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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4년 만의 내란죄, 1심 법원은 왜 유죄로 봤나

[기타] | 발행시간: 2014.03.01일 14:07

- 풀어쓴 1심 판결문과 변호인의 반박 논리 -


내란 모의인가, 과도한 처벌인가

34년 만의 내란죄 재판. 그 결과가 나온 지 2주가 지났습니다.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의원 등은 지난달 17일, 수원지방법원 1심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의원은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 나머지 피고인 6명도 4년에서 최장 7년의 실형입니다.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이른바 RO를 내란의 주체로 볼 것인가’였습니다. 또, RO로 지목된 130여 명이 국헌 문란의 목적은 있었는지, 이석기 의원은 그 총책인지 판단하는 것이였습니다. 그들이 정말 폭동을 일으키려 했는지, 그럼 이게 추상적인 합의를 넘는 내란 모의에 해당하는지, 그 위험성과 실현가능성은 있다고 봐야할지 역시 뒤따르는 법리적 해석거리였습니다.

법원이 중형을 선고한 건, (일부 무죄가 선고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아닌) 내란음모와 선동죄를 유죄로 봤기 때문입니다. 검찰과 변호인 모두 항소한 터라, 내년까지 초유의 내란음모 사건을 두고, 법리 공방이 계속될 겁니다.

이번 결과를 두고, 검찰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모의한 범죄 피고인들에 대해, 재판부가 그 실체에 상응하는 판결을 했다”고 평가한 반면, 변호인 측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이번 재판에선 그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내란인가, 과도한 처벌인가. 판단을 위해선 1심 판결문을 토대로, 1심 법원이 어떤 법리 해석을 했으며, 변호인은 어떻게 무죄주장을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란음모, 선동죄가 되려면

법원은 우선, 내란음모와 선동죄의 구성 요건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판결문은 검찰 측 공소사실을 요약한 걸로 시작합니다. 검찰 측 공소사실은 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진 터라 다시 옮기지 않겠습니다.)

* 내란음모, 선동죄의 구성요건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할 것을 음모하거나 선동하는 경우 내란음모, 선동죄 성립(형법 제90조 제1항,제2항,제87조).

“국헌문란의 목적”이란 1.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형법 제91조). 이는 곧 결국 현행의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으로 파괴하는 것을 의미(대법원 1980.5.20.선고 80도306판결).

"폭동"이라 함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 협박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다수인의 결합은 어느 정도 조직화될 필요는 있으나, 그 수효를 특정할 수는 없음(대법원 1980.5.20.선고 80도 306판결).

“음모”란 2인 이상의 자 사이에 성립한 범죄 실행의 합의를 말하는 것으로, 범죄 실행의 합의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범죄결심을 외부에 표시·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보아 특정한 범죄의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것이 명백히 인식되고, 그 합의에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되어야 함(대법원 1999.11.12.선고 99도3801판결).변호인 “내란 능력도, 의도도 없었던 정세 강연”

이 구성요건에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하게 대립한 쟁점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변호인 측은 내란 음모가 무죄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지난해 5월 두 차례 모임에서, 녹취파일에 드러난 내용만으론 객관적으로 범죄 준비행위라는 게 명백히 인식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내란을 도모할 실질적인 위험도 없었다고 말해왔습니다.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5월 10일과 12일 모임은 “단순한 정세 강연으로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차례 모임은 “이 땅에 전쟁위협이 있고, 이 위협은 미국으로부터 오는 것이며, 이 위협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자리였다.”라는 겁니다. 변호인 측은 “국헌 문란은 물론, 내란의 결과를 일으킬 목적이 없고, 폭동을 위한 준비행위로 인식되는 내용과 행위도 없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제보자가 제출한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어떤 결론도 내린바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결국, RO조직원으로 지목된 130여 명은 “폭동행위에 대한 합의도 없었고, 피해의 정도나 범행의 대상, 수단과 방법 등에 대한 합의도 구체화하지 않았다.”라는 논리입니다. 내란 음모는 없었기에 무죄라고 항변해 온 겁니다.

변호인은 또, 검찰이 RO를 기소하지 못한 이유가 곧 RO의 부재 증명이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변호인들은 “검찰이 RO를 이적단체로 기소하지 못했는데, 공소장에선 이런 단체를 상세히 규정했다.”라며, “녹음 파일의 발언만 갖고 내란음모와 선동을 의율하기 어려웠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RO라는 지하조직은 존재하지 않고, 피고인들 역시 당시를 혁명의 결정적 시기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는 거였습니다.

제보자 이 씨에 대한 시각도 검찰과 정반대입니다. 변호인들은 이 씨가 ‘국정원 수사관의 지원을 받고 함께해 온 인물’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결심공판에서 그들은 이 씨가 단순한 제보자가 아니라, ‘국정원 수사 위탁을 받은 보조자’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그 증언 역시, 증거가 아닌 국정원의 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거가치가 없는 말을 핵심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지난달 3일 결심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이렇게 마지막 무죄 주장을 폈습니다.

법원 "제보자 진술 신빙성 있다"

1심 판결문의 본론은 RO의 존재 여부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곧바로 밝히는 걸로 시작합니다. 맨 먼저 제보자의 진술을 이렇게 요약 평가했습니다.

2004년경부터 "RO"의 조직원으로 활동해 왔다는 이OO의 제보로 국가정보원의 수사가 개시됐다. 재판부가 보기에, 이OO는 "RO"의 가입 의식과 강령, 조직원의 5대 의무, 지휘성원 1인과 하부 조직원 3~4인이 세포를 구성하는 조직 활동, 지속적인 주체사상 학습, 조직이 부여하는 임무와 지시를 철저히 관철하는 혁명적 조직관 등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한다.

이OO는 자신이 경험한 사실에 대해 일관된 내용으로 진술한다. 뿐만 아니라, 약 10년간 의 조직 활동 과정에 대해 조작된 허위의 진술이라기엔, 지나치게 많은 인물들과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경험들을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진술 태도 또한 자연스럽다. 따라서 그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재판부는 이어, 이 씨가 피고인들과 나눴다는 소모임에 대한 진술과, 녹음파일 내용이 일치한다고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피고인 홍 모 씨의 태도가 이 씨가 진술하는 세포모임에서 지휘성원의 역할과 같다고 본 겁니다. 법원은 홍 씨가 세포를 장악하고 구성원의 학습상태나 활동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며 보고받는 모습과 그의 진술이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의 RO 논증 1 - 5월 강연과 토론

법원이 판단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건은, 5월 10일과 12일 두 차례 회합입니다.

재판부는 우선, 이들이 참석 장소로 모이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판결문엔 휴대전화 전원을 차단하고, 승용차를 운전해 오는 경우 500미터에서 1킬로미터 밖에 주차한 다음 걸어오라는 유의사항을 전달하는데, 이석기 의원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적었습니다. 법원은 5월 10일 곤지암청소년수련원은 개인 명의로, 12일 마리스타교육수사회는 농산물직거래 단체 명의로 대관했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5월 12일 이석기 의원의 강연 내용을 법원이 어떻게 봤는지 볼까요. 판결문 상의 이 부분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피고인 이석기는 “조선반도”는 미 제국주의의 지배질서가 가장 약한 반면 민족적·계급적 억압은 가장 첨예한 곳인데, 지난해 자신들이 미 제국주의에 의한 양당 질서를 끊기 위해 진보당을 만들고,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혁명의 진출”을 하자, 이에 “미 제국주의자들”은 그들의 지배체제 안정과 장기집권을 위해 자신들에게 총공세를 퍼부었음을 언급했다.

현 정세에 대해, 피고인 이석기는 북한이 2013.2.12. 3차 핵실험에 성공한 것을 높이 평가한 다음, “그 다음에 나올 수 있는 것이 뭐예요. 당연히 이것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 세계에 발표하는 거죠.”라며, 이것이 곧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2013.3.5.선언한 정전협정 무효화이며, 이로써 60년간의 휴전상태는 끝나고 전쟁이 임박하였음을 강조했다.

이석기는 혁명가로서 현 정세에 대해, “남녘의 혁명가”로서 “조선혁명이라는 전체적 관점에서”, “전체 조선민족”이라는 “자주적 관점”에서, “남쪽의 혁명을 책임진다는 자주적이고 주체적 입장”으로 현 정세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 정세는 “이 질서와 체계의 근본을 무너뜨려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 새로운 미래와 새로운 단계의 새 혁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강력한 혁명적 계기”이며, 북에서는 “남녘에서 자주, 민주, 통일의 기치를 들고 싸우는”자신들의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인 것이지만, 이곳의 지배세력에게는 ”반역“으로 취급되어 가혹한 탄압이 예견되므로, 필승의 신념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또한 단지 ”정치권력에 대한 쟁투, 이런 문제가 아니고, 이 권력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를 이제 바꿔 버려라“면서,”남북의 자주역량에 의해서“분단의 체계를 무너뜨려 민족사의 대전환기를 만들자고 발언했다.

그는 또 군사적 충돌시기에 “지배세력이 60여 년 동안 형성했던 이 물적 토대를 무너뜨려야”하므로 “정치·군사적 준비”를, 구체적으로 물질·기술적 준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다만 그 의미는 토론에서 동료들과 고민해 보라고 발언했다.

그는 전쟁이 임박했음을 다시 강조한 다음,“민족사의 60년의 총결산”을 위해 “저놈들의 통치에 파열구를”내고, “전선의 허를 타격하는” “선봉장”이 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권역별토론과 발표에선 피고인 김 씨 등의 전시 토론이 시작된다고 판결문은 적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전시 조직적인 지휘체계에 따른 임무의 수행으로서 국가기간시설, 주요 군사시설의 파괴활동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라는 겁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가스·유류, 전기·통신, 철도·도로망, 화학약품 보관시설, 레이더기지 등 시설의 종류는 물론, 평택의 유류저장소, 서울 종로구 혜화동과 성남시 분당구의 통신시설 등 시설의 위치가 거론 되었습니다. 나아가 유류저장소의 외벽 두께와 재질, 이에 적합한 파괴방안, 폭탄제조와 테러의 실례와 함께 무기 탈취나 무기제작에 의한 무장방안까지 거론되었다고 법원은 밝혔습니다.

법원의 RO 논증 2 - 발언 태도와 청중 반응

법원은 이석기 의원의 마무리 발언 또한 주목했습니다. 그가 철탑 파괴가 단순한 방식으로 가능하다면서, 이러한 경우가 무궁무진하니, ‘도처에서 동시다발로, 전국적으로’ 그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하자고 말했다는 겁니다. 법원은 이 의원이 인터넷 사이트에는 보스톤 테러에 쓰인 사제폭탄의 매뉴얼도 게시되어 있음을 언급하고,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것임을 환기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 의원이 ‘총공격의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일체화된 강력한 집단적 힘을 통해서,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 놓여있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순간에’ 라면서, ‘바람처럼 사라지시라.’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라고 적었습니다.

지난 17일 재판부는 판결문을 읽으면서, “이 의원이 토론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탓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철탑 파괴 사례를 들어 주요 시설 파괴 효과의 주효함 등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RO의 존재 여부와 이 의원이 그 총책인지 판단하기 위해, 재판부는 5월 모임에서 이 의원이 보인 태도 역시 주목합니다. 논란이 된 5월 10일 호칭에 관해선 이 의원이 ‘지휘원’이란 말을 썼다고 판단했습니다. 강연 도중 피고인 김 모 씨가 들어오는 걸 것을 보고. “김00 지휘원, 자네 뭐하는 거야 ,지금.”이라고 말해 그를 공개적으로 꾸짖었다는 겁니다.

변호인 측은 자신이 “지휘원”이라는 말은 사용하지도 않았고, 평소 사용하는 표현도 아니라며 이를 부인해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러 차례 들어봤지만, 지휘원이란 단어가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표현이 김일성 저작집 1권에는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 과정에서 자신의 조선인 혁명군의 구성원을 지휘원과 병사라고 칭하는 연설이 수록돼 있다며, 북한식 호칭임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 김 모 씨가 ‘혁명의 수뇌부에 대한 죽음의 충성’을 언급하는데, 이는 모두 지휘체계를 갖춘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발언들이자, 피고인 이석기의 조직 내위치를 가늠케 하는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압수물 역시 RO의 존재와 이 의원이 그 총책이라는 근거로 인정합니다. 판결문은 “주거지에서 피고인 이석기의 필체로, cell은 생사운명을 같이 하는 운명공동체이자 O의 기본단위, O지휘체계와 R·O觀으로 무장하자, RO 생활을 강화하자, “규률준수”와 보고, 분공수행, 총화 등의 내용이 기재된 수첩 등 유사한 내용이 기재된 여러 문건이 압수됐다“라고 적었습니다.

법원 “RO는 내란 주체인 다수인”

이런 법리적 해석을 통해 1심 법원은 RO의 성격과 이 의원의 위상을 아래와 같이 결론지었습니다. 요컨대 재판부는 RO가 체계를 갖춘 조직이며, 내란 주체로 조직화 된 다수인으로 보기 부족함이 없다는 겁니다. 검찰의 공소 사실을 거의 100% 인정한 겁니다. 판결문을 풀어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회합의 성격과 RO의 존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상에서 살펴 본 제반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OO이 진술하는 지하혁명조직 RO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대한민국의 정권이 미제에 예속된 파쇼권력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혁명의 결정적 시기에 그 체제를 변혁하여 자주적 민주정권을 수립한 후,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령관에 기초한 지휘통솔체계를 갖추고, 조직 보위를 위해 철저한 보안수칙에 의거하여 활동하는 비밀결사이다. 그 존재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홍00, 한00과 이OO의 소모임은 위 조직의 하부단위인 세포의 모임이며, 피고인들의 2013.5.10 및 12.회합은 RO의 조직원들의 회합이라고 할 것이다.

조직의 총책은 누구인가. 피고인 이석기가 회합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낸 명령과 지시조의 발언, 130여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자신의 불쾌감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모습, 자신이 지정하는 방향에 즉시 따를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청중의 의사를 확인하는 태도, 이에 상응하는 피고인 김00의 발언과 참석자들의 반응, 압수물의 내용을 모두 종합해 보면, 피고인 이석기가 위 조직의 총책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들은 내란의 주체인가. 피고인들을 비롯한 위 회합의 참석자들 130여 명은 모두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철저한 보안수칙과 지위통솔체계에 의거하여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는 RO의 구성원들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들을 형법 제87조가 정하고 있는 내란의 주체로서 조직화된 다수인의 결합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어 재판부는 내란의 주체인 RO와 이석기 의원이 ‘국헌문란의 목적’ 역시 있었다고 판결합니다. “피고인들은 주체사상과 계급투쟁론에 입각한 혁명관에 기초하여 민족사적 정통성을 북한에 두었다.”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남한사회의 변혁을 목적으로 혁명의 결정적시기를 준비하고 있던 중, 남북의 군사적 갈등국면이 고조되기에 이르자, 전시 또는 이에 임박한 시기의 후방교란 활동을 통해 무력에 의한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과 헌정질서 파괴를 꾀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결문은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된다.”라는 겁니다.

법원 “내란 모의했고, 실현가능성도, 위험도 있다”

내란의 주체와 국헌문란의 목적에 이은 쟁점은 이들이 폭동을 일으키려 했는지, 추상적인 합의를 넘는 내란 모의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위험성과 실현가능성은 있었던 건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은 세 가지 모두 ‘그렇다’는 거였습니다. 판결문의 소결을 풀어서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렇게 본다. 이상에서 본 제반 정황을 종합하여 보면, 우선 피고인들을 비롯한 2013.5.12.회합의 참석자들은 RO의 조직원들이다. 이들은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에 의한 사상적 기초 하에 남한사회의 혁명을 목적으로 지속적인 주체사상 학습과 조직 활동으로 사상적 일체감을 다져왔다.

이를 바탕으로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다가오면 ‘수’(이석기 의원)의 지시에 따라 언제든지 폭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또한 RO의 지휘부는 2013년 3월 초,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기에 이르자, 당면한 정세가 혁명의 결정적 시기에 근접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들은 주요시설에 대한 정보수집의 지침과 혁명적 결의를 위한 결의대회의 지침을 하달하면서 폭력혁명을 준비해 오다가, 같은 해 5월 초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임박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이들이 130여 명의 조직원들에게 내란 실행의 불가피성을 납득시키고 폭동의 준비를 더욱 구체화, 다각화시키기 위해 이들을 규합하였다고 본다. 위 회합은 이와 같은 조직 상부의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해 조직원 130여 명에게 현 정세가 혁명적 계기임을 납득시키고 즉각적인 준비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자리였으며, 이들이 논의한 기간시설 파괴 등 테러 행위는 소수의 인원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행위라고 본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남북관계에 조성된 군사적 대립국면의 정도와 상부의 지침을 철저히 관철하는 조직의 성격에 비추어 보면, 비록 위 회합에서 폭동의 세부적인 계획에까지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논의된 폭동의 실현가능성과 그 실질적 위험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1심 판결문의 결론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이런 논리에 따라, 핵심 쟁점인 내란음모와 선동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RO는 내란의 주체이고 그 총책은 이석기 의원이며,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다고 봤습니다. 이들이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만한 폭동을 일으키려 했고, 추상적인 합의를 넘는 내란 모의를 했으며, 그리고 그 위험성과 실현가능성도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내란음모와 선동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판결문의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피고인들은 민족사적 정통성이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에 있다는 인식하에, 남한에서 사회주의혁명을 완수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혁명조직 RO를 구성하여 비밀리에 활동하던 중 북한의 대남공격에 따른 전쟁발발 시 또는 이에 근접한 시기를 틈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전복하고자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으로 무장한 적어도 130여 명의 조직원들을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 규합하여,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후방교란 활동을 구체적으로 모의하였는바, 이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폭동을 모의한 것이라고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비록 그 음모가 계획의 세부에까지 이르지 아니하였으나, 모의에서 드러난 총책의 실행의지와 수령관에 기초한 조직원들의 충실성, 적어도 2개월에 걸친 사전준비와 혁명적 결의의 강화과정, 모의에서 밝혀진 구체적인 폭동의 윤곽 등 증거조사 결과 밝혀진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 위험성이 실로 높다고 할 것임.이후 남북 간의 군사적 위기국면이 완화되어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는 아니하였으나, 북한은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민족해방의 미명 아래 적화통일의 야욕을 거두지 않고 있으며, 오랜 정전협정으로 유지되고 있는 휴전상태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으므로, 그 내란실행의 합의에 실질적인 위험성이 상당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회합에서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의 실행을 모의함으로써 내란음모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 이석기, 김00의 공모에 의한 내란선동죄도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들의 반국가단체의 활동 찬양·선전·동조에 의한 국가보안법 위반죄도 인정할 수 있다.

일부만이 무죄 판결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제외하면, 1심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을 거의 100% 인정했으며, 검찰 구형량의 약 60%를 실형으로 선고했습니다.

재판 직후 검찰 측은 합당한 판결이라고 짤막하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차경환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국민의 생존과 번영의 토대인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모의했던 이 사건 범죄에 대해 재판부가 실체에 상응하는 판결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변호인의 항변

2월 17일 오후 1심 판결 직후, 피고인 측 변호인단 김칠준 단장은 수원지방법원 건물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 단장은 "정해진 결론에 일사불란하게 꿰어 맞춰진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변호인단의 각종 문제제기에 일축하거나 충분한 설명 없이 일사불란한 판결 선고를 보면서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법부는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고 후퇴를 막아줄 보루라고 생각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번 재판부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를 비판했습니다. 이어 "부림 사건은 33년 만에 진실이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6개월 안에 진실이 밝혀질 줄 알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며 "추측으로 기소한 것이 오늘은 추정으로 재판이 내려졌다"고 말했습니다. 항소 이유서는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만, 17일 변호인단의 마지막 입장 발표를 토대로 향후 법리 공방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김칠준 단장은 “재판과정에서도 확인되었듯이 폭동을 결의한 다음에 자녀를 데리고 백두산 관광을 갔다 왔다는데, 이게 어떻게 내란음모일 수 있었는지, 내란음모의 현장에 있었다는 국정원 협조자도 공개수사를 시작한 당일 뉴스를 보고 내란음모 혐의인 줄 알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내란음모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내란음모라는 5월 12일 모임이 있은 지 2개월이 지난 후에도, 국정원은 여전히 국보법 사건으로 영장 신청을 하였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5월 12일 강의 녹취록을 들은 이후에도 문제가 됐던 혜화전화국이나 한전이나 기관시설의 보안을 강화하라고 전화 한 통, 공문 한 통 보낸 적이 없다.”라며, 이는 “국정원조차도 5월 12일 처음 녹취록을 풀면서 내란음모를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내란음모라는 것인가.”라며 되물었습니다.

5월 모임의 폭동 실행 계획과 의지가 충분하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도 반박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 하나 없고,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입증한 사실이 없는데, 그게 어떻게 내란음모가 될 수 있는가.” 또, “참석자의 반이 여성이고 또 남성들 중에 절반도 군대에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이고, (일부는) 그들이 한 얘기 중에 뜬구름 잡는다는 얘기라고 스스로 실토하고 있는데, 왜 그거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아무런 일언반구도 없는가.”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는 이어 “졸면서 들은 사람, 강연 내용도 잘 몰랐다는 사람, 5월 12일에는 중간간부라는 사람이 참석도 안 하거나 늦게 오거나, 어떤 모임인지도 모르고 제대로, 모르고 왔던 이 모임인데 이것이 뭉뚱그려서 어떻게 내란음모 결의라는지, 떠오르는 질문을 참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2월 17일은 지난해 8월 28일 이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174일째 된 날입니다. 34년 만의 내란음모 사건은, 지난해 11월 12일 첫 공판부터 46차례 재판 끝에 이렇게 일단락됐습니다. 2월 21일, 검찰과 변호인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항소했습니다.

김칠준 단장은 "재판부가 사실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했고 법률 적용에 문제가 있었으며 국가정보원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는 주장을 가중적 양형요소로 본 것도 인정할 수 없다"고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 항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검찰 역시 "피고인들에게 선고된 형량이 너무 가볍고 혐의 가운데 일부 무죄가 나온 부분이 있어 2심 판결을 받기로 했다"며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 변호인단과 같은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최우철 기자justrue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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