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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기타] | 발행시간: 2015.08.31일 10:24
난 산을 좋아하고 산행도 좋아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어학원의 주말수업과 시간이 겹쳐 잘 가지 못한다. 그런데 어떤 중국인과 대화하던 도중 우연히 이런 아쉬움을 얘기했더니 그는 여느 한국인들과는 좀 달리 반응했다. 호응은커녕 대뜸 거기 올라가면 뭐 볼만한게 있느냔다. 일순간 말문이 막혔다. 산등성이에서 느끼고 배우는 겸허, 산행도중 접하는 수목과 야생화의 아름다움,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등장하는 가사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등등 그에게 들려주고싶은 말들이 태산같이 밀려왔지만 깨끗이 포기했다. 그가 매우 현실적인 사안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인것을, 또 평원에서 나고자라서 그런지 등산에 별로 관심이 없는 보통의 중국 동북인(東北人)인줄 진작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성장환경에 따른 관념상의 차이로 인해 거리감을 느꼈던 경우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취향의 문제일뿐 옳고그름의 문제는 아닐것이다.

중국인들과의 접점에서만 이런 거리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한국인들끼리의 접촉에서도 종종 느낀다. 5천만명의 한국인들중 집단별로 대표성을 가진 사람을 하나씩 차출이라도 하듯 모인 표본집단과도 같은 이곳 한국인사회에서는 서로가 “나와 다른 당신”을 피부로 절실히 느낄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유유상종하느라 접촉할 일이 거의 없었던 계층과 분야, 부류의 사람들도 여기서는 상대적으로 쉽사리 만나게 되니 그럴수밖에 없다. 그런만큼이나 한국인끼리의 대인관계에서도 한국에서와는 달리 마음쓰임이 적지 않고 쉽게 피곤을 느끼게 된다. 같은 언어를 쓰고있지만 소통은 별개의 문제이더란 이야기다.

나와 생각과 주관과 의견, 분위기와 관념과 심성, 개성이 같지 않은 당신앞에서 우리는 종종 불편함을 느끼고 언성을 높이기 쉽다. 다혈질인 사람은 핏대를 올리며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나아가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모국에 있을 때에 비해 생활이든 업무든 확실히 힘들고 팍팍한 일상이니 더욱 그러기 쉬울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한국인들끼리의 갈등의 골도 꽤나 깊고 갈등의 표출도 잦다는 느낌이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일가. 그래서 노래가사처럼 “이젠~ 이젠~ 그만 잊을테요”로 관계가 마무리지어져야만 하는것일가. 딱하고 애석한 일이 아닐수 없지만 현실은 분명히 그러하다.

요즘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있는 “소통”과 “화합”, “통합”을 생각해본다. 언어와 풍습이 전혀 다른 중국인들과의 어울림은 그렇다치더라도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있는 터에 이런저런것들이 나와 다소 다르다고해서 굳이 그렇게까지 내 의견과 방식만을 주장해야만 하는것인지 진정 의문이다. 모집단이 아닌 표본집단일수록 각 개개인들은 더욱 “소통”을 념두에 두고 노력해야 주변과의 어울림이 원활해질것이라고 믿는다.

몇년전 현지 발행 월간 “한국인 소식지” 편집에 봉사로 참여하며 한국인류학생 하나를 인터뷰한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한족학교에 다녔고 북경대학 특례입학에서 외국인학생 수석을 차지했던 대견한 학생이다. 한족학교에 다니며 급우관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겠다고 위로삼아 격려를 보냈더니 조용하면서도 자신에 찬 당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중국학생들,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해요. 가만히 있으면 친해지지 않아요.“ 그랬다. 비록 그는 어린 나이의 학생이였지만 성장환경과 가치관이 전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이미 온몸으로 깨달아 알고있었다. 그랬기에 어릴 때부터 긴 세월 중국학생들과 부대끼면서도 불편없이 지내오며 본인이 가고자했던 길을 꾸준히 걸을수 있었으리라.

이런저런 만남과 어울림속에서 스스로 자문해보지 않을수 없다. 내게는 외국인 중국 심양땅에서 나는 지금 나와는 여러모로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얼마만큼 노력을 기울이고있는것일가?


박정태

출처:료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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