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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성추행범 추적해 검거 이끈 ‘용감한 초등생 엄마’

[기타] | 발행시간: 2012.11.10일 03:09

“자녀 피해 쉬쉬하는 부모 많아 놀라… 성범죄 당당하게 맞서야 뿌리 뽑죠”

[동아일보]

김은화 씨(가명·42·여)는 전화가 걸려 왔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회사에서 일하던 6월 25일 오후 6시경, 딸(12)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 내가 정말 잘못한 것 같아.”

깜짝 놀란 김 씨는 집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딸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뿔테안경에 모범생처럼 보이는 젊은이가 “불량식품에 대해 인터뷰를 해야 한다”며 불러 세웠다고 했다. 미대생이라며 종이에 토끼 그림을 그려 주고는 인근 빌라로 데려갔다고 했다.

그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뭔지 아느냐”며 딸의 손목을 잡았다. 어깨를 잡고는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고 했다. 딸은 너무 놀라서 입이 얼어붙었다.

빌라 주민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내달렸다. 이야기를 들은 김 씨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차분하게 딸의 말을 기록했다. 그러고는 얘기했다. “얘야, 당당하게 싸워 보자. 엄마는 한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간단다.”

김 씨는 집을 나섰다. 우선 딸이 성추행 당한 곳을 샅샅이 살폈다. 빌라에서 내려왔던 주민은 “둘이 연인 사이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고는 추행 장소 인근에 있던 차량의 주인에게 부탁해 블랙박스 화면을 구했다. 집에 와서 2시간이 넘도록 영상을 확인한 끝에 성추행범의 모습을 찾아냈다. 출력한 사진을 들고 밤마다 동네를 돌아다녔다.

김 씨는 학교 교사에게 연락해 성추행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도 보내도록 했다. 아동 성추행범에 관한 대법원 판례도 찾아봤다. 대부분이 집행유예였다. 경찰인 친구에게서 “성추행범은 구속영장도 청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의자가 검거되더라도 구속되지 않으면 피해자 가족은 계속 불안에 떨어야 한다니…. 또다시 피해를 당하거나 보복을 당할지 모르는데….

김 씨는 ‘성폭력범·추행범 형량 강화를 위한 탄원서’를 만들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4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아동성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쉬쉬하는 가정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크게 다친 건 아니니까, 창피하니까, 보복이 두려우니까…. 이유는 많았다. 얘길 들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경찰은 김 씨가 확보한 사진으로 범인을 공개 수배했다. 두 달 만인 8월 26일, 최민성 씨(가명·19)가 붙잡혔다. 그는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김 씨는 엄벌에 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다음 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김 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가 가만히 있으면 가해자는 ‘창피하니까 신고 못 하는구나. 또 범죄를 저질러도 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최 씨는 지난달 19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딸에게 말했다. 눈총을 받고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가해자이지 네가 아니라고.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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