 있는 3중고(감염병, 자연재해, 대북 제재)를 국제사회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 인민과 함께 성공적으로 극복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안하고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젊은 지도자가 이끄는 새로운 조선이 보내는 변화의 시그널에 국제사회가 화답할 차례다.
/호국
권기식은 한국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력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청화대학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 대학교 석좌교수와 남양주시 국제협력 특별고문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