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는 세 아이의 아빠에서 이제는 엄마가 된 트랜스젠더 의뢰인이 등장했다.
의뢰인은 "원래 세 아이의 아빠였는데 지금은 엄마가 됐다"며 "아빠인 줄 알고 열심히 살았는데 보니까 내 속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의뢰인은 성 정체성을 뒤늦게 자각했다고 말하며 "난 팬섹슈얼 성향이다. 성별 상관 없이 그 사람이 매력 있으면 사람을 사람으로서 좋아하다 보니까 그런 쪽에서도 내가 다르다고 못 느꼈던 거 같다. 그냥 성향만 예쁘고 싶고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의뢰인은 본인의 정체성을 모른 체 결혼을 했고, 이후 여러 상황을 겪으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결혼 후 버거운 부분이 많았다. 회사 생활하면서 몸이 많이 아팠고, 그런 와중에 형제도 아파서 먼저 떠나게 됐다"며 당시 힘들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전 부인이 외국인인데 한국말을 잘 못해서 10년간 케어해야 했다. 또 첫째 아이가 중증 자폐를 앓고 있어서 아예 말도 못 하고 대소변도 못 가리는데 그런 상황에 부모님도 모셔야 했다. 웬만한 남자들보다 돈도 잘 벌어야 했고, 엄마 역할도 잘해야 했다"며 눈물 지었다.
이미지 = 무엇이든 물어보살 제공
결국 의뢰인은 3년 전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그는 "전 부인에게 말했을 때 '그럴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놀라워 했다. 현재 이혼한 상태라는 그는 "아이들은 전 부인과 살고 있고 주말에는 내가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빠였던 의뢰인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큰언니'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의뢰인은 "10세인 둘째 딸이 '큰언니는 왜 여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어서 '성별 요정이 씨앗을 반대로 물어줬다. 그래서 원래 큰언니 모습으로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라고 했다"며 "둘째가 '요정이 그런 실수를 해서 큰언니를 왜 아프게 하냐'고 하더라"고 전해 뭉클함을 전했다.
사연자는 "주변에서 이해해 주지 않는 사람들은 많이 떠났다. 거의 80% 이상은 떠난 거 같다. 처음에는 다들 괜찮다고 하다가 다들 변해가고, 여성스러워질수록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 스스로는 당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장훈은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서 가능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여러 가지로 생각이 바뀔 거다. 아이들이 '이제 학교 오지 마'라고 하는 날도 올 거다. 그때 본인이 엄청나게 상처받고 슬퍼할 거다. 그러니까 내가 왜 이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잘 이해시키고 몇 배 이상으로 아이한테 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 향한 시선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소수다. 그걸 견디고 인내하고 점점 세상이 바뀌길 바랄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과의 교감만 좋으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처는 받지 마라. 본인이 선택한 게 있으니 그만큼 감당해야 할 일도 있는 거다. 그걸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차근차근 변해가는 거다"라고 조언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