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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나의 상급 국장어른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5.11.25일 10:24
퇴근종이 울리는 그 순간 탁상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퇴근하려다 말고 송수화기를 들었다. 뜻밖에도 국장어른의 전화였는데 나더러 볼일이 있다면서 자기 사무실로 오라는것이였다.

(과연 안해의 수작이 은을 낸것일가?)

문득 나의 뇌리를 스친 생각이다. 어제저녁 안해가 봉투에 현금 2만원을 넣어가지고 나의 상급인 국장어른을 찾아갔었는데 그 소행이 과연 효과를 보았단 말인가. 금전만능이라고 돈으로 해결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하긴 대학 본과를 졸업하고 국장어른의 수하에서 사업한지도 어언 3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과장은커녕 부과장급에도 오르지 못하고 보통과원에서 맴돌고있으니깐. 대학 동창생들가운데 모 은행 행장의 아들, 모 국장의 딸, 모 총경리의 조카 등은 1년이 되기전에 순풍에 돛 단 배처럼 순조롭게 주임이 아니면 과장으로 진급됐지만 나만은 해마다 선진일군으로 당선되면서도 진급은 아예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리해가 되지 않는만큼 가슴 아픈 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안해가 손수 해결책을 들고 나왔으니 오늘따라 안해가 더없이 돋보였다.

《여보, 국장어른께 좀 어째야지 않을가요?》

그날 안해가 문득 새로운 제의를 했다.

《뭘 어쩐단 말이요?》

순간 얼떠름해진 나는 즉시 반문했다.

《세상일 공짜가 없답디다. 지금 세월에 먹이지 않으니 당신 그저 그 꼴이지요.》

《돈이라도 찔러주란 말이요?》

《그래요.》

《그랬다가 퇴짜를 맞으면 더 랑패가 아니요. 난 그렇게 못하겠소.》

《정말 코 막고 답답해요. 세상에 돈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이 못 가겠다면 제가 찾아가겠어요.》

국장어른과는 한 아빠트단지에서 살고있기때문에 안해도 그를 잘 알고있었다. 그리고 안해가 이처럼 통이 크게 나온데는 오래전부터 사업 여가에 주식을 놀았는데 근간 주식시장의 형세가 좋아 돈을 톡톡히 벌었기때문이다. 따지고보면 허망하고 황당한 짓은 아니였다.

어제저녁 안해는 돈봉투를 들고 국장어른네 댁으로 향했다.

(으흠,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수 있다고 안되는 일이 어디 있을가!)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과장으로 승진하는데 별문제가 없다고 말이다. 진정 그렇게 되면 동창들 앞에서도 떳떳해질수 있는게 아닌가?!

나는 흥분되여 씽하니 국장사무실로 달려갔다.

《어서 오게.》

국장어른은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나를 쏘파에 앉으라고 친절하게 대했다. 그러면서 차물을 손수 컵에 부어 권했다.

《시장에 관한 조사보고를 잘 썼더군. 자넨 정말 전도가 유망한 젊은이요.》

《과찬입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순간 안해가 더없이 고마왔다. 안해의 노력이 없었던들 국장어른께서 이처럼 친절하게 굴리가 만무했다. 솔직히 안해가 옆에 있으면 당장 얼싸 안고 키스라도 해주고싶었다.

《저 뭐랄가. 요즘 물가가 또 오르는 추세가 아니요. 그 원인을 조사해서 보고를 잘 쓰면 좋겠는데.》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겠지, 나의 승진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야.)

나는 자신만만하여 흔쾌히 대답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니까 시원시원하구만. 여하튼 고맙소.》

《고맙긴요. 믿어주어 제가 되려 감사합니다.》

나는 쏘파에서 벌떡 일어서며 자리를 뜨려 했다.

《헌데 이거 말이요…》

국장어른이 갑자기 주춤거렸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런게 아니라 이거 어제저녁에 자네 처가 두고 갔더구만. 가지고 가게.》

국장어른은 두툼한 봉투를 내놓았다. 안해가 가지고 갔던 돈봉투였다.

(하느님 맙시사!)

순간 나는 가파른 벼랑에서 곤두박질하는것 같았다.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락심과 함께 국장어른이 이처럼 청렴할줄은 천만뜻밖이였다.

《알았습니다. 그럼 저 돌아가겠습니다.》

김 빠진 뽈처럼 후줄근해진 내가 막 나가려는데 국장어른이 또다시 말을 걸었다.

《자네 처가 주식놀이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더구만.》

《용돈이나 버는셈이지요.》

나는 국장어른이 왜 갑자기 주식놀이를 제기하는가 의심하면서 조금은 시답지 않게 대답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처 말이요. 주식놀이를 할가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거든. 자네 안해가 좀 도와주면 안될가?》

《그러지요 뭐.》

밑져야 본전이라고 나는 별 생각 없이 응했다.

《그럼 오늘 저녁에 자네 처를 우리 집에 보내면 좋겠는데.》

《여부 있겠습니까. 꼭 보내겠습니다.》

그날 퇴근후 나는 안해에게 국장어른과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말하면서 한 아빠트단지에서 살면서 같은 값이면 가깝게 지내면 더 좋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흥, 주는 돈은 받지 않으면서 돈을 벌겠다구?”

안해는 언짢은 기색으로 그날 저녁 국장어른네 댁으로 갔다.

그런데 국장어른네 집에서 돌아온 안해는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말이 많았다.

《그게 뭔가 하면 말이지요…》

안해는 탁상우에 두툼한 봉투를 내려놓았다.

《돈 만원을 내놓으면서 나보고 주식을 놀아달라고 했거든요.》

《본인이 직접 하지 않고 남에게 위탁하는 법도 있소?》

나는 의문이 가득 어린 눈으로 안해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의 말을 좀 들어봐요.》

국장의 안해로서 주식을 논다면 그 영향이 좋지 않기때문에 안해에게 위탁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런게 아니였다. 그들의 속궁리를 보면 꼭 돈을 보태여 달라는 수작인데 주식을 놀아 돈을 벌었다면 누구든 옴니암니 시비를 걸지 못하거니와 법적으로도 걸리지 않는다고 안해는 자세히 해석했다.

《그야말로 묘한 수법이지요.》

안해가 결론적으로 말을 끊었다.

《알만한데 그렇게 하면 될가?》

《당신은 그저 제가 하는대로 두고만 봐요. 승급문제 꼭 해결이 된다니까요.》

《그렇게 되였으면 여북 좋겠소.》

……

며칠이 지난 어느날 저녁 안해는 본금 만원에다 2만원을 보태여 가지고 국장어른네 집으로 찾아갔다. 안해는 주식해서 그만큼 벌었다고 하면서 돈봉투를 꺼내놓았다.

《아, 이거 정말 고맙소.》

국장어른은 돈봉투를 거머쥐면서 너무 좋아 어쩔줄을 몰라 했다.

《요즘은 주식시세가 하락하는 추세거든요. 앞으로 상승하면 그때 또 합작하자요.》

《그러면 우리야 감지덕지할뿐이지.》

국장어른의 부인이 대뜸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집의 남편 말이요. 사업도 오래 했고 그만큼 능력이 있으니 과장직에 올려놓는것 문제가 없소. 인내성 있게 기다리오.》

《참, 그렇게 되면 그 은혜 두고두고 잊지 않을거얘요.》

안해는 공손하게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후 나는 이번에는 꼭 과장으로 승진할것이라고 신심 가득히 기다렸다. 해가 지고 달이 뜨면서 세월이 흘렀다. 유감스럽게도 나의 진급은 감감무소식이였다. 그대신 놀라운 소식이 폭탄처럼 터졌다. 국장어른이 시 정치협상회 비서장으로 임명되였는데 이미 발령까지 내렸다는것이였다. 그렇게 되면 내 승진문제는 기필코 나무아미타불이 되고말게 아닐가. 나는 무지무지한 실의를 느끼면서 락심천만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국장어른이 나를 찾았다.

《이거 참, 미안하게 되였소. 내가 있을 때 과장으로 진급시키려고 했는데 일이란 제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지 않소.》

《조직의 배치에 따라 새 직장으로 가야지요, 방법이 없지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따지고 들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여긴 나는 풀이 죽어 말했다.

《자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난 진짜 마음이 놓이요. 새로 부임하는 국장에게 자네의 승진문제를 귀띔하고 갈테니까 그런줄 아오.》

《네, 감사합니다.》

나는 또다시 일루의 희망을 품게 되였다. 새로 부임한 국장이 언감생심 정치협상회 비서장의 부탁을 어길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정을 알게 된 안해 역시 이번이야말로 기필코 성사된다면서 잠자코 기다리자고 했다.

그후 국장어른은 정부의 발령대로 시 정치협상회 비서장으로 부임해갔고 새 국장어른이 온지도 어언 석달이 넘었다. 유감스럽게도 나의 승진문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안해는 이번에는 대구 욕설을 퍼부었다.

《돈을 처먹구서 입을 쓱 씻으면 단가요? 개보다도 못한 발칙한 놈, 제 명에 못 살거얘요!》

그러면서 돈을 공짜로 삼킨 국장어른 같은 놈은 고발해야 한다면서 야단이였다.

《싱후이(行賂)라고 돈을 건넨 우리도 법에 걸리게 되오. 누가 누굴 검거한단 말이요.》

《아니 그게… 사실이 밝혀지면 참, 머저리가 따로 없군요!》

안해는 락심천만이였다. 승진문제는 그렇게 흐지부지해졌다.

나는 그제야 뭔가를 극히 심각하게 느낀것이 있었다. 그것이 구경 무엇인지 독자 여러분들이 나름대로 짐작했으면 좋겠다.


/강효근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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