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을 하는 여성들은 생리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질병으로 여기지 않고 진통제 한 알로 버티는 통증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이 증상을 쉽게 넘겼다간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생리통은 생리통 그 자체가 아닌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성호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여성전문센터 교수는 "자궁내막증은 몸에서 탈락한 자궁내막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난관 또는 난소로 역류해 불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임기 여성은 한 달에 한 번씩 수정란을 맞을 준비를 한다. 자궁의 오른쪽과 왼쪽에 위치한 난소는 하나의 난자만을 키워 난관으로 배란시킨다. 자궁내막은 호르몬에 의해 도톰해지며 배아의 착상을 준비한다. 하지만 수정, 즉 임신이 실패하면 한 달 동안 준비했던 모든 성과물들은 바닷물에 닿은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안전하게 배아를 맞이하려던 자궁내막 역시 터져 내용물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을 '생리' 또는 '월경'이라고 부른다.
여성에게 월경은 내 몸이 건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체 건강검진이기도 하지만 짧게는 2일에서부터 길게는 7일까지 생리대를 착용해야 하는 만큼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불린다. 더욱이 통증을 동반해 일부 여성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도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50%가 월경 시 생리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21~35일 주기로 반복되고 2~7일가량 지속된다. 생리량 역시 10~80㎖로 개인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13세 무렵 초경을 경험하고 50세가 넘으면 폐경을 맞는다.
몸에서 떨어진 내막은 질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궁내막증이다.
하수도관을 타고 아래로 흘러야 할 구정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거꾸로 솟구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원리와 같다. 몸에 불필요한 노폐물이 난관과 난소, 심하게는 폐에까지 들어가 증식을 하다 보니 자궁내막증은 다른 기관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궁내막증은 불규칙한 식생활과 수면부족, 스트레스, 환경호르몬, 복부비만, 면역력 약화 등으로 환자가 5년 사이 26%가량 증가했다. 특히 30대 여성 환자가 5년 전에 비해 33% 늘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자궁내막증은 가능한 한 수술적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수술 후에는 재발을 줄이기 위해 프로게스테론 또는 경구 피임약, 여성 호르몬 분비 자극 억제제와 같은 호르몬 치료를 시행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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