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MS 윈도8 혹평 등 신사 이미지 벗고 카리스마
잡스 그늘 벗어난 모습 보여
"팀 쿡이 스티브 잡스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AP통신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지난 24일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한 컨퍼런스콜에서 보인 모습에 대해 26일(현지시각) 이같이 평했다. 지난해 10월 사망한 애플의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에 가려 늘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던 쿡이 홀로서기를 위해 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쿡은 '남부의 신사'(Southern gentleman)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조용하고 공손한 분위기로 재미없고 밋밋한 화법을 구사한다. 하지만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경쟁사들에 대해 독설을 뿜고 자극적인 비유를 사용했다.
쿡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8을 겨냥해 PC와 태블릿PC가 하나의 기기로 합쳐지는 것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토스터와 냉장고를 하나의 기기로 만들 수 있지만 이 기기는 이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쿡의 '토스터-냉장고 콤보' 발언은 곧바로 트위터를 달궜으며,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쿡은 삼성 등과의 특허소송전과 관련해서도 "난 소송을 정말 싫어하고 계속해서 혐오할 것이다. 난 단지 그들이 (베끼지 말고) 자신들의 기기를 개발했으면 한다"고 했다.
쿡이 이날 달라진 모습으로 보여준 카리스마는 전성기 때의 잡스 못지않다는 평가다. AP통신은 "쿡의 이날 비유는 잡스가 2010년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이 아이패드보다 작은 7인치 태블릿PC를 선보인 데 대해 '태블릿이 너무 작아서 버튼을 정확하게 누르려면 사포를 이용해 손가락을 작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현지 언론들은 "쿡이 그동안 감춰뒀던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그에 대한 우려들이 서서히 불식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임민혁 특파원 lmhcoo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