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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 영탄곡/채영춘

[중국조선족문화통신] | 발행시간: 2010.10.13일 10:07
요즘 한국에서는 배추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한포기에 한화 1만 4000원(인민페 원)까지 엄청 폭등하던 배추가 대형마트들에서 아예 동이 나버려 시민들의 아우성이 이어지고 음식점에서 서비스로 무료제공하던 배추김치에 값을 매기는가 하면 회사 구내식당에서는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를 내놓아 회사원들의 불만을 야기하고있단다.

정부의 관계자는 국정감사회의에서 《정부의 국빈오찬에 배추김치도 오르지 못한 쓸쓸한 오찬》을 떠올리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역설하고있다. 이같은 긴급사태에 대비해 한국정부는 중국으로부터 배추를 수입한다는 비장한 결책을 내리기에 이른다. 신토불이(身土不二)를 그처럼 웨치며 중국산농산물에 대해 왈가왈부하던 한국이지만 이번에는 어쩔수 없이 주저앉고만것이다. 쌀밥의 주요파트너로서의 배추김치가 우리 민족한테는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준 대목이면서 또한 쌀밥의 립지를 확실히 설명하는 사례라 할수 있겠다. 물론 쌀밥위주의 초식민족의 나라에서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곡물과 채식만을 해온 초식민족이 육식민족보다 창자가 3메터 정도 더 길다고 한다. 물론 복강(腹腔)용적도 더 클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잘먹었다는 표현을 대부분 《배불리 먹었다》《배를 채웠다》《배가 세간나겠

다》등 육식민족보다 더 큰 복강에 량적으로 음식을 많이 채워넣는것을 식사의 기본으로 여겨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음식의 주체가 쌀밥으로 이어져왔던것도 사실이

다.

우리 말 속담에는 《쌀이 막대다》《쌀이 약이다》《쌀 한알 보고 뜨물 한동이 다 마신다》등 쌀밥 지상주의 글들이 참 많다. 우리 식탁메뉴에서 절대 빠질수 없는 배추김치나 장국도 결국은 쌀밥에 곁들여졌기에 그 매력이 과시된다고 생각한다.

생리구조적으로 육식민족과 틀린 우리에게 쌀은 명줄이

였다. 쌀을 대신하여 배를 불릴 다른 음식이란 도저히 상상할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을 맞고있다. 물질풍요와 더불어 칼로리과잉이 인간생

명의 이슈로 되면서 쌀밥에 대한 우상화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 같다. 건강을 위하여 쌀밥을 멀리한다는 풍조가 점차 고조되고있는 가운데 우리의 음식구조가 심각한 변혁을 겪고있음이 또한 오늘의 현주소가 아닌가 한다.

그제날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밥상의 중심위치를 지켜왔던 쌀밥의 권위가 중국음식문화와 서방음식문화의 이중도전으로 흔들리고있는것이다. 유툐우(油条), 허워궈탕

(火锅汤), 양러우촬(羊肉串)과 같은 각종 기름진 한족과 기타 민족료리의 잠식, 비스케트, 햄버거, 치킨, 피자, 돈까스, 스테이크 등의 서양음식의 가세로 쌀밥위주의 우리 식사메뉴는 몸살을 앓고있다. 일반 조선족가정에서 식사메뉴를 둘러싸고 세대갈등이 보편화되고있다. 사실 도시의 대부분 조선족 엔세대들한테서 우리의 전통식사메뉴

는 언녕 빠이빠이한지 오래다.

오늘의 개방환경에서 배타적인 태도로 다른 민족의 음식문화를 전부 거부하는것은 틀린 자세이겠지만 남의것은 다 현대적이고 우리 자신의것은 다 촌스럽고 진부하다

고 여기는 생각 자체가 비과학적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영양실조에 허덕이던 지난 세월처럼 쌀밥에 김치와 장국을 곁들여 《배불리 먹는》것을 최상의 락으로 여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음식의 량으로 질을 대체하던 그 몸서리쳐지던 나날들도 인제는 옛말로 되고있다. 그러나 쌀밥자체를 거부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우리 민족 음식문화의 주체성

을 상실한다면 우리 민족 문화 전반이 흔들릴수도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한족음식이나 서양음식에서의 우수한 점을 우리 민족 음

식에 잘 접목시켜 조선족음식문화의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전통과 현대의 일체화를 형성하는 과정에 우리 민족 음식문화의 독보적인 존재가치를 잘 살려내는것만이 바람직한 일일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전통적인 음식인 짜장면을 수입해들이여 완전히 한국인 케스의 짜장면으로 개량하여 한국 서민음식의 깜짝스낵으로 둔갑시켰고 서양의 햄버거를 한국인의 식성에 맞게 김치버거로 탈바꿈시키고있다.

우리에게는 조선족이라는 이 부호에 걸맞게 우리 나라 여러 민족과 한국, 조선을 망라한 여러 나라 식단에서 조선족이 선호하고 다른 민족이 받아들일수 있는 음식문화의 정수를 가져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의 효과를 거둘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쌀밥문제를 별볼일 없는 먹거리타령으로 대하지 말고 우리 문화성곽에서 가장 토대적인 한 부위가 위험수위에 접근하고있는데 대해 우리 민족 사회성원 모두가 깊은 우려와 고민을 해야 마땅한줄 안다.

시간과 공간이 지구화할수록 문화적지방성이나 피줄의 개별성이 더욱 짙어진다는 점을 보다 실감케 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음식문화가 문화적지방성이나 문화의 개별화에서 간판 파수군으로 되고있다. 연변이 다른 지역과의 특수성, 조선족이 다른 민족과의 차이점을 음식문화가 보여주고있다고 하여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것이다.

중국 기타 민족과 서양음식문화의 도전앞에서 우리는 조선족전통음식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요소를 고양하고 조선족 음식문화에 대한 긍지감과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오늘날 우리 건강관리에서 쌀밥에 대한 무근거한 질타와 랭대, 우리 전통음식에 대한 억울한 루명은 바로잡아야 한다. 틀린 식습관과 쌀밥자체사이에는 그 어떤 련관성도 없다. 우리는 재래로 내려오면서 형성된 조선족의 잘못된 식습관과 음주문화, 그밖에 이미 문제시되고있는 서양음식과 기타 민족음식에서 건강관리의 허점을 찾아야 할것이다.

쌀밥중심의 우리 밥상 메뉴공간을 다른 민족음 식메뉴에게 양보하는것은 우리 민족 문화의 엄청난 분야를 다른 민족에게 서둘러 동화시키는 꼴이 된다.

언어, 복장, 거주, 음식, 생활 등 모든 풍속습관이 완전히 본고장 다른 민족에게 동화되여 조선족의 형태를 철저히 잃어버린 하북성 박씨성 조선족부락, 로씨야 연해주 고려인들의 비극이 연변지역에는 재연되지 않는다는 그 어떤 보장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쌀밥이 그냥 배를 불리는 곡물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과 틀린 음식문화를 영위해가는 독보적인 존재임을 과시하는 부호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것이다. 조선족의 구수한 쌀밥냄새, 찌개냄새, 김치냄새가 다른 전통료리와 더불어 먹자거리 곳곳을 진동하고 따라서 상해

엑스포 연변음식매대로 몰려들던 세계 각지 관광객 인파처럼 그 담백하고 순수하고 정갈하고 생태적인 쌀밥중심의 기막

힌 조선족음식시리즈에 도취돼보고저 연변을 찾는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10년 10월 5일

연변일보 201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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