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그 놈 인생 한편의 영화같다. 부서지고 뒤집히고 폼나게 달리다 세월이 흘러 은막의 별이 된 명차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했다. 관객의 기억 속에 영원히 죽지 않는 그 놈 인생, 사람 보다 예술에 가깝다.
영화와 자동차는 궁합이 잘 맞다. 액션이든 멜로든 장르를 불문하고 자동차는 등장한다. 스크린 가득 광분하는 엔진이 있나 하면, 가슴저린 이별을 고하며 쓸쓸히 돌아서는 엔진도 있다.
니콜라스케이지 주연의 영화 식스티세컨즈(60초)는 명차들의 향연이다. 쉐보레 콜벳부터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셰까지 날렵하고 늘씬한 명차들이 스크린을 메운다. 그 중 백미는 주인공에게 쓰라린 상처로 남아있던 포드의 `1967년형 쉘비 머스탱GT500`이다. 이 차는 자동차 튜닝(개조)업체 쉘비(Shelby)가 포드와 손잡고 내놓은 튜닝모델이다.
▲ 쉘비 머스탱 GT500
쉘비라는 이름은 1930~40년대 미국의 레이싱 영웅 캐롤 쉘비(Carroll Shelby)에서 따왔다. 레이서 은퇴후 `코브라`라는 레이싱팀을 이끌던 쉘비가 자동차 튜닝사업에 뛰어들면서 만든 회사가 쉘비다. 67년형 쉘비 머스탱GT500은 355마력, 최대 시속 212km로 달리며 당시로선 폴발적인 성능을 냈다. 바람의 사나이 쉘비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명차였다. 포드의 머스탱 시리즈는 국내에도 몇 종이 소개돼 판매되고 있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졸업(The graduate)에는 `알파로메오의 스파이더`가 등장한다. 사이먼앤가펑클의 노래 못지 않게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이탈리아 명차다. 주인공의 방황과 고뇌, 열정, 사랑은 스파이더를 타고 관객에게 전해졌다.
▲ 알파로메오의 스파이더 1시리즈
영화속 호프만이 타던 스파이더는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알파로메오가 1966년~69년 생산했던 1시리즈다. 스파이더는 1993년까지 4시리즈가 판매된 후 단종됐다. 스파이더의 첫 등장은 1961년 토리노 오토쇼를 통해서지만, 완결된 1시리즈 형태는 1966년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1570cc 트윈캠 4기통 엔진에 5단 변속기를 장착했던 스파이더 1시리즈는 미려한 외관으로 당대 젊은이들을 설레게 했다.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본드카 `애스턴마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007 골드핑거`에 등장했던 애스턴마틴 DB5는 숀 코네리와 함께 007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경영난으로 1994년 포드에 팔렸던 애스턴마틴은 2007년 다시 영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영국에선 애플의 아이폰을 제치고 가장 멋진 브랜드에 꼽힐만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007본드카 애스턴마틴
이밖에 쉐보레의 카마로(5세대)는 영화 트랜스포머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프랑스 푸조406은 영화 택시에서 현란한 개인기로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오상용 (thugoh@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