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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거절한 男 교수, 퇴직 후에 간 곳은

[기타] | 발행시간: 2012.10.16일 03:05
[정년 6년 남은 교수직 던지고 시골 중학생 가르치는 양승갑씨]

수학 올림피아드 교재로 유명 - 수학계 "한국 실력 는 건 양승갑 교수 덕분"

아무도 안 가려는 시골 모교로 - 억대 연봉 준다는 사립교 거절 "좀 더 보람있는 일 하고싶어"

기초 약한 학생위해 교재 만들어 - "상위권 위한 교재는 많은데… 실력 부족한 학생이기초 쌓을 교재 없어 집필"

충남 서천군에 있는 학생 100여명의 한산중학교. 이곳에서 지난 6월부터 인턴 교사로 재직하는 양승갑(62)씨는 대학교수 출신이다. 그는 27년간 재직한 명지대학교 교수직을 버리고 월급 100만원짜리 중학교 선생님이 됐다.

양 전 교수는 1972년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후 대전 목원대, 서울 명지대 등에서 30년 가까이 교수직을 지냈다. 명지대에선 2003년 자연대학 학장, 2007년엔 특수대학원 원장까지 지낸 중견 수학자다. 이런 그가 정년을 6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한 것이다.

양 전 교수가 퇴직했다고 알려지자 전국 10여개의 중·고등학교에서 교장직 제의를 했을 정도다. 한 사립학교에서는 억대 연봉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양 전 교수가 택한 것은 시골의 모교인 중학교 인턴 교사직이었다. 인턴 교사는 기간제 교사보다도 월급이 낮고 공무원직 대우도 없는 더 열악한 자리다.

15일 오전 11시 충남 서천 한산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양승갑(62) 전 교수가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수학 올림피아드 교재를 냈던 양 전 교수는“최상위권을 위한 교재는 많은 반면, 최하위권을 위한 기초 교재는 전무하다”며“이들을 위한 교재를 출간하는 게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15일 오전 11시 충남 서천군 한산중학교로 내려가 양 전 교수를 만났다. 양 전 교수는 7명의 학생이 있는 한 3학년 교실에서 '분수의 덧셈'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분모는 같은 숫자로 통일시킨 다음, 분자를 더해야 한다는 걸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양 전 교수는 설명하고 또 했다. 이들 책상엔 공식 수학 교과서 대신 양 전 교수가 만든 교재가 놓여 있었다.

"최근 제가 만든 '신간(新刊)'입니다. 아직 어설프지요? 조만간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교재를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양 전 교수는 1993년 국제 청소년 수학 경시대회인 '수학 올림피아드' 대비를 위한 교재를 발간해 유명해진 '명(名)저자'다. 1990년대 중반부터 발간된 국내 최대 출판사의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와 자습서의 저자명에는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수학계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 국제 대회에서 겨우 30위권에 머무르던 한국 수학 실력이 최근 1위까지 오른 데는 양 교수의 노력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그가 왜 갑자기 대학을 그만뒀을까.

"제가 명지대에서만 27년을 교수로 근무했어요. 할 만큼 했지요. 외국에서 학위까지 받아온 젊은 친구들이 교수가 되지 못해 목숨도 끊고, 교수직을 두고 검은돈도 오간다는데…. 이 자리가 뭐라고,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저도 교수라는 직함에 빠져 살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도 하고 싶었고요."

그러나 동료 교수뿐 아니라 부인 나도신(59)씨까지 "남들은 못돼서 안달인 교수직을 왜 그만두느냐"며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양 전 교수의 뜻을 꺾을 순 없었다. 이렇게 대학 교수직을 관둔 양 전 교수는 모교로 내려가 수학 인턴 교사직을 시작했다.

"마침 모교인 한산중학교에서 선생님을 뽑는데 아무리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시골이고, 인턴 교사니까 수학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안 가려고 한다는 거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안 돼요. 월급이 120만원인데 세금 떼면 100만원 정도 남습니다. 그러니 지원자가 없었죠."

한산중 김은영(57) 교장은 "기초가 약한 학생들을 가르칠 수학 선생님을 구한다는 공고를 3년 전부터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힘들었다"며 "드디어 지원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반가웠는데 양 전 교수가 지원했다는 말을 듣고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고 말했다.

양 전 교수는 "교장 선생님이 '미안해서 어떡하느냐'며 날 자꾸 어려워한다"며 "교수나 교장은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그늘진 곳에서 수학을 가르치려는 사람은 없어서 내가 지원한 것뿐이다"고 말했다.

양 전 교수는 먼저 자신이 가르칠 학생들을 위한 교재부터 만들었다. 초등학교 과정 중 중학교 과정과 연관이 있는 부분을 잘라 짜깁기한 것이다.

"그동안 교과서를 만들어 온 사람으로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교재는 많이 있는데,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교재는 없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대학교에 있다 보니 다들 어느 정도 수학을 잘하는 줄 알았던 거죠."

동료 교사 나기홍(53)씨는 "시중 초등학교 교재들을 다 검토하고 복사해 학생들을 위한 새 책을 만들다니 양 선생님은 열정이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말했다. 하나현(15) 학생은 "예전 수학시간엔 만날 잠만 잤는데 이젠 좀 수학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양 전 교수는 학교에서 5㎞ 떨어진 곳에서 90세가 넘은 노모와 살아오고 있다. 빨래·청소 등 집안일은 모두 그의 몫이다. 양 전 교수는 "내가 1990년대 후반 명지대에서 체육부장을 할 때 수원공고에 있던 축구 선수 박지성을 발굴해 명지대로 스카우트한 사람입니다. '잘될 떡잎'을 보는 눈이 있지요? 여기서도 미래의 박지성을 발굴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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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멋진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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