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여의도 흉기 난동 사건 범인 검거의 ‘영웅’은 무술 고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23일 브리핑에서 이각수(52) 명지대 사회교육원 무예과 교수가 범인을 발차기로 제압한 뒤 추격해 검거에 일조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할일을 했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이 교수는 범인 검거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이 교수는 후배와 의논할 일이 있어 여의도를 찾았다가 노상 주차장에 주차시켜놓은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사건을 목격했다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귀를 찢을 듯한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범인이 남성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뒤, 여성 피해자를 찌르고 도망치는 남성 피해자를 쫓는 중이었다. 바로 이때 이 교수가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현장으로 뛰었다. 하지만 범인은 흉기를 든 채로 이 교수 쪽으로 달려왔다.
무술로 단련된 이 교수는 범인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지만 빗나갔고 범인은 달아나는가 싶더니 몸은 돌려 이미 흉기에 찔린 여성 피해자를 재차 찔렀다. 또다시 피해 여성을 찌르려는 순간 이 교수의 발차기가 적중했다.
범인은 뒤로 나동그라졌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던 중에도 범인은 행인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몇명이 또 찔렸다. 계속 추격한 끝에 막다른 골목에 갇힌 범인은 처음엔 흉기를 들이대며 저항하더니 나중엔 제 목에 흉기를 갖다대며 다가오지 말라고 위협을 했다.
대치를 벌이던 중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고 ‘위험하니 물러나라’며 대치 상황을 인계했다. 이후 경찰은 전기총(테이저건)을 발사해 범인을 제압해 검거했다.
이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친 사람이 나왔는데 공로를 세웠다고 볼 수 없다”며 자책에 가까운 겸손을 보였다. 그는 “흉기를 든 범인이 시민을 마구잡이로 찌르는 상황이었고 그냥 두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긴박한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 정도는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더 이상 다른 사람이 다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종합격투기 선수시절 베트남에 대회 참가차 방문했다가 갱단을 만나서 흉기를 든 갱단과 대치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흉기를 든 상대와 맨몸으로 싸워 제압한 기억이 있었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 교수는 명지대 사회교육원에서 합기도를 가르치고 있으며 합기도 8단, 종합격투기 8단, 검도 7단, 태권도 5단 등 각종 무술 28단에 이르는 ‘무림 고수’이다. 현재도 하루 3시간 이상 꾸준히 운동으로 단련한다고 했다.
경찰은 이 교수 등 범인 검거에 공을 세운 시민 4명에게 포상과 표창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만일 포상금이 주어지면 다친 분들 치료비로 쓰시라고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일반인이 맨손으로 흉기를 든 범인과 대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일 흉기 범행의 대상이 됐다면 들고 있는 우산이나 가방 등으로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들고 있는 물건이 없으면 주변에 있는 막대기 등으로 자신을 보호하면서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하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긴장하지 말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만일 목격자의 입장이 된다면 “각목 등을 활용해 대치를 하면서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F1 종합격투기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종합격투기연맹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