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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아이를 "태어나면서 죽었다"고 부모 속인 뒤…

[기타] | 발행시간: 2012.09.24일 03:04
[입양됐던 한국계 호주여성, 친부모 찾는 과정서 밝혀져]

"부모가 날 버린줄만 알았어요… 내 인생은 어떻게 보상 받죠"

두딸 엄마로 돌아온 딸 앞에 친부모는 말없이 통곡만…

24년 전 경남 거제시의 한 조산원이 입양 수수료를 챙기려고 친부모에게 멀쩡한 아이를 "태어나면서 숨졌다"고 속인 뒤 서류를 꾸며 호주에 입양시킨 사실이 호주의 한 방송사 취재 결과 밝혀졌다.

호주의 민영 방송사 SBS는 지난 1988년 경남 거제시의 한 조산원에서 '영아 매매'를 통해 호주로 입양된 한국계 호주 여성 에밀리 윌(가명·24)씨가 23년 만에 다시 그의 한국 친부모를 만나게 된 기구한 사연을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1998년 윌씨가 태어나자마자 이 조산원은 부모에게 "출산 중 아기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후 윌씨는 경남 진주시의 한 고아원에 보내졌다. 5개월 후 윌씨는 '고아'로 분류돼 호주에 입양됐다. 당시 입양 서류에는 '혼전 관계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가 양육을 포기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호주 민영방송 SBS가 보도한‘영아 매매를 통해 입양된 한국계 호주 여성’사연의 자료화면. 한국계 에밀리 윌(가명·24)은 자신이 24년 전 한국 조산원에서 출산 도중 죽은 것처럼 위장돼 호주로 강제 입양됐다고 밝혔다. /호주 SBS 방송 캡처

이 같은 사실은 '출생 비밀'을 전혀 알지 못했던 윌씨가 양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결혼해 딸을 출산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자신의 아이에게 어떤 유전적 질병이 있는지 알기 위해 친부모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3년여 동안 친부모를 수소문한 윌씨는 지난해 경남 거제의 한 D입양 전문기관 사무소의 작은 방에서 꿈에도 그리던 친부모를 23년 만에 만났다.

"조산원 직원이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어요."

그녀는 "친부모가 날 내버린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울먹였다. 그는 한국에서 자신의 뿌리를 하나씩 확인해 나갔다. 먼저 조산원이 작성한 입양 서류와 달리 윌씨의 친부모는 윌씨를 출산할 당시 금슬 좋은 부부였다. 자신이 출산 도중 사망한 것처럼 위장돼 호주로 강제 입양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 순간을 그녀는 "머리가 하얗게 비는 듯했다"면서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건 현실이 아닐 거란 생각마저 들었어요"라고 방송에서 전했다. 윌씨의 양부모 역시 이 소식을 듣고 몸서리쳤다. '자신들의 딸' 윌씨가 '영아 매매'로 입양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딸이 출산 과정에서 죽은 줄로만 알고 24년을 살아왔던 친부모도 '두 딸의 엄마'가 돼 나타난 딸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윌씨는 방송에서 "내 친엄마는 눈물 없이 말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난 더 이상 친엄마에게 다그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윌씨는 또 방송 인터뷰에서 "내 인생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해외 입양인 모임인 트랙(TRACK)의 한 관계자는 호주 방송에서 "한국에서 불법 입양은 모두 돈 때문이다"고 말했다. 입양 수수료 때문에 아이의 과거를 '세탁'해 불법 입양시킨다는 의미다.

윌씨는 호주 법무부에 자신의 영아 매매와 강제 입양 사실을 신고했다. 호주 법무부는 조사에 착수했지만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라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법무부 대변인은 "호주에서 윌씨의 경우와 같은 사례가 신고된 것은 처음"이라며 "호주 정부가 입양 상대국에 영아 강제 매매와 같은 사례가 없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방송은 한국전쟁 이후로 한국이 주요 입양아 수출국이었지만 2006년 이후 그 숫자가 급격히 줄었다고 전했다.

"입양은 아이를 사고파는 것이 아닙니다. 수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우리(입양아)에게 가격은 더더욱 매길 수 없는 겁니다."

윌씨는 방송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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