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수업을 듣는 것은 법률에서 의미하는 ‘업무’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초등학생이 수업을 듣는 행위에 대해 “권리 행사 또는 의무 이행 행위”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자신의 딸이 벌을 받았다는 이유로 학교 교실로 찾아가 난동을 부린 혐의(업무방해 등) 등으로 기소된 전모(45)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 씨가 초등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부분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는 직업, 기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의해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말하는 것”이라며 “초등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것은 헌법과 법률상의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수업을 받으며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국가는 의무교육 실시 의무, 부모는 취학 의무를 각각 이행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것을 업무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이 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사건을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전 씨는 지난 2011년 8월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자신의 딸이 벌을 받았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욕설을 하는 등 세 차례에 걸쳐 학교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전 씨는 교사와 학생을 폭행한 혐의도 받는 등 상습상해, 공갈, 모욕, 업무방해, 무고, 사기 등 총 여섯 가지 죄목으로 기소됐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