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런던(캐나다), 김희선 기자] 김연아(23)의 또다른 얼굴, 남장여인 '김래리'가 세계무대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김연아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총점 218.3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종전 아사다 마오(205.45점)의 기록을 뛰어넘는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이자 역대 여자 싱글 두 번째로 높은 점수였다. 물론 세계최고기록은 김연아가 가지고 있다.
이로써 4년 만에 월드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한 김연아는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갈라쇼에 출연했다. 월드챔피언 패트릭 챈(남자 싱글, 캐나다) 타티아나 볼로소자-막심 트란코프(페어, 러시아)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아이스댄스, 미국)를 비롯, 이번 대회에 출전한 4개 종목 5위 안에 든 선수들이 총출동한 이번 갈라쇼는 대회의 피날레이자 백미였다.
지난 시즌 아델의 '섬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와 마이클 부블레의 '올 오브 미(All of me)', 2개의 갈라 프로그램을 선보였던 김연아기에 이번 갈라쇼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선보일지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김연아의 선택은 '올 오브 미'였다. 김연아의 첫 남장 연기로 기대를 모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이 갈라 프로그램은 그에게 '김래리'라는 별명을 안겨주기도 했다. 김연아의 또다른 이름이 된 김래리는 안무가 데이빗 윌슨이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의 이름을 '래리'로 지어주면서 생긴 별명이다.
화이트 슬리브리스 셔츠에 올 블랙의 수트와 넥타이, 페도라 차림의 깜찍한 남장 패션은 여전했지만 4명의 남자 스케이터들과 함께 등장했던 아이스쇼 갈라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김연아 홀로 나섰다.
세계 무대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남장연기였지만 호응은 뜨거웠다. 마이클 부블레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경쾌한 리듬에 맞춰 사랑 때문에 고뇌하는 남자의 모습을 리드미컬하고 재미있는 스텝에 실어낸 김연아의 연기에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답했다. 이 곡을 부른 부블레가 캐나다인이라는 것 역시 폭발적인 반응의 한 요소였다.
김연아 역시 이 점을 고려하고 갈라 프로그램을 '올 오브 미'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무슨 프로그램을 할까 고민하다가 부블레가 캐나다인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곳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며 세심한 배려를 보였다.
그의 말대로 자국 인기가수의 노래에 맞춰 멋진 갈라프로그램을 선보인 '돌아온 여왕'의 연기에, 객석을 가득 메운 9천여 명의 관중들은 열렬한 환호로 답했다. '귀여운 남장여인' 김래리가 세계 무대에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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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런던(캐나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