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2월 9일자 연합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공식 인정하고 사죄한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의 주인공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90) 전 일본 총리를 만날지 주목된다”라고 보도했다.
보도는 “청와대와 외교부 등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고, 여러 가지 영향과 변수, 국익 및 외교적 파장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청와대 방문 요청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무라야마 담화는 아직도 일본에 유효하다
“본인의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라를 파는 것 같은 총리가 있는가?”라며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를 일갈했던 무라야마가 정의당의 초청으로 2월 11일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가 뭘까?
일본 내부에서의 불만 표현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무라야마가 결국 외부적 해결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1995년, 일본 총리의 자격으로 ‘담화’를 통해 주변국들에게 일제의 만행에 대한 사과를 했던 무라야마가 보는 아베의 우경화와 그릇된 역사인식은 노정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을 것이다. '구순(九旬)' 의 노구를 이끌고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전 총리 무라야마는 어떤 마음으로 대한해협을 건너오는 것일까?
무라야마 전 총리는 왜 대한민국 국회의원회관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립'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려고 하는가? 그는 왜 정의당 정책연구원과 일부 대학연구기관이 공동주관하는 ‘동북아 평화 및 올바른 한일관계 형성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하려는 것일까? 그리고, 그는 왜 청와대 방문을 희망하고 있는가?
한국을 방문한 그는 국회와 청와대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올바른 역사인식과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무라야마 담화는 아직도 일본에 유효하다. 이것을 이해해 달라.”
일본, ‘탈(脫) 아베’의 내부적 ‘출구’ 필요
한일간의 외교적 파장은 이미 크게 솟구친 파도의 꼭대기에 있다. 파도가 두렵다면, 바다에 나서는 것조차 거두어야 한다. 솟구친 파도의 높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파도의 흐름을 타야 한다.
‘무라야마 담화’의 당사자인 무라야마 전 총리가 청와대를 찾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는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일본에게도 출구를 찾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와 일본 우익의 우경화 횡보가 이미 국제적 임계점을 넘어섰다. 일본의 과거사와 일제 만행에 대한 한중의 공동대응이 학계와 시민사회의 협력을 넘어서 정부간의 협력체계로 이어지고 있다.
한미일 안보라인을 걱정하는 미국도 한일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인식해,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압력을 전방위로 펼치기 시작했다. 북한도, 그리고 러시아도 일본의 과거사와 우경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도 아베에 대한 반발을 보이기 시작했다. 2월 8~9일 이틀간 중국 상하이(上海)사범대학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일 학술회의'가 열렸다. 일제의 위안부 만행에 대해 일본의 학자들까지 참여한 것이다.
하얼빈(哈尔滨)시 사회과학원 '731문제 국제연구센터'에서는 ‘731부대’의 만행에 대한 한중 학자들의 공동 연구가 진행중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는 현재 하얼빈에서 중국 학자들과 1년째 공동 연구를 진행중이다. 서 교수는 필자와 나눈 대화에서, 이 연구에도 일본 학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제 아베와 일본 우익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는 예상했던 대로 일본 내부에서조차 참을 수 있는 한계의 선을 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시민사회와 지식층, 그리고 일본 정계가 아베의 독선과 아집에 비난의 화살을 보내고 있다. 지금 일본은 ‘아베의 혼돈’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한 ‘출구’가 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탈(脫) 아베 출구전략’에 협력해야
청와대는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방문을 받아들여야 한다. '구순(九旬)'의 노정객이 먼길을 마다않고 찾아오는데, 이를 박대할 필요가 없다.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이 무라야마 전 총리를 ‘총리급’ 예우로 대우해야 한다. 국회는 물론이고, 청와대도 대문을 활짝 열고, 정치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될지도 모를 그의 방문을 반갑게 맞아야 한다.
일본이 무라야마를 통해 아베의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게 해야 한다. 한일관계는 물론이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 한일관계 정상화는 빠를수록 좋다. 그리고, 그 첫 관문이 바로 일본 스스로 아베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에 협력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와 청와대가 무라야마를 반겨야 하는 것은 바로 ‘무라야마 담화’를 가진 그의 ‘정신’ 때문이다. ‘무라야마 정신’은 한미일 공조와, 동북아 평화에 중요한 기초가 될 것임을 미국이 알도록 해야 한다.
무라야마가 귀국길에 크게 웃으면 웃을 수록, 한국은 미중일러 4대 강국에 대한 대일 외교의 전술적 역할이 커질 것이다. 이런 외교적 전술이 실질적인 균형자 역할을 증대시키는 것은 또다른 ‘덤’이다. 청와대는 무라야마에게 대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ssoonkim20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