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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거들 뿐…최갑복 잡은 '시민들'

[기타] | 발행시간: 2012.09.24일 00:00
탈주 첫날 경찰서 근처서 배회

신분 숨기려 여성으로 변장도

배식구 11cm짜리 유치장 입감탈주범 최갑복이 22일 대구시 각산동 대구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최갑복은 탈주 6일 만인 이날 밀양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시민의 제보로 검거됐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배식구 탈주범 최갑복(50)이 탈주 엿새 만인 22일 오후 경남 밀양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붙잡혔다. 검거 직후 최갑복은 “탈주 첫날 경찰의 추적을 따돌린 이후 단 한 번도 검문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23일에는 기자들에게 “산을 타고 밀양으로 갔다”고 말했다. 열감지 특수 헬기와 대규모 경찰 인원, 특수 추적견까지 동원해 벌인 수색만 요란했을 뿐 범인의 도주로를 차단하는 데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최갑복은 탈주 첫날 유치장에서 빠져나온 뒤 방향감각을 잃고 동구 일대를 돌아다니다 동부경찰서와 다시 마주하기도 했으나 경찰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최갑복은 배식구가 더 작은 유치장 2호실에 입감됐다. 투명 강화플라스틱으로 된 2호실의 배식구 크기는 가로 102.5㎝, 세로 11㎝로 그가 탈출에 성공한 3호실보다 세로 길이가 4.3㎝ 짧다. 경찰은 도주 다음 날인 18일 배식구에 가로봉을 달아 세로 높이를 9㎝로 줄인 바 있다. 경찰은 최갑복을 검거한 직후에도 도주를 우려해 맨발 상태로 대구로 압송했다.

 경찰은 최갑복이 탈주 첫날인 17일 청도 남산 자락에서 하룻밤을 잔 뒤 다음 날 화악산(해발 932m) 등 몇 개의 산을 타고 18일 오후 밀양에 잠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낮에는 산에 숨고 밤에 이동해 경찰 포위망을 뚫은 것이다. 경찰은 최갑복이 잡히는 순간까지 산 너머 경북 청도 일대를 수색하고 있었다.

 최갑복이 잠입한 밀양 시민들은 허둥대던 경찰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22일 검거된 것은 시민들의 ‘릴레이 신고’에 따른 것이었다. 시민들은 침착하게 수배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고, 최갑복의 모습이 눈에 띌 때마다 정확한 소재를 경찰에 알렸다. 경찰 관계자는 “밀양에서만 26건의 신고가 들어왔다”며 “외곽으로 나가는 낙동강 다리를 차단하고 포위망을 좁혔다”고 설명했다. 결국 경찰의 자체적인 역량보다는 시민들의 힘으로 최갑복을 붙잡았다는 얘기다.

 밀양에서 시민의 눈에 최갑복이 처음 띈 것은 20일 오전 7시50분쯤 밀양~창원행 시외버스 안이었다. 당시 버스 맨 뒷자리에 타고 있던 공익요원 4명이 바로 앞 승객이 최갑복임을 알아보고 버스에서 내려 112에 신고했다. 이를 눈치챈 최갑복도 “멀미가 난다”며 차를 세운 뒤 상남면 동산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최갑복은 경찰서 뒤 야산과 밀양의 농막에 있던 여성의 작업복을 입고 여성으로 변장도 했다고 진술했다.

 최갑복의 행적이 밀양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모(58)씨의 농막(하남읍 명례리)에 들어간 최갑복은 달력을 찢어 ‘죄송합니다. 비강도 최갑복’이란 메모를 남겼다. 22일 오전 8시40분 농막에서 직접 메모를 본 이씨는 밀양경찰서 경찰관에게 연락했다. 라면 2개와 가지 1개, 칼 등이 없어지고 가스레인지의 중간밸브가 열려 있어 탈주범의 소행으로 짐작했다. 이때부터 인근 5개 경찰서 인력이 총동원돼 하남읍 일대를 수색했고 경북경찰청 2개 중대, 부산경찰청 소속 헬기 1대도 지원됐다.

 22일 오후 결정적 신고가 들어왔다. 이날 오후 4시7분 동명중학교 앞 주택가에 살던 이모(25)씨는 “탈주범이 이웃집 담을 넘어 마당을 가로질러 집 뒤 삼우아파트로 달아났다”고 신고했다. 당시 빨래를 널던 이씨는 “놀라서 ‘누구세요’라고 고함치자 손가락으로 입을 막는 시늉을 한 뒤 담을 넘어 도망갔다”고 말했다. 최갑복은 이씨의 집에서 100m가량 떨어진 S아파트 계단을 거쳐 옥상의 물탱크 아래 으슥한 곳에 숨었으나 뒤따라온 경찰과 주민에게 발각돼 붙잡혔다. 권총·경찰봉으로 무장한 형사 3명이 다가가 신원을 확인하자 최갑복은 고개를 끄덕인 뒤 큰 저항 없이 수갑을 찼다. 현장에 있던 아파트 주민 최상호(50)씨는 “범인은 탈진한 상태였고 자포자기한 듯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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