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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벌 세우기 놀이 한다면 어린이집 학대 의심해 보세요

[기타] | 발행시간: 2015.01.17일 02:42
 “싫어, 가기 싫어.” 올해 다섯 살이 된 지윤(가명)이는 2년 전 어린이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울면서 떼를 썼다. “엄마, 오늘 어린이집 가는 거야?”라고 묻기도 했다. “가야지”라고 어머니 서모(37·인천시 연수구)씨가 대답하면 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서씨는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그러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딸을 보냈다.

 이런 일이 한 달가량 반복됐을 때 딸의 감기약을 전해주러 간 어린이집에서 서씨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을 멀리서 본 지윤이가 뛰어나와 자지러지게 울어댔기 때문이다. 서씨는 폐쇄회로TV(CCTV) 공개를 요구했다. 녹화된 영상 속엔 담임 교사가 지윤이의 머리와 얼굴을 가리지 않고 마구 때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다른 아이를 때리고 벌 세우고, 아이들의 입에 억지로 밥을 쑤셔 넣는 장면도 있었다.

 충격에 할 말조차 잃은 서씨는 당장 지윤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왔다. 곧바로 아동 심리 전문가의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나쁜 기억을 지우기 위해 이사도 했다. 심리치료는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 서씨는 “매일 아이를 지옥 같은 곳에 보내고도 엄마인 내가 몰랐다”며 가슴을 쳤다.

 24개월 된 민호(가명)는 목덜미부터 등 아랫부분까지 붉게 긁힌 상처를 입고 어립이집에서 돌아왔다. 어머니가 유심히 살펴보니 상처가 꽤 깊었다. 보육 교사에게 묻자 “낮잠을 재우려고 자장자장하다가 손톱이 살짝 스쳤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어린이집엔 CCTV가 없었다. 어머니는 민호를 안고 소아과로 달려갔다. 의사는 “실수로 스쳤다고 볼 수 없는 고의로 낸 상처”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관의 추궁에 그 교사는 “다른 아이들은 다 잠들었는데 민호만 안 자서 짜증이 나 긁었다”고 실토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를 일찍 발견하려면 아이의 신체적·정서적 징후를 잘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한응급의학회 박준동 회장은 “아이 몸에 나타난 상처 상태와 아이가 설명하는 다칠 때의 정황이 많이 다르면 학대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적 학대와 달리 정서적 학대는 외상이 남지 않아 부모가 알아채기 힘들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강인수 과장은 “상담 사례 중에 아이가 교사에게 욕설을 들었는데 집에 와서 엄마 앞에서 똑같이 따라 한 경우가 있었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행동 변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유숙(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먹고 자는 패턴에 변화가 오거나 갑자기 떼가 늘고, 잘 울거나 잘 놀라는 등 행동이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대를 당한 아이 중엔 자기가 당한 학대를 놀이를 통해 재연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가 교사에게 오랫동안 서 있게 하는 체벌을 당한 뒤 동생과 ‘선생님 놀이’를 하면서 동생을 벌 세우는 식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 이유를 찾아보는 게 좋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신의진(새누리당) 의원은 “어린이집에 갈 때가 되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 아이를 상담하다 학대 사실을 알게 된 경우가 있다. 아이가 갑자기 우울해하고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은 듯하게 보이면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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