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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귀 막은' 의사들 의료분쟁 조정도 거부…'기 막힌' 환자들 의료사고로 "속 터지네"

[기타] | 발행시간: 2013.10.26일 03:38

의료 사고 피해자들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분쟁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설립됐지만 대다수 조정신청이 해당 의료진의 거부로 기각되는 상황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제공

"의료사고 피해자 도움주자"…2012년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

조정 결과 강제할 권한 없고 의사도 "전문성 없다" 수용 거부

제도 겉돌며 환자들만 울분

#1. 지난 3월 A씨(42)는 서울 한 병원에서 무릎관절 수술을 받았다. 같은 질환으로 수술받은 환자들은 보통 2주 정도 입원 치료 뒤 퇴원했는데, A씨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다른 병원을 찾은 A씨는 수술 중에 봉합사 매듭이 신경을 건드려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재수술을 받았다. 그는 즉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냈다. 하지만 2주 뒤 ‘신청이 각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병원 측이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몸이 많이 좋아졌어. 어서 저녁 먹고 와.” 지난해 7월 B씨(51)의 형인 C씨(54)는 동생에게 이 한마디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C씨는 편도암 판정을 받고 같은 해 5월 부산지역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상태는 호전됐다. 세상을 떠나던 날도 C씨는 병원 환자 모임에서 노래를 부를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B씨는 여느 때처럼 저녁을 먹고 다시 병실을 찾았다.

하지만 형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병원 측이 내놓은 사인은 ‘패혈성 쇼크’. 평소 패혈증세가 없었는데 병원 설명을 믿을 수 없었다. 사망 당시 칼륨수치가 떨어진 것을 보면 전해질 이상에 따른 쇼크가 분명했다. 그는 전해질 조정 작업을 제때 하지 않은 병원 측의 실수라 생각했다. B씨는 입원비와 간병비 등을 감안해 1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냈다. 감정단은 형의 사인을 패혈성 쇼크로 결론내렸고, 조정 금액은 500만원에 불과했다.

○계속되는 실효성 논란

의료 과실 소송은 피해자 가족(원고)이 병원의 진료·감정 기록을 확보한 뒤 의료기관을 상대로 복합적인 법리 해석을 거쳐 사고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측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소송 기간도 평균 2년을 넘는다. 의료 사건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중재원)은 의료사고 피해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사고 원인을 피해자 측 입장에서 전문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설립됐다. 하지만 전문인력 부족과 조정신청을 강제할 수 없는 탓에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병원 측 거부로 61.5% ‘폐기처분’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설립 이후 올해 9월까지 의료중재원에는 1482건의 조정신청이 접수됐다. 올 들어 9월까지 접수된 조정신청은 980건으로 지난해 503건보다 크게 늘었다.

조정신청은 늘지만 피해자들의 바람대로 조정이 이뤄지는 사례는 적다. 1482건 중 조정이 이뤄진 것은 567건이다. 신청 건수의 61.7%가 조정도 못 받아 보고 폐기된 셈이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는 “의료중재원 설립 이후 소송 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조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조정에 들어가도 의료중재원 결정에 만족하지 못해 피해자들이 소송을 신청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의료중재원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한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는 “의료계가 추정하는 연간 의료사고는 3만건 정도”라며 “의료중재원에 조정신청된 건수(1482건)와 비교하면 아직 대다수 피해자들이 의료사고에 대해 적정한 이의제기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1명이 40개 분야 조사 … 전문감정 한계

의료중재원의 조정절차가 대부분 각하되는 이유는 해당 의료진이 조정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정중재 과정에서 의료인이 조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의료분쟁 조정은 사고 당사자나 가족이 의료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면 된다. 중재 신청비용은 신청액에 따라 2만2000~16만2000원이다.

조정신청 시작 여부는 피신청인(의료진)에게 달려있다. 피신청인이 받아들이면 의료중재원은 감정절차를 거쳐 조정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거부하면 신청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턱없이 부족한 의료중재원의 전문인력도 설립 배경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조사과정은 현장에 나가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 측이 제시하는 진료기록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여기에 현재 병원진료과목이 40개 정도로 세분화돼 있는데 의료사고 조사관 직원은 의사 1명과 17명의 간호사가 전부다. 담당 의사가 전공이 아닌 분야일 경우 비상근 전문가나 자문위원에게 상식적 수준에서 조언을 구하는 정도다. 이러다보니 조정신청자도 만족하지 못하고, 의사 입장에서도 중재원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 중재원 상근 직원은 70명으로 이 중 의사는 6명이다.

○복지부 “강제권 부여 법률 개정 준비”

전문가들은 의료중재원의 조정신청을 의료진이 반드시 수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 변호사는 “의료중재원에 희망을 걸었던 피해자들이 막상 조정신청 때 의료진 거부로 이뤄지지 않는 경험을 한 뒤 강제력을 갖는 소비자원을 찾는 경향이 많다”며 “강제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의료중재원의 최대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의료중재원에 강제권을 부여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다가 오히려 화가 나서 민원을 넣는 사례가 잦다”며 “조정신청을 강제로 받아들이도록 하되, 의료계와 조율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의료중재원의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권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담당 교수는 “지금처럼 비상근직이 상당수인 의료중재원에 상근직 의사들을 확충하고 준공무원처럼 소신을 갖고 조정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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