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량·카페인 성분 자율신경계 자극해 땀 분비 많아져
[쿠키 건강] 연인과 사랑을 속삭여야 할 ‘화이트데이’에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맞잡은 손에 상대방의 땀이 묻어나거나 혹은 유혹하려고 입은 시스루룩에서는 왠지 퀴퀴한 냄새가 나는 듯하다. 헤어지려고 고민도 해봤지만 왠지 비겁한 생각이 든다. 대놓고 말하려니 상대방이 상처를 입을까봐 두렵다.
늘 축축하게 젖어있는 연인의 손을 잡을 때의 기분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팔 베게 해줄 때의 저린 아픔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고 사랑이 쉽게 식겠냐마는 적어도 스킨십은 줄어들지 않을까.
과도하게 땀 분비가 일어나는 이런 사람을 의학적으로는 ‘다한증 환자’라고 한다. 손발은 물론 겨드랑이, 사타구니, 얼굴 등 신체 전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때에 따라 겨드랑이 같은 특정부위에 악취도 나기 때문에 남부끄러운 질환임에 틀림없다.
다한증은 비만, 당뇨, 갱년기장애 같은 질환의 영향,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등 신경전달과정 중 과민반응에 따라 생기는 자율신경계의 이상 현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살찐 사람들의 경우 다한증 발병률이 높다. 살이 찌면 심장도 빨리 뛰고 신체 대사량 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체온조절 장치인 땀이 더 나게 되는 셈이다.
한의학적인 원인 역시 서양의학과 일맥상통한다. 박치영 생기한의원 원장은 “자율신경계의 이상 현상을 한의학에서는 심장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과잉된 것으로 보는데 혈액을 펌프질하는 심장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말초기관으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손발이 차갑게 되면서 땀이 난다”고 밝혔다.
다한증은 치료가 가능하다. 서양의학에서는 교감신경을 절제하거나 보톡스를 투여하는 등 주로 해당부위의 땀을 멈추게 하고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춰 치료한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온 몸에 땀을 골고루 분산시킨다. 박 원장은 “땀의 양을 억지로 줄이다 보면 자칫 체온조절이나 노폐물 배출, 피부건조방지 같은 생리기능이 상실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을 통해 땀을 차단하는 것 또한 다른 신체 부위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며 “심장의 기능을 안정시키고 강화하는데 이어 체질의 약점을 보완하면 땀이 몸 전체에 골고루 분산된다”고 설명했다.
다한증 치료는 겨울이 가장 적기지만 시기를 놓쳤다면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받는 것이 좋다. 기온이 약간 상승했거나 가벼운 운동에도 다한증 환자들은 땀을 비 오듯이 쏟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경험한다. 또 맵고 향신료가 강한 자극성 음식이나 초콜릿, 커피, 홍차 등 카페인 식품을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데, 카페인 성분이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땀 분비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어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