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정환의 ‘맛있는 집’
술 한 잔이 그리울 때 갈 곳은 많다. 하지만 가서 ‘깡술’을 마실 것이 아니라면 안주 맛, 가격, 분위기까지 모든 조건이 만족스러워야 한다. 이럴 때 들를 만한 곳이 서울 용산구 문배동 40-31 금호리첸시아 103동 107 숯불구이·사시미 전문점 ‘화산공’(02-786-7464)이다.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역 2번 출구에서 3분 거리다.
문을 연지 3개월 남짓한 따끈따끈한 새 가게이고, 대로변에서 한 블록 뒤로 들어와 있지만 홀과 룸, 바까지 70여석 실내는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인산인해다.
원래 이 집은 가수 출신 드라마 제작자 안원철 사장과 문화 마케팅 전문가인 김기남 사장이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해 만든 안테나 숍이다. 즉, 프랜차이즈를 시작하기 전 고객 니즈를 확인하고 자신들의 메뉴와 서비스를 점검하기 위해 차린 가게다. 대로변보다 입지조건이 불리한 곳에 가게를 열어 테스트를 시작한 이유다. 그런데 안주 맛이 탁월한 데다 가격마저 만만하다 보니 손님이 몰리고 있다.
‘화산공’은 ‘불을 다루는 장인’이라는 의미다. 오픈 주방에서는 손님의 주문을 받으면 품질 좋은 비장탄 숯불 위에서 각종 요리를 굽게 되는데 이때 불길이 치솟아 식재료를 초급속으로 구워낸다. 덕분에 맛과 영양 파괴가 최소화되고 잡냄새도 사라진다. 동시에 손님들에게 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준다.
이렇게 준비되는 메뉴가 ‘숯불구이 삼겹 스테이크’(1만5000원)다. 라디치오, 겨자잎, 치커리, 적로즈, 백로즈, 비타민, 양상추 등 7가지 야채에 숯불에 구워낸 두툼한 삼겹살을 올리고, 이정인 메뉴개발 이사가 겨자씨와 각종 과일즙으로 특별히 만든 소스로 맛을 낸다.
야채로 삼겹살을 감싸서 입에 넣어봤다. 혀끝에 느껴지는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단 마음에 든다. 그리고 삼겹살을 한 입 깨무는 순간 느껴지는 부드러움이 흡족하다. 씹으면서 알게 되는 고기 맛은 한 마디로 예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느끼함이 전혀 남지 않는다. 숯불에서 구운 데다 소스의 감칠맛이 뒷맛마저 개운하게 한다.
이어 ‘숯불구이 대꼬치구이’가 나왔다. 삼겹살, 닭날개, 은행, 삼겹살 아스파라거스 말이, 삼겹살과 대파, 마늘, 닭가슴살 명란 등 7가지 요리가 숯불 위에서 각각 조리된 뒤 제각기 긴 꼬치에 꽂혀 나온 푸짐한 모습이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맛은 어떨까. 역시나 훌륭하다. 각각 시키면 종류별로 4000원에 7가지로 2만8000원이지만 7가지 세트 메뉴를 택하면 훨씬 저렴(2만3000원)하게 즐길 수 있다.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 ‘탄탄카라 미소라멘’(7000원)을 주문했다. 면은 우동이 아닌 라멘이지만 새빨간 국물이 짬뽕 그대로다. 바로 이 국물이 특별하다. 먹어도 먹어도 느끼함이나 달착지근함이 없고, 매콤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조미료를 절대 넣지 않고 해산물 재료로만 국물을 내고, 매운 맛 역시 캡사이신 첨가물을 넣지 않는 덕이다.
이 집이 숯불 요리만 뛰어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튀김요리 또한 일품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메뉴가 ‘새우튀김’(1만3000원 )이다. 맛은 있지만 튀김 특유의 느끼함이 싫어서다. 하지만 동행 탓에 어쩔 수 없이 새우튀김을 맛봤다. 아, 예술이다. 새우의 크기는 작지만 그 맛은 자연산 대하 못잖다. 튀김은 어떻게 만드냐가 중요한 듯하다. 문어 다리를 잘 다진 뒤 둥글게 뭉쳐서 기름에 튀겨낸 ‘문어 가라아게’(1만3000원)도 맛깔스럽다.
30여가지 메뉴는 매일 새벽 가까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직접 장을 봐온 재료로 만든다. 그래서 더욱 신선하고 믿음직스럽다. 다만, 또 다른 별미로 정평이 난 ‘사시미’를 사정상 맛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활어를 먹을 때 가장 맛있어지는 3~5시간 숙성법을 통해 준비한다는데 먹어본 사람들이 그렇게도 격찬하니 다음에 꼭 체험해보련다. 사케는 2만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30여종을 갖춰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 특히 메뉴판에 자세히 적혀 있어 사케 초보도 쉽게 선택 가능하다.
연중무휴로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문을 연다. 영업 시간 중에는 인근 지역에 모든 메뉴를 진공포장, 배달해주기도 한다. 주차는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