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밖에는 없죠."
지난달 새 앨범을 발표한 40대 싱어송라이터가 방송 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 현 방송 환경에서 아이돌을 제외한 가수가 방송에서 자신의 노래를 소개하긴 정말 어럽다. 복면을 쓰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나마 그 역할을 '스케치북'이 해줬다. 그 전에는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했고, 그 이전에는 '이소라의 프로포즈'도 있었다. 싱어송라이터는 아니라도, 자기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음악과 삶을 얘기할 수 있는 빛과 소금같은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지금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사실상 변질됐다. 아이돌을 출연시키면서다. 물론 아이돌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다. 하지만 꼭 '스케치북'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월화수목금토일. 아이돌을 위한 음악방송은 넘쳐난다. 물론 음방 출연이 모두에게 활짝 열린 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회는 있다. 하지만 비 아이돌 가수들에겐 어떻게 보면 '스케치북' 뿐이다. 적어도 수신료 현실화 건강한 공영방송의 시작을 추구하는 KBS는 그런 부분까지 살필 의무가 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1회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가수는 많게는 4팀, 적게는 3팀이다. 그 중 24일 방송에는 인피니트가 출연한다. 제시와 치타 역시 최근 핫한 가수다. 17일 방송에는 에이핑크가 출연했고, 10일 방송엔 마마무가, 3일엔 슬리피와 송지은이, 6월 26일엔 씨스타에 AOA까지 출연했다. 사실상 아이돌 판이라고 봐도 된다.
아이돌이 출연한다고, '스케치북'의 시청률이 크게 뛰진 않는다. 아이돌만 출연하는 KBS 2TV '뮤직뱅크' 시청률이 3%가 안되는게 현실이다. 근데 왜 '스케치북'은 아이돌에 의존할까. 그럴 필요 없다. 차라리, 음악은 좋은데 방송을 못하는 가수들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소박한 '스케치북'의 무대, 하우스밴드의 존재도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위한 것이다. 씨스타의 'Shake it', AOA '심쿵해'를 라이브 밴드의 음악으로 들을 필요는 없지 않나.
하루 빨리 '스케치북'스러운 길로 복귀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