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스페이스니들에서 대마초를 피는 남성
6일 워싱턴주(州)에서는 지난 11월 주민 투표에서 통과된, 처방전 없이도 대마초 소지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공식 발효됐다. 이날 대마초 사용자들은 워싱턴주가 미국에서 대마초를 소지해도 처벌받지 않는 첫 번째 주가 된 것을 기념했다.
시민들은 시애틀 스페이스니들 등의 공공 장소로 속속 모여들어 법안이 공식 발효되는 자정까지 카운트 다운을 했으며, 마침내 자정이 되자 대마초 담배, 파이프, 물담뱃대를 꺼내들고 불을 당기기 시작했다. 이제 워싱턴주의 새로운 법 아래에서는 21세 이상 성인의 경우 최대 1온스(28.3g)의 대마초를 소지할 수 있다.
하지만 워싱턴주 당국에게는 아직 대마초 판매 및 규제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워싱턴주 주류통제국은 앞으로 365일 안에 대마초 재배, 가공, 판매에 대한 기준안을 만들어야 한다.
워싱턴 주류통제국의 브라이언 스미스 대변인은 6일 “오늘로써 최대 1온스까지 대마초를 소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선언하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합법적인 판매 기준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당국도 현행법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다. 일례로 스페이스니들에 모인 대마초 사용자들이 공공 장소에서 대마초를 피운 행위에 기존의 법을 적용시키면 불법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워싱턴 주에서는 공공 장소에서 대마초를 피울 경우 음주 행위처럼 벌금을 내야 한다.
한편 시애틀경찰국은 이번 대마초 합법화 법안의 정식 발효에 앞서 새로운 법안의 발효를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는 동안 위반자를 발견할 시 구두 경고는 하겠지만 직접적인 처벌을 하지는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애틀에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대마초 합법화 운동가로도 활동 중인 다비 헤이그먼(31)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제 대마초를 키워봅시다라며 떠들어댔다”며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헤이그먼은 “40여명이 모였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대마초를 피우면서 막 웃고 환호성을 질렀다. 훌쩍훌쩍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방법 아래에서는 대마초 소지가 여전히 위법인 데다, 워싱터주와 콜로라도 당국은 그동안 미 법무부의 잠재적 위반자에 대한 처벌 방향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지난 달 콜로라도에서도 유사한 대마초 관련 법안이 주민 투표를 거쳐 통과됐다. 6일 스콧 게슬러 콜로라도 주장관은 지난 11월 선거에서 통과된 대마초 합법화 법안에 서명했다. 콜로라도 주지사는 2013년 1월 5일까지 이 조항을 콜로라도주 헌법에 추가해야 한다. 존 히큰루퍼 콜로라도 주지사는 그동안 이 법안을 반대해왔지만, 주민 투표로 통과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앞으로 워싱턴 주정부는 대마초 구매 및 판매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며, 이 규정은 주류판매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재배 면허를 소지한 경우에만 대마초를 기를 수 있고, 워싱턴주 내에서만 이 같은 행위를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마초 재배자에게 대마초를 가공자에게 판매할 때 특별소비세 25%를 부과하고, 가공자가 소매업체에 가공된 대마초를 판매할 때 특별소비세 25%를 부과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가게에서 대마초를 구매할 때도 특별소비세 25%가 부과된다. 소비자의 경우 판매세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판매 업체는 워싱턴주 법에 따른 기본적인 영업세 및 점유세를 내게 된다.
이에 따라 주정부가 운영하는 전문판매점이 아닌 민간 사업체에서 대마초를 판매하게 되며, 이들 민간 판매점들은 처음 영업 면허를 취득할 때 면허 수수료를 지불하고 매년 갱신비를 내야 한다. 워싱턴 주정부는 대마초 판매점의 숫자를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워싱턴주 주류통제국의 브라이언 스미스 대변인은 대마초 사용자들이 범죄 조직으로부터 대마초를 구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법을 어기면서 사는 것보다 가게에서 사는 게 쉬울 정도가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5일 워싱턴주의 이번 대마초 합법화와 관련한 성명서를 냈던 제니 더칸 시애틀 연방 검사의 대변인은 답변요청을 거절하며, 앞서 내놓은 성명 내용만을 반복했다. 제니 더칸 연방 검사는 앞서 성명서에서 미 법무부의 규제 약품 관리법(Controlled Substances Act) 적용 의무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어떤 주정부나 행정 부서도 의회에서 통과시킨 법규정을 무효화시킬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경찰 관계자들은 새로운 법안으로 깜짝 놀랄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뱅쿠버 경찰국의 킴 카프 대변인은 “1온스 미만의 대마초 소지는 우선 처벌 대상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경범죄로 취급되어 왔다”면서 “법집행 차원에서 보자면 이번 합법화로 실질적으로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