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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랑 먹는 일본식 군만두 맛 아시나요?”

[기타] | 발행시간: 2015.09.03일 11:55
[한겨레] [매거진 esc] 요리

일본 배우 겸 요리연구가 다카기 리나와 함께 찾아간 ‘재팬 푸드 페스티벌’

다카기 리나. 사진 박미향 기자

“한국 음식은 한번 맛보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배우 겸 모델로 활동하는 일본인 다카기 리나(36)의 한식 사랑은 한국인 못지않다. 그는 케이블채널 엠넷의 <오프 더 레코드, 효리> 등을 연출한 최재윤 피디와 2013년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다. 일식과 복어 조리 기능면허증을 가진 그는 최근 ‘제1회 푸드티비, 푸드필름 페스티벌’의 집행위원으로 활약한다.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요리연구가 활동을 벌일 계획도 갖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일본 가정식을, 일본인에게는 한식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에선 오는 19일까지 ‘재팬 푸드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음식으로 한-일을 잇는 이 축제에 다카기 리나만큼 어울리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그는 한식 쌈밥을 일본식으로 만들거나, 일본에서 주로 재배되는 채소로 한국의 나물을 무쳐 밥상을 차린다. “김치찌개, 국밥은 말만 들어도 침이 돌아요. 소박한 한식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셨던 일본 음식과 닮은 점이 많아요.” 안내자를 자처한 그와 함께 지난달 27일 현장을 돌며 일본 요리와 일본 여배우의 한국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마루가메제면의 실내. 사진 박미향 기자

마루가메제면의 자루우동. 사진 박미향 기자

‘재팬 푸드 페스티벌’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국내 진출한 일본 외식업체가 공동기획하고 주한 일본대사관과 일본 정부 관광국이 후원하는 행사. ‘카츠야’ ‘마루가메제면’ ‘요멘야 고에몬’ ‘갓덴스시’ ‘모스버거’ ‘와타미’ ‘레타스’ 등 7개 일본 외식브랜드가 참여한다. 일본의 맛을 대표하는 우동, 꼬치, 초밥 등을 파는, 일본에선 대중적인 외식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거창한 가이세키(일본 고급 연회용 만찬) 같은 고급요리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일본의 보통사람들이 즐기는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인 셈이다. 기획자 중 한명인 가와무라 사치에는 “한-일 음식 교류의 장을 열고자 올해 처음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다카기 리나와 처음 방문한 식당은 마루가메제면 강남2호점. 마루가메제면은 일본의 대표적인 우동 프랜차이즈로 굵고 탱탱한 면발을 자랑한다. “가정에서 나베(일본식 냄비요리) 만들어 먹을 때도 꼭 우동면을 넣어요.” 하얗고 가는 손가락으로 쭉쭉 굵은 면을 끌어올려 얇고 붉은 입술에 쏙 넣어 먹는 모양새는 영락없는 미식가다. “파스타의 ‘알 덴테’(살짝 단단한 식감이 살아 있도록 면을 삶은 정도)처럼 삶은 우동 면의 식감이 살아 있어 맛있어요. 일본에서는 이렇게 우동을 삶아야 제대로라고 해요.” 마루가메제면의 우동은 15분간 삶은 뒤에 15분 상온에 두는 점이 특이하다. 우동은 우리네 멸치국수나 일본식 메밀국수 등에 비해 면이 굵어 삶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탱탱한 면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족타(발로 밟는 것) 등의 갖가지 기술이 필요해 제대로 맛을 내기가 의외로 어려운 면 요리다.

하얗고 굵고 탱탱한 우동

“심이 살아 있어야 잘 삶아진 것”

와규 샤브샤브 부드럽고 쫄깃

술꾼 부르는 꼬치구이도 다채

15살에 모델 활동을 시작한 다카기 리나는 자신의 청소년 시절 감성을 채워준 것이 한국 가요였다고 말했다. “에이치오티(H.O.T.), 디제이 디오시(DJ DOC)의 노래에 푹 빠졌었어요. 가사를 외우고 노래를 따라 불렀죠.” 일본 후지티브이의 <낫 소 퍼펙트 러브>, 영화 <워터스>, <에코에코 아자락> 등에 출연하는 등 배우 활동을 하면서도 한국어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금 그의 한국어 실력은 유창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기아자동차 등 한국 기업과 인연이 닿아 한국에서도 모델로 활동을 한 그는 한국 드라마 <떼루아>, 한-일 합작 드라마 <사랑하는 메종~레인보우 로즈> 등에도 출연했고 2012년 영화 <시간의 숲>에선 배우 박용우와 주연을 맡았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30살에 무작정 한국에 왔다”고 했다. 나고 자란 일본만큼이나 애정을 갖게 된 한국에서 요리를 포함한 여러 활동을 하고 싶었다. 무작정 자신을 소개하는 시디(CD)를 들고 기획사를 찾아다닌 끝에 현재는 ‘필름있수다’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식에 깊이 빠졌던 그는 2011년에 요리 서바이벌 도전 프로그램인 <예스셰프 시즌2>에 출연해 솜씨를 발휘했다. 하지만 부끄러웠다. “그동안 제가 한 한식이나 일식 요리들이 아마추어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요리학원에 등록하고 각종 요리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최재윤 피디와 함께 건너간 미국에선 일식레스토랑 등에서 일하면서 요리 실력을 닦았다.

레타스 샤브샤브. 사진 박미향 기자

그의 얘기를 들으며 와규(일본 토종 소) 전문 샤브샤브 식당인 레타스에 들어섰다. 레타스는 1인용 화로에 각종 채소와 와규를 보글보글 끓는 육수에 넣어 먹는 식당이다. 샤브샤브 전문점이지만 샐러드 뷔페 바가 있다. “고기가 종이처럼 얇아서 식감이 부드럽고 채소마저도 고기처럼 얇아 맛의 조화가 일품이군요. 채소와 얇은 고기를 같이 돌돌 말아 한입에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어요.”

와타미의 꼬치요리와 군만두. 사진 박미향 기자

이어서 도착한 와타미는 20대 젊은 친구들에게 인기있는 일본식 선술집이다. 스무가지가 넘는 꼬치요리가 술맛을 돋운다. 그는 “동네마다 지점이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 인기있는 집”이라며 “한국에서도 손님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와타미는 일본에서 600개 지점을 보유한 대표적인 일본식 선술집이다. 어둑한 실내와 바로 구워서 나오는 꼬치가 술꾼들을 불러 모은다. 그가 만두를 집어 먹으면서 말한다. “한국은 군만두보다 찐만두 파는 곳이 많던데 일본은 군만두를 많이 먹어요. 이 만두는 생강 향이 강하죠.” 맥주를 곁들여 먹어야 고소한 기름진 만두의 맛을 혀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재팬 푸드 페스티벌’은 참가한 식당 7곳에서 미식투어 하고 방문 도장을 받는 축제다. 도장은 ‘스탬프백’(STAMPBAG) 모바일 앱을 내려받으면 해당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하나씩 받을 수 있다. 3개가 모이면 1회 방문할 때마다 경품 응모권 한 장을 받는다. 추첨을 해서 총 500여명에게 상품을 준다. 1등은 오키나와, 도야마현 온천 등의 여행이 가능한 항공권과 호텔 묶음을, 2등은 서울~도쿄 항공권을 제공한다. 그밖에도 국내 호텔 숙박권, 참여 식당 식사권, 일본 카레 등이 제공된다. 축제 참여는 강남역 인근에서 영업을 하는 지점들에서만 가능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재팬 푸드 페스티벌’ 참가 식당

카츠야: 일본에서 1998년 1호점을 연 이래 전국 250여곳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일본 최대의 돈가스 체인 브랜드. 덮밥이 5900원, 로스가스 정식이 7000원 등. (02-554-1529)

갓덴스시: 일본식 회전초밥집. 매주 금요일에 참치 해체 쇼를 한다. 2300원부터 시작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초밥집. (02-2051-1477)

마루가메제면: 일본 사누키 우동 전문점. 튀김, 주먹밥 등이 1000원대이고 우동도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자루우동이 3500원. 부대찌개우동, 족발우동 등 독특한 메뉴가 있다. (02-501-4267/02-6959-6179)

모스버거: 일본 여행객이라면 한번쯤 맛본 경험이 있는 모스버거. 3900원부터 시작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햄버거가 메뉴다. (02-559-1140)

요멘야 고에몬: 일본풍 스파게티 전문점. 하카타풍 등 일본식으로 만든 스파게티가 별미. 1976년에 일본 시부야에서 문을 연, 역사가 오래된 식당이다. 스파게티는 대략 1만3000원.

레타스: 샤브샤브 전문점으로 칠리토마토육수, 두유미소 육수 등 5가지 육수를 고를 수 있다. 점심 특선 코스가 1만2900~2만1900원. 뷔페식 샐러드바도 운영한다. (02-595-4952)

와타미: 일본에서 600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하는 일본식선술집(이자카야). 20가지 넘는 꼬치요리와 전골, 튀김 등 다양한 안주가 있는 술집. 예산을 1인당 2만원 정도 잡으면 된다. (02-565-9198)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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