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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박 대통령을 팔 벌려 환영한 이유는

[기타] | 발행시간: 2013.06.29일 10:21
요란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환영입니다. 처음 찾아온 박근혜 대통령을 맞는 중국의 태도 말입니다. 우선 박 대통령을 영접하거나 만나는 중국측 인사의 면면을 보면 나름대로 신경을 쓴 모습입니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다른 나라의 국가원수가 왔을 때 공항에 맞이하러 나가는 인사는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외교부 부부장, 우리의 차관급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박 대통령을 공항에서 영접한 사람은 중국 외교부의 장예쑤이 상무부부장입니다. 차관들중에서도 수석 차관으로 예우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고 보면 됩니다. 또 찾아온 타국 국가원수가 시진핑 주석과 회담과 함께 환영만찬을 하고나면 다시 자리를 함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다음날 오찬을 마련해 시 주석 부부가 함께 참석했습니다. 시 주석이 좀더 개인적인 차원에서 우호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중국 당국이 박 대통령과 우리나라의 입장과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이런저런 배려를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중국 언론의 반응도 비교적 호의적입니다. 호들갑스럽지는 않지만 박 대통령의 방중 일정과 내용을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중국 당국의 입김을 덜 받는 홍콩계 봉황 TV의 경우 20분 가까이 박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한 특집 보도를 진행하며 박 대통령의 일대기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신문 매체들도 박 대통령의 중국어 구사능력을 부각시키면서 박 대통령을 '중국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어에서 '통'을 붙이는 경우는 해당 분야에 전문가급의 지식이나 식견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할 때입니다.

물론 북한과의 관계나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적절한 선을 유지하려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앞서 윤영현 특파원이 쓴 월드리포트에서 보듯이 공동 성명의 단어 하나, 문구 하나도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다만 중국은 박 대통령에 대해 고 김대중 대통령 이후 가장 큰 호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중국은 이렇게 박 대통령을 팔 벌려 환영하는 것일까요? 조금 속되게 말해 박 대통령이 중국에 어필한 면은 무엇일까요?

중국의 전문가들은 우선 전임 대통령의 덕을 꼽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중국에서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반작용으로 박 대통령에게 더 큰 기대를 건다는 설명입니다. 2011년 상반기 중국 상하이에서 연수생활을 할 당시 택시만 타면 중국인 기사들이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중국인들은 솔직히 일본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일본인을 더 싫어하지 않나? 당신들은 식민지 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겪은 이상의 고통을 받지 않았나?" 그러면 저는 "맞다"고 대답하죠. 그러면 바로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왜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지? 오히려 일본과 손잡고 중국을 위협하려 하지?" 나름대로 상황을 설명하려 노력했지만 중국인 기사들은 마뜩치 않다는 표정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중국 기사, 나아가 일반 대중의 이런 불만은 중국 언론의 논조에 기인한 것이고, 그 언론의 논조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만큼 당시 한중 정부 사이의 관계는 냉랭했다는 방증입니다. 따라서 이런 전임 대통령을 대신한 새 대통령은 적어도 그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받는 것이겠죠.

앞서도 언급했듯이 박 대통령의 중국어 실력도 중국의 호감을 사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아시는대로 중국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입니다만 중국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국가수를 따지면 많지 않습니다. 사실상 중국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말할 수 있는 타국 국가원수는 매우 드물죠. 따라서 박 대통령이 연설이 가능할 만큼 중국어를 말할 수 있다는 점은 중국을 감동(?) 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일본의 지식인들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깊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도움이 됩니다. 싸인을 요구하는 중국 유명 방송인에게 중국의 경구를 적어줘 큰 화제를 부른 것이 그 방증입니다.

북한 지도자에 대비돼 부각되는 면도 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제1 국방위원장이 최근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중국의 외교적 골칫거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중국에 더 도움이 되는 이웃으로 여겨집니다. 쉽게 말해 북한은 막무가내여서 말이 안 통하다고 느껴지는데 비해 한국은 충분히 대화 상대가 되는데다 함께 협력할 만한 상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현재의 외교적 상황과 역내 세력구도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신형 대국 관계를 맺음으로써 미국과 더욱 동등한 위치와 입장에서 상대하려 합니다. 지금도 급속한 경제 성장을 통해 국력을 키우는 것과 함께 군사력도 빠르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에 비해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많이 모자라는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 아래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우리나라를 좀더 우호적인 위치로 끌어들이는 것은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중국은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일본과 댜오위도, 일본명 센가쿠 제도 분쟁으로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야 할만큼 심하게 갈등하고 있습니다. 세력이 팽팽한 두 나라의 갈등 속에 그 한 가운데 위치한 우리나라의 몸값은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호의를 얻어야 할 필수적이고도, 급박한 필요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박 대통령이 첫 인상부터 중국의 호감을 얻은 것은 스스로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여러가지 행운이 겹친 것도 사실입니다. 어떻든 초반부터 미운 털이 박혀 낙인효과를 극복해야 하는 것보다 후광효과를 얻는 것은 분명히 유리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의 외교에 더욱 심려원모해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기대가 큰 상대방일수록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더 크게 실망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과의 관계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 하면 입 아픈 소리입니다. 좋은 첫인상을 발판으로 항상 대의명분을 잃지 않아 정정당당하면서도 세심하게 우리의 실리를 취할 수 있는 대중국 외교를 기대합니다.

SBS 우상욱 기자 최종편집 : 2013-06-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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