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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잡감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12.27일 10:03
장경률

  어느덧 또 세모다. 젊은이들은 벌써부터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면서 잔뜩 부풀어 있다. 늙은이들도 양력설, 음력설을 어떻게 쇨까 하면서 즐거운 고민이다. 크게 해놓은것이 없는데 벌써 또 한 해가 훌쩍 지나가니 조금은 서글프지만 그래도 감개가 무량하다.

  실상 가는 해가 좋았다. 나로 말하면 비록 정년퇴직하는 해였건만 마지막 날까지 일터에서 자기 직무에 충실하면서 열심히 인생의 전반생을 마무리하였다는 데서 안위한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직장의 혜택으로 조선나들이 두 번, 일이 생겨서 한국나들이 두 번 하면서 안계도 많이 넓혔다. 이는 나의 인생을 이모작하는데 아주 훌륭한 토대가 되었다. 그리고 정년퇴직하면서 오는 공허감에서 해탈하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

  가는 해에 명실상부한 할아버지가 된 것도 하나의 경축거리라 하겠다. 4월에 여러 손자를 보고 7월에 환갑을 쇠고 얼마후 손자의 백일잔치도 치른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할아버지'라고 불리는게 딱 질색이었다. 그만큼 준비도 안되고 또 아직도 새파란데 '할아버지'라니 하는 생각에 마음이 항상 불편했다. 그래서 나보다 한참 후배인 친구들이 먼저 '할아버지'가 되어 “장형은 아직 멀었다니”하면서 놀려줄 때도 오히려 홀가분하였다. 헌데 세월이 할아버지가 되는 건 못 속이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면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에 알맞는 삶을 사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고 분수에 맞는 처사라는 것을 점차 터득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 맹목적으로 자신하면서 자기를 과시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상반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퇴직하면 완전히 끝나는가 했더니 그것이 아니었다. 한 여정이 끝나니 새로운 시작이었다. “정년퇴직하고 환갑도 지났으니 이젠 볼장을 다 보았다.이제는 사회와는 담을 쌓고 천륜지락이나 누리면서 고독이나 즐기면 된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인생은 이모작이라고 정년퇴직 후에도 역시 나름대로 할 일이 있고 그것을 성사하고 나면 그에 알맞게 즐거움이 온다는 것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니 절대 '성 쌓고 남은 돌'이 아님을 알 것 같다.

  '성 쌓고 남은 돌', 공직에서 물러나고 정년퇴직만 하면 흔히 이렇게 말한다. 또한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설사 성 쌓고 남겨진 막돌이라도 역시 그 막돌로서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그 '돌'의 하기에 따른다.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유용한 '돌'이 된다면 다시 '옥돌'이 될 수도 있지만 그냥 자포자기하고 부담거리가 된다면 그때는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실상 우리 주변에는 '성 쌓고 남은 돌'이 되었지만 자기 가치를 열심히 살려가면서 만년에 우리 문화지킴이, 새세대양성보도원, 훌륭한 사회봉사자 등 유익한 일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멀리 말고라도 얼마전에 작고한 중국조선족의 저명한 언론인 오태호 선생이 훌륭한 본보기이다. 그는 퇴직한 후 26년간을 일각도 천금처럼 아끼면서 불씨로 타계하는 그날까지도 집필활동을 계속했다. 그래서 선후로 '인생에 부치는 편지', '마닐라의 풍운', '세계를 가는 기자', '세로잡곡' 등 15부의 무게 있는 작품을 남기지 않았던가. 이는 후대들에게 남긴 극히 중요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중국조선족소년보사 사장으로 10여년간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한석윤 선생의 사례도 지극히 귀중한 전형이다.

  '지나친 불평으로 애끓지 말고 안계를 넓혀 풍물을 멀리 내다보시라.' 모택동 주석이 생전에 늙은이들에게 권고한 것이다. 예순이 넘고 보니 지난날의 이런 불평, 저런 불만, 요런 후회 등 좋지 않던 것을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도 심지어 평생 다시 보지 않겠다고 작심할 정도로 미워했던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묵은것에 집착하는 것은 다 부질없다. 오직 자기에게만 해로울 뿐이다. 그러니 마음을 비우고 인정해주고 이해해주고 용서해주는 그런 바다 같은 마음이 가장 절실한 시점이다.

  물론 가는 해도 좋았지만 오는 해는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먼지 털듯이 털어버리고 거뜬한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하자. 새해를 맞아 떠오르는 첫 해돋이가 가장 찬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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