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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거기에서 나는 여기에서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1.13일 09:47
작성자: 박일 (본사 논설위원)

  (흑룡강신문=하얼빈) 희망으로 벅찬 새해를 맞은 요즘, 주위를 살펴보면 너나없이 타지에 있는 친지들과의 전화통화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올 한 해도 부디 건강하라고, 돈 많이 벌어 부자 되라고 그리고 소망을 이루라고... 서로 상대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푸근한 덕담으로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정과 사랑이 넘치고 성의와 배려가 그득 담긴 덕담은 이제 다가오는 병신년 설까지 우리 겨레의 가정들에 쭉 이어질 것이다.

  어제 필자는 뜻밖에도 수십년간 소식을 모르고 지내던 옛 고향친구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고향마을에서 줄곧 농사일을 하다가 한국문이 열리자 한국나들이도 여러번, 그러다가 이젠 몇년째 자식따라 강소성 소주시에서 산다는 친구는 필자가 신문사에 근무한다는 귀동냥으로 신문사에 수소문을 하며 요행 전화번호를 알아냈다고 했다. 실로 옛정이 묻어나는 그리운 목소리였다. 우리는 오래도록 모르고 지냈던 상대의 신상을 서로 묻고 알려주느라 통화는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친구야, 우리 어디서 살던...잘 살자!" 그 친구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어디서 살던..." 필자는 친구와 전화통화를 마친 후에도 그가 했던 이 말을 여러번 새김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이 말은 필자와 친구처럼 몇몇 개별적인 사람들 사이에만 통하는 말이 아니라 중국의 소수민족인 우리 조선족의 가가호호에도 널리 통하는 말이고 또 전반 우리 조선족의 군체에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 조선족 가정들을 보면 손발에 흙만 묻히는 농부만이 아닌 또 다른 멋스럽고 색다른 직업을 찾으려고(시골의 경우), 같은 값이면 농사에서 나오는 수입이나 다달이 받는 노임보다는 더 많은 소득을 챙기려고 식구들 중의 주요노력은 집을 떠나 연해도시를 비롯한 여러 도시로, 문이 열린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로 마치도 밀려가는 파도마냥 줄기차게 흘러나갔다. 2000년대 초, 흑룡강성 조선족 초,중학교 학생들에 대한 조사통계표를 다시 들여다 보니 부모가 곁에 없는 편부모가정 학생이 도시학교는 50%, 현이나 향촌학교 경우는 80%안팎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아빠 엄마는 한국에, 누나는 청도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고향마을에 그리고 나는 아무 조선족중학교의 기숙사에... 이런식으로 한가족식구가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정이 한두 가정이 아니라 조선족가정의 반수를 훌쩍 넘겼다. 그래서 우리의 가정들은 좋게 말하면 "모던 가정"이요, 슬프게 말하면 "이산 가정"이란 말도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돌게 되었다.

  우리 조선족의 군체상을 봐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2백만을 헤아리는 조선족의 다수 인구가 동북3성의(내몽골 일부지역까지) 너른 향촌에 집중되어 살던 것이 현재 이런 향촌들에는 4분의 1, 혹은 5분의 1 안팎의 인구만 남아있고(그것도 연세 많은 노인들이 대부분) 약 60만을 웃도는 인구는 한국에, 그밖에는 거의 다수가 중국의 여러 도시들로 흩어져 나가 사는 실태다.

  무릇 존재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처럼 변화된 조선족의 생존 형태와 인구분포 구조를 두고 잘된 일이냐 잘못된 일이냐를 운운하기 보다는 현실을 정시하고 이런 곳, 저런 곳에서 서로 다르게 사는 구체적인 환경에 따라 부동한 눈길로 그들의 삶을 지켜봐야 할 일이고 그런 토대 위에서 신선한 아이디어, 알맞은 제시나 건의, 또는 유익한 방법들을 내놓으면서 전반 우리 민족의 운명을 걱정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던 이런 한가지만은 변함없이 꼭 같을 것이다. 그것인즉 만약 해외에서 산다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라에선 근근히 손님이 될 뿐 국적은 여전히 중국이어서 중국정부의 보호를 받는 중국 공민이라는 것, 만약 중국에서 산다면 주류언어인 중국말과 한자 밖에 우리글도 쓸 줄 알고 우리말도 할 줄 알며 한국 노래, 조선 노래, 중국 노래를 부를 줄 알뿐만 아니라 조선족자치주인 우리 연변의 노래도 곧잘 부른다는 것, 그렇게 우리의 역사가 있고 우리의 문화가 따로 있는 꼭 같은 "조선족"이라는 그것이다. 바로 그래서 한국에 나가 식당일을 하는 조선족여성들이 전에는 하루 종일 그릇이나 닦고 심부름이나 하던 것이 언제부턴가 너도나도 앞다투며 식당의 권위인 주방장 자리를 차지해 앉는다고 하니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 모두가 자기집 일처럼 기뻐서 어깨가 으쓱 올라가고... 또 흑룡강신문 주간지에 "10만명 청도 조선족이 새소식 전합니다"하며 그곳에서 똘똘 뭉쳐 즐겁고 신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할때마다 서울에 사는 조선족들도 시골에 사는 고향사람들도 "저곳엔 우리 고모네도 사는데..." "청도엔 우리 마을 사람들도 여러집 잘 되는데..."하며 마치도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재미나고 신기해들 하는 것이 아닐까!

  어느 사이 2016년 새해가 왔다. 병신년 설날도 가까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설이 오면 오랜만에 가족을 찾은 식구들은 오손도손 모여앉아, 그리고 멀리있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은 전화로, 인터넷으로 뜨겁게 덕담을 주고받을 것이다. 그러한 덕담은 그대로 응원이 되어 올 한 해 우리 겨레 모두를 다시 뛰게 할 것이다. 그렇게 응원하는 가족이 있어, 그렇게 반가워하는 겨레가 있어 우리는 또 한 해 살아가는 흥과 낙을 누리게 될 것이고 거친 세파와 맞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제 설이 오면 혹자는 저 멀리 한국 서울에 있는 누나와 동생에게, 혹자는 고향마을에 계시는 할머니와 삼촌에게 그리고 중국의 방방곡곡에 사는 친구들과 옛 동창들에게 반가운 설 인사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너는 거기에서 나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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