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는 괜한 기우였다.
'응답하라 1988' 히로인 혜리가 첫 방송부터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수놓았다. 성덕선이란 인물에 몰입한 혜리는 제 몸에 딱 맞은 옷을 입은 듯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었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새 금토극 '응답하라 1988'에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봉황당 골목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극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은 혜리(성덕선)였다. 성동일 이일화 부부의 둘째 딸로 언니와 동생에 치여 자신의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한 둘째의 설움을 표현했다. 언니에게 반말로 까불다 머리끄덩이를 잡히기 일쑤였지만, 그렇게라도 억눌린 설움을 표출하고 싶었다.
언니와 생일이 며칠 차이가 안 난다는 이유로 18년 동안 항상 같은 생일 케이크로 동시에 생일 축하를 받았던 혜리. 특히 첫 방송에서 폭풍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북받쳤던 설움을 폭발하는 장면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연기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혜리가 덕선의 모습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혜리는 단발머리에 꽃분홍색 티셔츠 그야말로 촌스러움의 상징인 덕선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시커멓게 분장을 칠하고 까만 소녀로 변신해 88서울올림픽 피켓걸에 도전하는 열정을 표현하는 데 손색이 없었다. 언니 류혜영(성보라)에 머리채를 잡히고 싸울 때도 걸스데이의 막내 혜리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앞서 신원호 PD가 제작발표회에서 혜리의 캐스팅에 대해 "만족스럽다. 혜리는 딱 하는 짓이 성덕선이다. 전형적으로 갇힌 틀의 연기를 하는 친구가 아니다. 오히려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작진에 주기도 한다. 혜리의 연기력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던 바 있다. 그가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던 이유가 무엇인지 첫 방송을 통해 확실히 입증했다. 혜리가 앞으로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보여줄 활약상이 기대감을 높였다.
'응답하라 1988'은 2015년판 '한 지붕 세 가족'으로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6일을 시작으로 매주 금, 토요일 오후 7시 50분에 방송된다.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