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앞의 李 :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수사 관계자와 압수수색 범위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28일 국가정보원이 전격 압수수색한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시에 의해 회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물론 이 의원의 지령에 따라 조직원들의 활동범위가 정해진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국정원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RO 조직원 130여 명이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회합하기 한 달여 전쯤에 이 의원은 수도권의 한 장소에서 RO 조직원들이 모이도록 지시를 했다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고 회합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의원은 조직원들에게 상황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린 후 다음 회합 지시가 있을 때까지 조용히 흩어져 있다가 다시 회합하라는 지시가 내려가면 “바람처럼 모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용은 RO가 정기적으로 모이는 조직이 아니라, 이 의원의 지시에 의해 모였다가 흩어지고 구체적인 지령도 이 의원이 직접 하는 ‘점조직’이라는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도 “지난 3년간 내사를 통해 국정원이 확보한 자료 등에 따르면 RO는 철저하게 이 의원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통진당의 김미희·김재연 의원도 RO 조직원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단순 조직원으로 보고 전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정원은 이 의원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벽에 걸린 ‘이민위천(以民爲天)’이란 액자 속 글귀가 김일성 북한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조한 좌우명인 것으로 보고 북한과의 연계여부를 수사 중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일성은 지난 1992년 4월 발행된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서 “이민위천은 나의 지론이고 좌우명”이라고 밝혔다. 김 주석 사망 직후인 그해 7월 22일 평양방송도 “김정일 위원장도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2012년 4월 13일 개정된 북한 헌법 서문에서도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께서는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어…”라고 명기돼 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국정원이 나에 대해 내세운 혐의는 모두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현미·방승배 기자 alway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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