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페르난도 토레스가 레스터 시티와의 FA컵 8강전에서 1595분 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골 사냥에 성공하며 부활 가능성을 내비쳤다.
토레스에게 있어선 끝을 알 수 없는 악몽과도 같은 골가뭄이었다. 지난 해 10월 20일, 헹크와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홈 경기에서 2골을 넣은 후 5개월을 단 하루 남겨놓은 시점에서 기록한 골이었다. 날짜로 계산하면 152일만의 골이기도 했다.
첼시 소속으로는 1550분만에 넣은 골이었고, 스페인 대표팀까지 포함하면 무려 1595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26시간 35분에 달한다. 참고로 토레스가 지긋지긋한 무득점 기록을 깨기 위해 첼시 유니폼을 입고 그동안 때린 슈팅은 정확하게 50개에 달한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부분은 바로 토레스가 비단 골만이 아닌 전체적인 경기력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데에 있다. 17분 만에 살로몬 칼루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이 경기 첫 공격 포인트를 올린 토레스는 67분경 하울 메이렐레스의 크로스를 이어받아 차분하게 구석으로 밀어넣으며 마침내 오랜 골 갈증을 푸는 데 성공했다.
토레스의 골이 터지자 스탬포드 브릿지를 찾은 첼시 홈팬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토레스도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오랜만의 골과 함께 자신감을 회복한 토레스는 85분경 메이렐레스의 코너킥을 감각적인 헤딩 슛으로 성공시키며 내친 김에 두 골째를 기록했고, 90분경에는 수비수 한 명 제치고 직접 슈팅을 때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욕심 부리지 않고 옆에 있던 메이렐레스에게 내주며 2골 2도움과 함께 5-2 완승의 주역이 되었다. 첼시의 5골 중 4골이 토레스의 발에 의해 이루어진 셈이다.
원래 공격수는 자신감을 먹고 산다고 한다. 한 번 골이 안 들어가기 시작하면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우연이라도 골을 넣게 된다면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예 를 들어보도록 하자. 샬케의 주포 클라스 얀 훈텔라르는 지난 시즌 1001분 무득점 가뭄에 시달려야 했으나 이번 시즌 들어 공식 대회 37경기에 출전해 38골을 넣으며 경기당 평균 1골 이상을 넣고 있다. 말 그대로 거침없는 득점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셈. 지난 시즌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던 선수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상대가 챔피언십(2부 리그) 소속인 레스터 시티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상대가 하부 리그 팀이었다고는 하더라도 이 경기에서 토레스가 보여준 움직임은 분명 예사롭지 않았다. '골닷컴 인터내셔널'은 토레스에게 평점 8.5점을 주며 이 경기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했고, 영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 스포츠' 평점 역시 9점이었으며 팬 평점은 무려 9.5점에 달했다.
한편 첼시는 레스터 시티와의 FA컵 8강전에서도 5-2 완승을 거두며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 경질 후 4연승 신바람 행진을 달렸다. 지난 목요일, 나폴리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4-1로 꺾고 챔피언스 리그 8강에 진출했고, 오늘 경기 승리로 FA컵 4강에 올랐다.
게다가 현재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5위를 기록 중인 첼시가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획득을 위해선 4위 진입이 필수이다. 앞으로의 중요 일정들에서 첼시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선 토레스의 부활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제 첼시는 오는 목요일 새벽 4시 45분(한국 시각),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29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맨시티는 EPL 1위 자리를 놓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합 중에 있다. 즉, 양팀 모두에게 있어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일전인 셈. 맨시티가 이번 시즌 EPL 홈에서 14전 전승을 달리고 있는 팀이기에 첼시 입장에선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과연 토레스가 이어진 맨시티와의 경기에서도 2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자신의 부활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을 지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