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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벚굴

[기타] | 발행시간: 2013.03.08일 03:13

[동아일보]

남해고속도로 경남 하동 나들목을 벗어나 국도 19호선을 따라 하동읍 쪽으로 차를 몰면 섬진강을 왼쪽으로 끼고 하동포구 80리길이 나온다.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아름다운 마을이 있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라 불리는 곳이다.

5분여를 지나 구불구불한 ‘옛 국도’로 접어들면 벚굴 전문 식당이 이어진다. 재첩+벚굴, 원조 맛집 벚굴, 벚굴 구이식당, 까서 먹고 벗겨 먹는….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 신방마을까지 이런 간판을 붙인 식당이 20곳이 넘는다.

‘꽃길과 물길의 고장’ 하동은 지금 봄기운이 가득하다. 양지바른 곳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 벚꽃이 만개하면 배꽃과 복사꽃이 뒤를 이을 것이다. 산과 들만 꽃으로 가득차는 게 아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물속에서도 벚꽃이 만개한다. 바로 벚굴이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 제철이라서, 거기다 생긴 모양도 벚꽃 같아서 벚굴이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바다 굴과 대비해 ‘강굴’이라고도 부른다.

벚굴은 남해바다와 만나는 섬진강 하구 신방포구와 망덕포구 등지에서 주로 자생한다.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 신방, 선소, 전도마을이 주산지다. 주민들이 2월부터 4월까지 강바닥에서 딴다. 벚굴은 설부터 벚꽃이 필 때까지 먹을 수 있다. 남도의 봄맛이자 봄의 대표 별미다. 평생 이 마을에서 재첩과 벚굴을 판매해 온 유동엽 할머니(82)는 “벚굴은 서너 개가 한데 모여 자라는데 그 모습이 꼭 물속에 핀 벚꽃 같다”고 전했다. 벚굴은 무엇보다 산란을 앞둔 3, 4월이 영양가가 높고 맛이 좋다고 한다.

벚굴을 처음 보는 사람은 크기에 압도당한다. 보통 15∼30cm에 이르고 어떤 놈은 40cm까지 자란다. 어른 신발만 하다. 알맹이를 한입에 넣기가 어려울 정도다.

도로변 식당들은 벚굴을 kg 단위로 판다. 조리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 3명이 먹을 수 있는 5kg에 4만 원 안팎. 즉석에서 날것으로 또는 구워서 먹는다. 굽는 데 걸리는 시간은 5, 6분 정도. 굴은 껍데기 처리하기가 힘들다. 부스러기가 튀어 정갈함도 떨어진다. 가스불에 석쇠를 걸치고 그 위에 벚굴을 얹어 통째로 굽는 전통적인 방식 외에 좀더 위생적인 조리법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수한 향과 함께 벚굴이 익어 입을 벌리면 묵은 김치와 담근 매실(매실장아찌)을 곁들여 먹는다. 기호에 따라 초장에 찍거나 풋고추, 마늘과 함께 먹기도 한다. 벚굴은 찌거나 계란을 입혀서 굴전도 한다. 튀김, 영양죽도 인기다. 원진수산 등 택배로 판매하는 곳도 있다.

바다 굴 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벚굴은 약간 싱겁게 느껴진다. 신방마을 이정운 이장(48)도 “바다 굴보다는 짭짤한 맛이 덜한 편”이라며 “바다 굴에다 꼬막을 합쳐 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리전문가들은 벚굴에 대해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성인병 예방과 기력 증진에 좋다”고 입을 모은다.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강 속 비아그라’ ‘살아 있는 보약’이라고 자랑했다. 벚굴 판매상인 권행자 씨(57)는 “특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계절별미이자 건강식이어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하동=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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