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가격입찰에 돌입
시간 쫓겨 공정입찰 의구심
후보기 F-35A는 가격 미제시
기종 선정을 목전에 둔 차기 전투기(F-X) 도입 사업과 관련한 방위사업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개 후보 기종의 가격입찰 기간을 2∼3주 이내로 정하면서 공정한 입찰이 되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유력 후보인 F-35A 전투기는 입찰가격을 제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4일 “차기 전투기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과의 가격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면서 “다음 주 12일부터 가격입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입찰은 전투기 동체, 엔진, 무장, 레이더 등 부분별로 가격을 흥정하는 협상 단계를 거쳐 총 사업비 개념으로 전체 도입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2∼3주 정도 진행될 예정인 가격입찰이 마무리되면 후보 업체들과 가계약을 하고 기종 선정 평가에 들어가게 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런 절차를 거쳐 내달 초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차기 전투기 기종을 최종 선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은 ‘상반기 내 기종을 결정하겠다’는 약속에 발목이 잡혀 가격협상을 서둘러 마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미 방사청과 업계 주변에선 당초 예정된 8조3000억원 이내로 차기 전투기 60대를 사는 F-X 사업은 불가능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군의 한 관계자는 “F-X 1차 사업 때는 가격협상과 입찰이 9개월 동안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가격인하를 유도해 예정된 사업비 범위 내에서 기종을 결정했다”면서 “그런데 이번 F-X 3차 사업은 시간에 쫓긴 데다 협상력 부재로 10조원 이상 되는 혈세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민은 상업구매 방식인 EADS(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의 유로파이터와 미 보잉의 F-15SE와 달리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을 택한 록히드마틴의 F-35A는 확정가격은 물론이고 인도시기와 품질 등 어떤 것도 미 정부가 보증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개발 중인 무기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만약 F-35A가 차기 전투기로 선정되면 록히드마틴이 미 공군에 공급하는 가격에 맞춰 매년 국내 공급가격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
박병진 선임기자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