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문학/도서
  • 작게
  • 원본
  • 크게

.시. 내 가슴속의 별은 아직 손발이 따뜻하다(외3수)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6.11일 10:45
(심양) 허창렬



  어느 하늘아래 서러운 별이였던지 이제는 기억에조차 아리숭하다

  흔들리는 눈섭, 흔들리는 가슴ㅡ

  흔들리는 바람속에서도 나의 손발은 항상 너무 차거웠다

  캄캄한 밤하늘. 눈 내린 보리밭, 마음이 가난한 돌멩이

  새벽이 휘파람 불며 끌고 오는 저 긴 기적소리에도

  어김없이 풀 가위질해대던 여리고 아팠던 나의 잔등

  똥별이 지핀 모닥불에 눈물로 꽁꽁 언 몸을 녹여가면서도

  그렇게 나의 별은 항상 손발이 가슴보다 더욱 따뜻했다.

  지킬수 없는 약속따윈 이제 와서 진리조차 아니기에

  용서라기보다는 때늦은 관용이나마 내 마지막 자존이라 굳게 믿고

  그렇게 억새풀처럼 꿋꿋이 살아온 삶

  오늘은 살아서 죽어가야 할 내 인생의 마지막 자서전을 다시 쓰면서

  나는 다시 필을 씹는다 이제와서

  찢어진 가슴 깁는다는건 녀와가 하늘을 깁기보다도

  더욱 어려운 일이기에

  사월은 마침내 손발이 아닌 가슴을 먼저 덥힌다

  가슴에서 떠오르는 찬란한 별 하나

  허이ㅡ허이ㅡ 쾌나 칭칭ㅡ어절씨구ㅡ

  장구치며 탈춤 추며 노래 부르며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





  봄 1



  다 주기로 했다

  아낌없이 내 모든것을 이제는 죄다 돌려주기로 했다

  후회마저 없다

  아무런 방황조차 없다

  통통 젖살이 오른 풀잎들이

  담장아래 입술을 오무르고 실실 웃는다

  천만개의 해살을 쪼개여 금빛으로 만든

  큼직한 나막신을 신고

  옷자락 너풀거리며 바람이 다시 산에 오른다

  벌판에서 깔깔대며 뛰여다닌다

  페허의 뜰밖에는 냉큼 꽃씨도 쥐여 뿌린다

  물주전자속의 안타까운 시간들이

  지친 모습으로 긴 머리채 감으면서

  창턱의 화분우에 두 마리의 가재미 되여 나란히 눕는다

  갓 피여난 월계화의 향기를 개구리는

  천서로 두 손에 언뜻 받아쥐고서도 아직 읽을줄조차 모른다

  잘 여문 주름살이

  글이 없는 세상을 바위우에 조심스레 쏟아붓는다





  봄 2



  드디여 깨여난다

  하나둘씩 기지개 켜며 살풋이 눈을 뜬다

  잘 썪어 문드러진 아름다운 향기속에서

  지렁이며 개구리며 제비들이 제각기

  따로따로 손발을 움직여본다

  너는 부처님이 고행(苦行)으로 흘리신 무수한 땀방울

  너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묶여 흘리신 빨간 피방울

  개나리가 베토벤의 제 3악장을 신나게 연주한다

  봉성화가 아리랑에 박자맞춰 덩실덩실 탈춤을 춘다

오늘도 물은 풀잎에 손 베여도 상처가 없다





  갈대



  바람을 읽고 다시금 꿋꿋이 일어선다

  하늘에 서슴없이 날리는 창백한 붓끝

  웅덩이에 고인 한방울 물에도 곱게 또 인사를 한다

  낫 놓고 기억자 , 아무것도 모르는 흰 노루와 놀란 사슴떼

  헐레벌떡 뛰여가는 내 숨결의 크나 큰 폭포소리여

  추호의 망설임도 모르는 대자연의 거대한 장편서사시여

  언제나 장님처럼 나만 믿고 따르는

잃어버린 옛사랑의 얼룩진 흰 손수건이여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 길림일보사와 한국강원일보사, 전략적 협력 협정 체결 5월17일, 길림일보사와 한국 강원일보사는 한국 강원도에서 친선관계 체결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을 체결, 쌍방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해는 길림성과 한국 강원도가 우호적인 성도(省道)관계를 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문 닫을까 싶어" 피식대학, 상처받은 '영양군'에 결국 장문의 사과

"문 닫을까 싶어" 피식대학, 상처받은 '영양군'에 결국 장문의 사과

3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측이 최근 경상북도 '영양' 지역에 방문해 촬영한 영상에서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들이 방문해서 혹평을 했던 백반집 사장 A씨가 심경을 고백했다. 피식대학 측은 논란 이후 약 일주일이 지나서야 영

"기업리뷰 1.7점" 강형욱 회사평점 논란에 네티즌 갑론을박 무슨 일?

"기업리뷰 1.7점" 강형욱 회사평점 논란에 네티즌 갑론을박 무슨 일?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3배 늘었다고 알려져 있는 개통령 '강형욱'의 회사 '보듬컴퍼니'의 잡플래닛 기업리뷰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통해 보듬컴퍼니의 전 직원들이 남긴 회사 리뷰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긴급체포 해달라" 김호중, 계속된 거짓말 정황에 분노한 시민 '직접 신고'

"긴급체포 해달라" 김호중, 계속된 거짓말 정황에 분노한 시민 '직접 신고'

사진=나남뉴스 뺑소니 및 음주운전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거짓말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을 긴급체포해달라는 시민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18일 한 누리꾼은 경남 창원시에 콘서트를 진행 중인 김호중을 긴급체포 해달라고 신고한 사실을 밝혔다. 글쓴이는 "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