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협력 업체 직원 5명
가입자 위치 추적 프로그램 개발
심부름센터 등서 20만건 조회
직장인 김모(39)씨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지 의심스러웠다. 견디다 못해 지난해 11월 심부름센터에 40만원을 주고 "아내가 언제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아봐 달라"고 의뢰했다. 심부름센터 대표 윤모(37)씨는 "아내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달라. 금세 확인해 주겠다"고 했다. 세 시간 뒤 윤씨는 김씨에게 아내가 언제 어디로 움직였다고 알려줬다.
경찰 조사 결과 심부름업체는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통해 의뢰인의 요청을 들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개인정보 조회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SK텔레콤·KT 가입자의 인적 사항과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빼낸 개인정보를 심부름센터 브로커 김모(41)씨 등에게 판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전 심부름센터 직원 이모(46)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또 개인정보 조회 프로그램을 개발한 서모(36)씨 등 이동통신사 협력업체 직원 5명과 정보를 산 심부름센터 직원 정모(54)씨 등 7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업무상 이통사 가입자의 인적 사항,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별도 인증절차 없이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서씨가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빼낸 개인정보를 건당 10만~30만원을 받고 브로커 김씨에게 팔았고, 김씨는 이를 건당 30만~50만원에 심부름센터 등에 되팔았다. 심부름센터는 '채무자 소재 파악' '불륜' 등 의뢰자들의 민감한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 이 같은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 프로그램으로 조회한 개인정보는 19만 8000여 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통사는 경찰이 범행 사실을 통보하기 전까지 정보 유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통사에서 협력업체에 업무상 필요할 때만 정보 접근 권한을 주는 등 적절한 제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이통사가) 정보 유출에 개입한 정황이 있는지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