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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보육교사 "나도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기 겁나"

[기타] | 발행시간: 2013.05.07일 08:18

[탐사기획] 어린이집 심층 보고서 (중) 교사의 고백

“나도 우리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보육교사 김문희(가명·32)씨가 지난달 29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한 고백이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없을 만큼 어린이집에 문제가 많다는 거였다. 김씨는 서울로 오기 전 경기도 가평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는 “그곳 정원이 40명 정도였는데 참치캔 하나로 국을 끓이고 칼슘 영양식단이라며 내놓은 반찬이 겨우 멸치 3~4마리였다”고 털어놨다. 김씨가 경험한 어린이집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그는 “불과 두세 평 방에 15명의 아이를 지그재그로 재울 정도로 시설이 열악한 곳도 있었다”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보니 그런 환경에서 일하면서 늘 마음 한편이 아프고 서글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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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신세가 왜 이러나 자괴감”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전직 보육교사 박민희(가명·43)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상대적으로 시설이나 급식 면에서 민간 어린이집보다 믿을 만하기는 하지만 민간 어린이집처럼 편법·부실 운영을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개월짜리 여아가 보육교사에게 맞아 등에 피멍이 든 사건이 벌어진 곳도 부산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이었다. 문제가 있기는 국공립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재팀이 만난 현직 보육교사 중에도 아이를 키우는 이들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게 선뜻 내키지 않는다”고 속내를 내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3월 말까지 서울 강동구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다 그만둔 오미영(가명·30)씨는 "보육교사인 우리도 불안한데 엄마들은 오죽할까 싶다”며 “악덕 원장들의 비리와 횡포를 알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모른 척하고 넘어갈 때가 많아 양심에 걸리곤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원장의 강요 때문에 보육교사가 어쩔 수 없이 불법 행위에 가담한 사례도 적잖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일부 어린이집 원장이 국고보조금 등 공금을 빼돌린 뒤 서류상으로는 정상 사용한 것처럼 은행 입출금 거래내역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숙하게 다룰 줄 아는 보육교사가 동원됐다. 서울 송파구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강경희(가명·28)씨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류를 조작했다”며 “그럴 때마다 내 신세가 왜 이런가 싶어 자괴감이 들곤 했다”고 털어놨다.

◆"시간외 수당 받아본 적 없어"

2년제 대학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하고 3년째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하고 있는 이서연(가명·27)씨의 하루 일과는 고되다.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해 하루 3~4차례 어린이집 통학 차량을 타고, 점심시간에는 교사 한 명이 20명 넘는 아이의 배식에서부터 뒷정리까지 도맡아야 해 육체적·정신적으로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하루 10~12시간가량 일하지만 이씨가 받는 월급은 130만원 정도다. 휴대전화를 쓰거나 마음 편하게 화장실 가는 시간을 갖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이씨는 “원장에게 밉보이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라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지난해 5월부터 송파구 '서울형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보육교사 송보경(가명·27)씨도 “매주 40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시간외 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아이를 돌보는 건 기본이고 원장이 지시하는 각종 잡무에도 동원될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린이집 원장의 지시를 어기거나 반발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다반사다. 실제로 불법 운영 혐의로 최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일부 어린이집에선 경찰·지자체에 관련 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의심을 산 보육교사들이 쫓겨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말까지 강동구 한 어린이집에 근무하다 쫓겨난 이미나(가명·29)씨는 “어린이집 업계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며 “비리를 외부에 알린 것으로 의심을 받으면 쫓겨나는 건 물론이고 원장들이 서로 담합해 다른 곳에도 취직할 수 없도록 만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도 일종의 감정노동자인데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신경질을 내고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며 “결국 보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탐사팀=고성표·김혜미 기자

고성표.김혜미 기자 muzes@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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