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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연대’의 기적…청소노동자들의 삶을 바꾸다

[기타] | 발행시간: 2014.06.29일 12:05

지난 4월17일 오후 서울 인덕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인덕대분회 파업 30일차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서 여성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겨레]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집단교섭’

개별 사업장 노동 조건 향상 위해

용역업체·대학 설득해 집단 교섭

 

다같이 뭉쳐 싸우니 ‘눈부신’ 성과

‘최저임금이 곧 임금’ 원칙 깨고

3년 새 임금 35% 올라…식대도 현실화

참여 사업장도 4곳에서 16곳으로 4배 늘어

서울 지역 사립대학 14곳에서 일하는 환경미화, 경비,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같은 시급과 점심값, 명절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집단교섭이 자리하고 있다.

집단교섭은 여러 사업장의 노동자 대표가 사용자 대표들과 마주 앉아 임금과 단체협약을 놓고 협상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런 방식의 교섭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별 사업장 단위보다 노동자의 힘을 한 곳에 모아내기 쉽고, 모든 사업장의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같은 수준으로 맞추기 위함이다. 국내 노동계에 이런 집단교섭을 목적으로 하는 산별노조 운동이 벌어진 지는 20여년에 이르지만 일부를 빼고는 대부분 사업장 단위 노조가 여전히 개별 사용자와 협상을 하고 있다.



이들 사립대학 노조가 가입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가 용역업체 대표들을 하나의 협상장에 끌어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흩어지면 죽는다’는 단순한 이치에서 나왔다. 서경지부는 2009년까지는 대학마다 용역업체와 개별교섭을 했다. 당시는 워낙 해고가 남발되는 상황이어서 이 문제 해결에 집중하느라 다른 사안은 돌아 볼 겨를이 없었다. ‘최저임금이 곧 실제임금’이었던 임금수준도 미처 건드리지도 못했다. 권태훈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하나씩 싸워서는 안되겠다는 문제의식이 이때 생겼다”고 말했다. 2010년 가을 첫 집단교섭을 요구했을 때 용역업체 대표들이 보인 반응은 “노조에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노조는 집단교섭에 나오지 않는 용역업체는 물론 해당 업체의 원청 사용자인 대학본부 쪽을 어르고 달래야 했다. 농성과 집회, 파업은 노조가 쓸 수 있는 무기였다. 지금도 실제 교섭에 들어가서 이뤄지는 협상보다 이들 업체 대표들을 협상장에 불러내는 게 더 어렵다. 김윤수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집단교섭에서는 협상장에 나오게 하는 게 (전체 들이는 품의) 반이고 그 뒤 구체적인 임단협 쟁취투쟁이 나머지 반”이라고 말했다.

교섭이 진행되면 업체들은 원청인 대학, 함께 교섭 테이블에 나온 다른 대학의 눈치를 보느라 잘 합의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다 한 대학에서 잠정합의 소식이 터져 나오면 그제서야 물살을 탄다. 올해는 경희대가 3월 초 첫 테이프를 끊었다.

물론 용역업체들은 집단교섭 방식을 꺼린다.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은 집단교섭 갈 때 ‘징역살러 간다’고 한다. 11월에 노조에서 교섭요청 공문이 오면 업체 대표들은 ‘우리가 왜 들어가야 하느냐’며 불만이 가득하다. 그렇게 안 하면 노조가 파업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교섭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서울 시내 대학 환경미화, 경비, 시설 노동자들이 이뤄낸 성취는 놀랍다. 2011년 4600원이던 시급은 3년 만에 6200원이 됐다. 3년간 임금상승률이 34.8%에 이른다. 4만여원에 불과하던 한 달 식대는 9만원이 됐고, 5만원 수준의 명절상여금은 18만원까지 올랐다.

임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조건 역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예전엔 용역업체는 물론 대학 쪽의 부당한 요구에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고 응해야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이숙희 서경지부 홍익대분회장은 “노조가 없을 땐 학교 이사장 집에 가서 설거지를 해주는가 하면, 경비 노동자가 아침마다 지게를 지고 학교 안 언덕 위까지 쓰레기를 날라야했으나 이젠 그런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소문이 대학 사회를 휩쓸면서 한 대학 안에서 다른 직종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의 노동자까지 노조에 가입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났다. 2011년에는 고려대, 고려대안암병원, 연세대, 이화여대 등 3개 대학 4개 사업장이 집단교섭 적용대상이었으나 올해는 14개 대학 16개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이화여대에서 경비일을 하는 이금태(65) 부분회장은 “임금도 오르고 할 말도 하고 살 수 있게 된다는 소문이 나니까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몇 년간 고난한 투쟁을 벌여 온 대학의 노동자들이 이제 막 가입한 노동자들과 같은 조건을 적용받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하지만 이숙희 분회장은 “일터는 달라도 같은 일을 하니까 노동조건을 같이 올려놔야 다음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김경순(67) 연세대분회장은 “우리가 선구자 노릇을 함으로써 다른 노동자들도 노조를 만들어 같은 조건을 적용받으니 좋은 일 아니냐”고 강조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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