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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드리지 못한 꽃송이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3.27일 09:26
사람이 살다 보면 남을 도와 줄 수도,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생면부지인 누구한테서 도움을 받고도 이름도, 주소도 알지 못할 때의 그 아쉬움은 정말 안타깝다. 내가 직접 겪었던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은 마냥 설레인다...

작년 9월, 나는 안해와 함께 항주에 살고 있는 딸집에 놀러 갔다가 국경절 련휴가 시작되자 딸 식구들을 데리고 하문으로 가는 려행길에 올랐다.

오후 2시반 고속철을 타고 하문에 도착하니 저녁 7시 반이 되였다. 어둠이 내려 앉은 역전광장은 환한 불빛으로 황홀경이였지만 우리는 멋진 야경도 감상할새 없이 예약한 호텔에 짐을 풀고는 저녁식사를 대충 마치자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웬일인지 배가 드문드문 아파났다. 조금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 꾹 참고 견디려고 하였으나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침 오전에는 호텔에서 쉬다가 오후에 쇼핑하려고 약속을 잡은지라 나는 집식구들이 근심하고 초조해 할가봐 아픔을 참으면서 짐짓 태연한 모습으로 소풍하러 간다면서 빠져나왔다. 조용히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복무원과 문의한 후 알려준 주소대로 부근에 있다는 병원을 찾으려고 나섰다.

거리에 나서니 초행길이라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마침 삼십대 초반으로 짐작이 되는 몸매가 균형이 잘 잡히고 어여쁘게 생긴 젊은 녀인이 나의 주의를 끌었다.녀인은 세 살쯤 되여보이는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뻐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는 다시 한번 병원을 확실히 확인하려고 가까이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녀인은 자기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병원이 있다고 하면서 자진해서 나를 데려다 주겠다는 것이였다. 녀인의 상냥한 말소리에서 착한 마음씨가 돋보였다.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고나서 녀인의 얼굴을 살펴보았더니 그녀의 눈빛에서는 선의와 열정이 넘쳐나 있었다. 그 순간 한 줄기 따사로운 해빛이 내 마음속의 아픔을 어루쓸어 주는 것 같았다.

뻐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이말 저말 주고 받으면서 나는 녀인이 례의가 밝고 쾌활한 성격임을 보아낼 수 있었다. 녀인은 자신이 유치원 교양원인데 매일 아이들을 위해 음식물을 준비해야 하며 또 아이를 하교시키는 책임도 맡고있다고 알려주었다. 비록 하는 일이 힘들지만 자신은 매일 즐거운 기분으로 언제나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언어로 아이들과 교류한다고 말했다. 녀인의 높은 책임감과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에 나는 탄복을 금할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뻐스가 천천히 와서 멈춰섰다. 차문이 열렸을 때 차안을 들여다보니 이미 사람들로 꽉 차서 더 오를 수가 없었다. 이때 녀인이 나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조금도 망설임 없이 나에게 말했다.

“아저씨, 우리 택시 타고 갑시다.”

나는 얼떨결에 녀인과 함께 택시에 올랐다. 차안에서 알려 주어서야 나는 그녀가 조급해 하는 리유를 알았다. 나의 얼굴 기색이 좋지 않음을 보아내고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났다는 것이였다.나는 생면부지인 녀인의 관심과 열정에 가슴속 깊이 온기를 느꼈다.

택시가 5분간 달리더니 갑자기 길목에서 멈춰서는 것이였다.

“아저씨는 여기서 내려 십자거리를 지나 200메터 더 직행하면 도착해요.”녀인은 나에게 병원방향을 상세하게 알려 주었다.

나는 차에서 내리면서 택시값을 치르려고 호주머니에서 10원을 꺼내 녀인에게 건네 주었다. 그런데 그녀는 받을 수 없다면서 한사코 나의 손을 뿌리 치며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이였다.

“나는 단지 힘이 닿을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인데 이 돈은 절대 받을 수 없어요. ”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확고하여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하지만 나는 억지로 그녀의 손에 돈을 쥐여주면서 인츰 택시에서 내린 다음 손을 저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는 아픔이 좀 뜸해지자 재빠른 걸음으로 십자거리를 지나서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련속 들려오는 경적소리에 신경이 쓰이여서 머리를 돌려보니 택시가 이미 길옆에 급정거했고 누군가 차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면서 올라 타라고 하는 것이였다.

택시에 앉은 사람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 지고 말았다. 나와 함께 택시를 타고 왔던 그 녀인이 아닌가! 너무도 뜻밖이여서 당황해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는 인츰 택시에 올라 그녀와 물어보았다.

“아니, 왜 또 왔어요?”

“아저씨가 길을 잃을가봐 근심스러워 다시 왔어요.”

순간, 나의 가슴속에서는 고마움의 물결이 사품치며 흘렀다.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마음씨가 착하고 세심하고 책임성이 강한 녀인이 있단 말인가! 남을 먼저 배려하는 녀인의 친절한 마음 앞에서 나는 그녀가 한없이 존경스러워났다.

그런데 택시가 떠나서 불과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 또 길가에 멈춰서는 것이였다.

“ 병원에 도착했어요. 어서 내리세요”그녀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나는 말문이 막혀서 뒤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어서 내리라고 눈시늉을 하는 것이였다.

나는 인츰 차에서 내린 후 너무 고마운 마음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머리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점점 멀어져가는 택시차의 뒤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번거로움도 마다하고 일부러 찾아와서 바래다 준 마음씨 착한 그 녀인의 아름다운 소행에 나는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았다.

병원에 도착하니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주위 사람들은 서로 낯설지만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위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진정 돋보였다. 의무일군들도 깨끗한 가운을 걸치고 열심히 환자들을 위해 봉사해 주는 모습이 느껴져 인간 세상의 따뜻한 정을 실감나게 느낄수 있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은 후 복용하고 나니 진통이 많이 나아지자 나의 마음은 유난히 가볍고 유쾌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꽃가게가 눈에 띄였다. 눈길을 돌려 잠간 바라보는 순간에 나의 머리속에서 피뜩 고마운 그 녀인에게 꽃이라도 몇송이 선물해 주면 얼마나 좋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꽃가게에 들어갔다.

가게안에는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의 은은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꽃 몇송이를 정성껏 골라서 예쁘게 포장하면서 나는 그 녀인에게 고마움의 뜻이 담긴 꽃을 선물하는 것도 매우 즐겁고 기쁜 일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꽃을 손에 들고 신바람 나게 그 녀인이 아까 내렸던 곳에 도착하였다.이 거리는 길이가 백여메터 남짓한데 량쪽에는 아파트 건물이 빼곡히 줄지어 들어선 주택구역이였다.

녀인의 이름도 련락처도 모르는 나로 말하면 그야말로 망망한 바다에서 바늘 찾는 격이여서 쉬운 일이 아님을 생각하면서도 요행을 바라는 일념으로 포기하지 않고 그 녀인을 찾기 시작하였다.

나는 한시간 넘게 오고 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내가 애타게 찾고 있는 그 녀인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하여 아파트 사이를 참빗질 하듯 골목 어구마다 샅샅이 누비면서 녀인을 찾아헤맸으나 끝내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한 도시의 문명은 매개인의 아름다운 행동에서 표현된다. 이번 려행길에서 겪은 그 녀인의 한 외지인에게 돌려준 따뜻한 관심은 나의 일생에서 영원히 잊지 못 할 고마운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이것은 나에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려지는 작은 선행일지라도 마치 등불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밝게 비춰주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삶의 도리를 배워 주었다.

/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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