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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새벽 즈음에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6.11일 10:41
 (할빈) 림연춘

  오늘도 이른 이 시간에 잠을 깼다. 아침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어둡지도 않은 하루의 시작도 될까 말까한, 그렇다고 일어나서 아침을 서두르기에는 너무 이른 애매한 시간이라 그냥 멀뚱멀뚱 이 시간에 잠을 깬 자신을 소심하게 마음 속으로 탓하며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린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는다. 밖에는 낮의 소란스러운 온갖 소음들이 자취를 감춘채 언제 그랬냐는듯이 지나치게 조용하기만 한 적막함이 흐른다. 요즘 들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게 부쩍 이 애매한 시간에 습관처럼 눈을 뜨는 자신이 이상하리만치 신기하다. 많은 사람들이 달콤한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을 이 시간, 나도 얼른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눈을 감는다. 정신을 추스리고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쓴채 몸을 동그랗게 말고 편안한 자세로 잠을 청한다.

  생각해보니 전에 아빠도 늘 이 시간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여있었다. 가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나를 보고 익살스럽게 말을 걸어왔지만 그때마다 나는 잠에 못이겨 귀찮다는듯 무시한채 계속 잠을 청했다.

  아직 날이 밝지도 않은 창밖의 동정을 살피며 홀로 천정을 향해 심심한 독백을 했을 아빠, 그때마다 아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나처럼 아무 생각 말고 다시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가? 아님 가족들이 깨여나기라도 바래보면서 적막함이 가져다주는 외로움이라도 달래보려고 했을가? 외로웠겠지만 차마 가족들의 잠을 깨울수 없어 홀로 긴긴 적막함을 지켰을 아빠…… 잠 못이루어 고통스럽다던 아빠의 말뜻이 이 시간에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서 비로소 한층 깊이 리해되였다.

  아무 생각 말고 다시 자야지, 마음을 가라앉혀야지…… 새로운 하루동안에 이어질 소박하고 어렴풋한 스케줄을 간단히 체크 아닌 체크를 해보면서 애써 다시 눈을 감는다.

  몇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가려진 커튼사이로도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수 있을만치 조금전에 비해서도 많이 밝아진것 같다. 간간히 하루의 종소리를 알리는 지나가는 차량들의 경적소리도 들린다. 빠른 템포로 조여오는 시간이 나와 경기를 하듯 마주 걸어오는 느낌이다. 무언가를 재촉하는 시간의 눈이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다. 나는 이 제한된 시간내에 구경 무얼 채우며 살아야 하는지, 내 곁에 늘 머물러 있을 청춘이라는 착각속에서, 다시 돌아올수 없는 이 계절 속에서 비여가는 내 마음 차곡차곡 채워줘야 하겠지……

  새벽 즈음의 독백에 홀로 빠져있다. 이 시간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깨여있다면 말이라도 걸어보고싶은 심정이다. 아빠도 그랬었겠지, 애매한 이 시간이 가져다주는 외로움과 적막함에 한가닥의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싶은 심정으로 익살스러운 롱담을 하신 거겠지? 난 왜 그렇게 무정하게 그 마음을 뿌리치고 잠만 잤을가?

  조금 지나면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온 방에 진동할것이다. 그러면 또 출근시간에 늦을라 호들갑을 떨면서 정신없이 아침준비를 서두르느라 뛰여다니겠지, 상상만으로도 오싹해나는 그 그려보지 않아도 너무 환한 그림에 감았던 눈을 더욱 굳게 감아버린다.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하도록. 이 새벽 즈음에 홀로 외로움을 달래며 갇혀진 적막함에 답답했을 아빠와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눌수 있도록, 이른 새벽 나무잎에 맺힌 이슬처럼 좀 더 맑고 평온한 아빠와의 대화를 나눌수 있도록.

  ‘새벽 즈음’이라는 이 시각에 많 것을 느끼고 알아가고싶다. 인생에 있어서도 이 시각만큼은 참 소중한 시각인것 같다. 이르지만 아직 주사위가 던져지지 않은 이 시각에 깨달은 작은것 하나가 많은 일의 성사를 결정할수 있을 만치 무궁무진한 힘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아침이 가져다주는 눈부신 해살을 바탕으로 문득 지나간 추억을 느껴보면서 텅 빈 마음이 가져다주는 허탈감이 아니라 그 순간 용기를 내고 일어선 자신의 모습에 박수를 쳐줄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한 페이지가 되고싶다. 모두가 처음 서보는 시간이란 무대에서 아마추어와도 같은 서투른 인생그라프가 그려진다 해도 그 속에 후회라는 성분이 좀 적게 들어간, 먼 후날 아주 먼 후날 내 인생의 노트를 다시 꺼내여 볼 때 그래도 미소로 떠올릴수 있는 기억이 좀 더 많이 남은 그런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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