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윤진만 기자= 만약 한 선수가 머리 부상을 입고 그라운드에 쓰러졌을 때, 구단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유럽 명문 맨유가 올바른 부상 대처법을 알려주었다.
현지시간 10일 올드트라포드에서 열린 맨유-아스널전, 센터백 비디치는 전반 종료 직전 자기 진영 골문 앞에서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달려나온 맨유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의 오른 허벅지에 얼굴이 찍혔다. 충돌 후 고개가 한 차례 꺾였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대로 그라운드 위로 쓰러져 큰 부상이 우려됐다. 다행히 정신을 차린 듯 일어섰으나 이내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충격이 가시질 않은 듯 했다. 입안에는 피도 고여있었다.
맨유 의료진과 코칭 스태프는 고민할 것 없이 선수 교체를 지시했다. 벤치에서 대기 중이던 미드필더 톰 클레벌리가 재빠르게 몸을 푸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전반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바로 투입되지 못하고 후반에 투입되더라도 워밍업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 사이 비디치는 의료진의 부축을 받아 홈 팬들의 위로 박수를 받으며 터널을 빠져나갔다. 모예스 감독에 따르면 그는 곧장 병원으로 향해 진료를 받았다. 맨유측은 치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일 에버턴-토트넘간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0-0 팽팽하던 후반, 에버턴 공격수 로멜루 루카루가 달려 나온 토트넘 골키퍼 위고 요리스와 충돌했다. 요리스의 머리와 루카쿠의 무릎이 충돌한 ‘대형참사’였다. 요리스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토트넘 감독에게 “뛸 수 있다”는 ‘OK’ 사인을 보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교체 지시를 취소하고 그대로 남은 시간을 뛰게끔 했다.
경기 후 국제축구연맹(FIFA), 의료 협회 등에서는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선수 생명을 무시한 결정을 내렸다며 맹비난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선수의 의사를 존중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 스스로 기자회견에서 “당시 부상을 당하고 요리스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 지 모른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즉, 명백히 뇌진탕이 의심되는 상황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교체아웃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그는 치료 중인 요리스를 10일 뉴캐슬유나이티드전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축구장 위는 전쟁터다. 언제 어디서 누가 부상을 할 지 모른다. 요리스, 비디치도 눈 깜짝할 사이에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이때 구단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출전 강행 욕심이 강한 선수의 말을 믿느냐, 아니면 구단 의료진의 판단을 믿느냐에 따라 해당 선수의 생명이 갈릴 수 있다. 비디치를 병원으로 보낸 맨유의 선택은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토트넘에 교훈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