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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스승님이 있어 행복하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9.17일 09:40
●[연길]장송심

나는 딱친구인 선자를 끌고 룡정으로 가는 뻐스에 올랐다. 차창밖으로 쏜살같이 뒤로 비켜서는 나무와 집과 밭들로 이루어진 시원하고 청신한 교외의 풍경을 흠상하노라니 지난밤 잠을 설쳐서 빠개지는듯하던 머리의 아픔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침침하던 가슴이 확 열려와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언녕부터 꼭 한번은 초중시절에 신세를 많이 졌던 선생님들을 찾아보려고 윽별렀었는데 벼른 도끼 무딘다고 그동안 게을렀던 내가 인제야 그 약속을 지키려고 이렇게 길을 떠난것이다. 룡정과 연길이 뻐스로 반시간이면 도착할수 있는 지척이여도 그동안 몇년은 발길이 더디여졌던 곳이라 오랜만에 이곳에 도착하니 모든것이 낯설어보였다.

룡정백화상점에서 두 선생님한테 선물할 멋진 시계를 사서 곱게 포장하고 초중때 친구인 천희한테 전화를 걸었다. 당장 퇴근하겠다고 하면서 자기가 경영하는 《청두구곱돌밥》음식점으로 오라고 한다. 선자와 함께 삼륜차에 올랐다. 비닐로 주위를 막고 좌석에는 청일색으로 빨간 주단을 두껍게 깐 삼륜차에 앉아 인력거군의 뒤모습을 바라보노라니 마치도 이전에 본 영화 《락타샹즈》의 주인공 호뉴가 떠오르면서 괜히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식당에 도착해서 김동식선생님한테 전화를 하였더니 선생님은 아직도 룡정5중에서 졸업반을 맡아하는 몸이기에 방학에도 출근이라면서 11시 20분이면 식당에 도착할수 있다는것이다. 《황운성선생님도 함께 모시고 와주세요》하고 청드니 통쾌히 대답하시는것이였다. 이제 금방 그렇게도 그립던 존경하는 두 은사님을 만날수 있다고 하니 너무도 흥겨워 코노래가 흥얼흥얼 나왔다.

황운성선생님은 내가 농촌에서 룡정5중으로 전학하면서 크게 신세를 진 분이시다. 당시 룡정시가지에 친척이 없었던 우리 집에서는 사처로 수소문하여 룡정5중의 황운성선생님을 알게 되였다. 황운성선생님은 구지욕으로 끓고있는 나를 기특히 여겨 전학수속을 다 하고나서 하숙집은 어느 부근에 잡았는가고 상냥히 물으셨다. 하숙해야 할 집이 한달후에야 룡정으로 이사오고 그때 가서야 제대로 학교에 다닐수 있다고 어머니가 대답하시니 1초라도 아껴야 할 귀중한 학습시간을 한달동안 떼우면 그 손실이 얼마냐 크냐하시면서 자기가 집에 가서 안해보고 상의해보겠으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얼마 안되여 다시 돌아오신 선생님은 학교울안에 집이 있으니 학교에 다니기도 편하다면서 두말말고 함께 가자면서 집을 향해 앞장서서 씨엉씨엉 힘차게 걸으셨다.

오라지 않으면 나도 그렇게 바라던 시내학교로 다닐수 있다는 기쁨과 희망에 부풀어 엄마와 함께 토끼뜀절반으로 황선생님댁에 도착하여보니 그처럼 부풀던 마음이 김빠진 고무풍선처럼 시들해졌다. 글쎄 십여평방이 되나마나 하는 단칸방에 갓난애가 가운데 누워있었고 주위에는 애의 일용품으로 자리를 차지하여 발 디딜자리도 마땅치 않은 루추한 단층집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비좁은 곳에서 어떻게 지내요?》 우리 어머니가 걱정어린 어조로 이야기하니 사모님이 《한달만 견지하면 되는건데 꾹 참고 견뎌봐요.》하고 상냥하게 웃으시면서 시름놓고 한집식구처럼 지내자면서 나의 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때의 감격은 그야말로 형언할 말이 모자랐고 표현할 단어가 부족하다. 비록 한달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이였지만 나는 그동안 너무나도 깊은 두분의 사랑을 받아보았고 너무나도 뜨거운 관심과 배려를 받아왔다. 세식구가 비벼대기도 비좁은 집안에서 다 큰 처녀애가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생활하였으니 두분한테 너무나도 큰 불편과 방해를 만들어줬으련만 언제 한번 그런 내색을 안내시고 항상 웃음으로 대해주던 두분이시다. 아침이면 애로 하여 잠을 설치면서도 나한테는 꼭꼭 따뜻한 아침밥을 지어주고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맞추어서 그냥 나한테 맛갈진 음식만 대접해주던 사모님이시다. 남편이 학교로 출근하면서 밀린 집일들이며 애기기저귀들을 혼자 씻으면서 그렇게 바삐 보내셨건만 항상 그 복스러운 얼굴에 웃음을 하냥 담고있어 나는 그렇게도 편하고 기분좋게 그 한달이란 시간을 황선생님댁에서 보냈다. 그후 룡정고중에 붙었을때 어머니와 함께 찾아가서 작별인사를 나누고는 그후로는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건방진 나이다.

김동식선생님은 내가 초중에 다닐때에 어문을 즐기는 나에게 그렇게도 큰 사랑을 주셨던 분이시다. 서투르게 쓴 글이라도 하냥 이쁘게 봐주시고 모범작문으로 뽑으셔서 전학년학생들에게 등사도 해주시고 전시작문경색대회에도 추천하여주셨다. 그때 작문시합에 난 제목이 《초불》이였다. 사색할 여지도 없이 필을 댄 즉시로 자신을 불태우며 학생들에게 광명을 주는 선생님의 모습을 마음으로 느끼고 깨달으면서 불타는 정열을 필에 담아 서정산문식으로 단숨에 작문지를 채우다가 다시 시험지를 보는 순간 아차, 이거 웬일이지? 체재를 기서문으로 쓰라는 요구가 제목아래에 버젓이 씌여있는것이다. 술덤벙물덤벙하는 자신을 뉘우치고 다시 고쳐쓰려고 작문지를 다시 요구했으나 이미 시간의 여유가 얼마 없어서 글도 채 마무리지 못하고 울며겨자먹기로 시험장에서 풀이 죽어 나왔었다.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선생님보고 자초지종을 말하니깐 내 어깨를 다독여주면서 경험교훈을 삼아 다시 노력해보라고 고무격려까지 해주셨다. 헌데 정작 입선자명단에 성이 장가라는 여자애가 2등에 당선되니깐 혹시 네가 아닌가하면서 한창 시간을 보는 나를 찾아와 억지로 다시 확인까지 해주던 고마운 선생님이셨다. 그후 중점고중에 붙어서 대학시험을 치면서 내가 제 지망대로 쓴 전업의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비분과 괴로움에 모대기다가 솟구치는 울분을 참을길없어서 선생님한테 편지를 써서 맘의 번뇌를 토로하니 나한테 근 14장이나 되는 만장같은 편지를 써보내여 나한테 생활의 용기와 신심을 백배로 주셨던 선생님이시다. 내가 22년후에 큰딸이 보는 중학생잡지에서 선생님의 당년의 모습이 력력했던 사진을 보고 선생님의 글을 보고서 너무도 격동되여 밤을 패서 원고를 중학생잡지에 보내여 처음으로 내 글이 활자로 찍혀나오게 한 잊지 못할 선생님이시다.

내가 가장 어려울때에 내가 가장 괴로울때에 내가 가장 힘들때에 구세주처럼 내앞에 나타나서 나한테 삶의 길을 개척해주신 두 은사님을 내가 등한해서 인제야 만나게 되니 그 기쁨을 어찌 이 우둔한 한입으로 말할수 있으랴! 친구들이 반갑게 모여앉아 무슨 말을 하는지 부지런히 전화만 해대는 나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는다. 한참 지나서 김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다.《황선생이 연길에 있는 처형이 생일이여서 지금 연길로 가는 뻐스를 타고있다오.》 참 그때의 내 구름처럼 둥실 떴던 마음이 삽시에 얼음장에 빠진것마냥 싸늘하게 된것은 두말할것없었다. 아무런 혈육관계, 리해관계, 친척관계도 아닌 나를 친혈육보다도 더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배려해주셨던 선생님을 여직껏 찾아뵙지 못한 배은망덕한 나를 징벌하려고 오늘 이렇게 시간마저 서로 맞물려 안지나보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얼어들었다. 항상 물덤벙술덤벙하는 내가 황선생하고는 사전에 약속도 안하고 이렇게 찾아왔으니 누구를 탓하랴!벙어리 랭가슴앓듯 실컷 나 자신만 탓할수밖에 없지!

한참후에 김선생님께서 식당에 들어오셨다. 아직도 너무도 의젓하고 끼끗하고 어엿한 당년의 모습이 력력히 배여있었다. 선생님도 나의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고있었다면서 반갑게 나를 얼싸안아주셨다. 친구들과 자리를 같이 한 술상에서 나는 선생님한테 정히 첫 술잔을 부어드렸다. 친구들은 모두 고중동창생들이라 김선생님을 면목을 잘 몰랐지만 가르쳐준 스승님못지 않게 선생님을 존경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선생님은 술상에서 희색이 만면하여 이런 이야기를 하여주셨다. 《김동식선생님을 그리며 쓴 제자의 문장이 실렸다면서 한교연조의 교원이 전체교원들앞에서 소리치는것이였소, 내가 보기도전에 그 교원이 전체교연조교원들앞에서 높은 목소리로 읽어까지 주니 참 얼마나 기쁘던지! 》

《잘해주지도 못한 이 선생을 그렇게 높이 평가해주니 훌륭한 제자를 둔 자긍심을 너무나도 뿌듯이 느꼈다오.》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술을 한잔도 안 드신다는 선생님이 이날은 우리가 권하는 대로 술을 쭉쭉 내시더니 시간이 흐르자 점차 자리에 앉아있기 불편해 하시였다. 천희가 단위에 가는 걸음에 선생님을 배웅하겠다면서 택시에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 떠났다.

선생님을 태우고 멀리 가는 택시를 바라보면서 황운성, 김동식 두분 선생님의 자애로운 얼굴과 하해같은 은혜를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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