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의 가사·돌봄노동 소요시간은 남성과 여성 간 큰 격차를 보였다. 통계청의 ‘2009년 생활시간조사’를 보면 하루 중 맞벌이 여성이 가사·돌봄노동에 쓰는 시간은 3시간20분으로 남성의 37분보다 5.4배 길었다.
이 중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2시간38분이다. 음식준비·정리·설거지 1시간28분, 청소 및 정리 30분, 의류관리 21분, 물품 구입에 14분 등을 사용했다. 반면 맞벌이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24분에 불과했다. 남성이 많이 하는 가사노동은 청소 및 정리(7분), 음식준비·정리·설거지(6분), 물품 구입(4분) 등이다.
돌봄노동시간은 맞벌이 여성이 42분, 남성은 13분이었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돌봄노동은 미취학 자녀를 보살피는 일로, 여성이 21분, 남성은 7분을 사용했다.
미취학 자녀를 대상으로 한 돌봄노동에서 여성은 주로 ‘자녀 씻기기·먹이기·재우기’(12분)에 시간을 투입했지만 남성은 ‘자녀와 놀아주기’(4분)에 집중했다. 초·중·고 자녀를 보살피는 일에는 여성이 16분, 남성이 3분을 사용했다.
비맞벌이 가구 남성이 수행하는 가사·돌봄노동 소요시간은 총 39분으로 맞벌이 남성이 투입한 시간보다 2분 더 길었다. 비맞벌이 가구의 남성들이 주말에 수행하는 돌봄노동시간(토요일 33분, 일요일 39분)이 맞벌이 남성의 주말 돌봄노동시간(토요일 16분, 일요일 21분)보다 길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계청이 5년마다 발표하는 ‘생활시간조사’가 여성의 노동시간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생활에서 드러나는 여성들의 가사·육아노동은 ‘생활시간조사’보다 압축적이고 혼재되어 나타난다.
대기업 사무직 여성인 배순영씨(34)는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는 30분 동안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한다. 퇴근 후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돌보느라 마트에 갈 시간이 없다보니 출근길에 아이 기저귀, 분유, 생활용품 등을 주문해 집으로 배달시킨다.
공기업 기술직 여성인 이재선씨(33) 부부는 퇴근 후 각자의 컴퓨터를 사용해 인터넷에 접속한다. 남편은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이씨는 인터넷 육아 카페에서 육아정보를 살핀다.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는 배씨의 30분을 가사노동시간이 아닌 출근시간으로, 이씨의 육아정보 검색시간을 가사노동이 아닌 여가생활시간으로 분류한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저서 <기획된 가족>에서 “여성의 노동은 일상 곳곳에 존재하는 것이어서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며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압축적 시간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시간의 양적 측정은 성별관계에 대한 공정한 인식과 분석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왜곡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 특별취재팀 전병역(산업부)·김재중(정책사회부)·남지원(사회부)·이혜인(전국사회부)·이재덕(경제부) 기자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